작은 세계에 던진 질문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다
- 2026.10.22
나노 단위의 소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그러나 그 작은 세계에서 발견하는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다. 원자 하나의 배열과 미세한 결함이 소재의 성능을 바꾸고, 그 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출발점이 된다. 황성주 교수는 나노소재라는 작은 세계에 몰입해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 왔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독창적인 소재 개발 전략을 제시하며 신소재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온 그는, 작은 세계에 대한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소재 기술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황성주 교수에게 과학은 천직에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생물과 화학, 물리 등 과학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궁금해했다. 눈앞의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원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일에 매료됐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매료됐어요. 생물 교사였던 어머니에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죠. 평소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늘 ‘왜 그럴까?’ 하고 궁금해했죠. 처음에는 생물이 보여주는 다양성에 푹 빠졌어요. 그러다 그 근원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까지 생겼고, 자연스럽게 과학에 관심이 집중됐죠.”
생물에서 시작된 관심은 물리와 화학 등 다른 기초과학 분야로 확장됐다. 그중에서도 황 교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물질과 그 다양한 성질을 탐구하는 화학이었다.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은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
“사실 저는 일상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을 즐겨요. 사회과학에도 관심이 많고 미술과 음악도 좋아해요. 음반을 약 8천 장 모았고, 프랑스 와인도 30년 가까이 수집했죠. 대학 때는 야구부도 만들었어요. 이처럼 세상의 다양한 대상에 관심을 갖는 성향이 있다 보니, 주기율표에 담긴 여러 원소와 수많은 물질을 접하고 그 성질을 알아가는 화학이 특히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황 교수의 관심은 이후 물질의 원리를 실제 기능으로 구현하는 재료화학과 신소재공학으로 이어졌다. 현재 신소재공학과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화학과 물리학, 공학이 만나는 학문의 경계에서 자신의 연구 영역을 넓혀 왔다.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면서 물질 내부의 원자와 분자의 배열과 결합, 전자 상태와 같은 근본적인 원리가 실제 물질의 기능을 결정한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그 원리를 밝히는 데서 나아가 원하는 특성을 지닌 소재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재료화학을 연구하게 됐죠.”
물질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응용해 원하는 특성과 기능을 지닌 소재를 직접 설계하고 구현하는 ‘신소재공학’은 이론과 실제를 연결하며 가능성을 넓혀 가는 최적의 학문이었다.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를 실제 소재의 성능으로 구현하려면 소재의 형태와 크기, 결함, 계면, 전자 구조를 함께 제어해야 합니다. 특히 나노소재에서는 원자 배열과 표면 구조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전기적·촉매적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죠. 이러한 구조와 물성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원하는 기능을 갖춘 소재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신소재공학의 매력을 깨달았고, 이 분야에 대한 확신도 얻었습니다.”
이후 연구를 수행하면서 황 교수의 관심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나노소재와 에너지 소재로 확장됐다. 학문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연구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자 확신이 됐다.
“저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계속 연구와 관련된 일을 해요. 주말에도 마찬가지죠.(웃음) 많은 취미 가운데 연구를 첫 번째로 꼽을 정도예요. ‘덕업일치’라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연구 활동에 무한한 흥미를 갖고 있어요. 기존 신소재 분야에서 잘 이해되지 않던 현상이나 결과를 제가 가진 화학 지식으로 설명하고, 더 나은 소재를 개발할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죠.”
세상에는 수많은 소재가 존재하고, 지금도 새로운 소재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연구자들의 치열한 탐구가 이어진다. 황 교수가 늘 새로운 가능성을 좇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차원 나노소재와 나노하이브리드 소재, 에너지 변환·저장용 촉매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선도해 왔다. 특히 2차원 나노시트를 활용해 기존의 신소재 개발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연구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신소재 연구에서는 원자나 이온을 조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어요. 오랜 시간 이 방식으로 수많은 소재가 개발돼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낼 여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원자나 이온이 아니라 분자 수준의 두께를 지닌 2차원 나노시트에 주목했어요. 2차원 나노시트는 종이 한 장보다 훨씬 얇지만 표면적이 넓어서 물질의 층과 층 사이, 표면의 결함과 원자 배열을 조절하면 소재의 기능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2차원 나노시트를 벽돌처럼 활용해 새로운 건물, 즉 신소재를 합성하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죠. 아주 얇게 만든 물질의 표면과 구조를 설계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서로 다른 나노소재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결합해 기존에 없던 특성을 만들어 내는 나노하이브리드 소재 연구로 이어졌다. 단순히 두 물질을 섞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맞닿는 계면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2차원 나노시트는 넓은 접촉면을 확보할 수 있어 물질 간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소재는 약물 전달과 바이오소재, 촉매, 환경·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두 물질을 결합했을 때 제3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은 두 물질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났다는 의미예요. 제가 처음 교수가 됐을 때만 해도 주로 한 가지 성분으로 재료를 만들었어요. 이후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을 섞으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특성과 기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입자를 작게 만들어 서로 붙이는 방식이 활용됐죠. 하지만 입자를 작게 만들어도 맞닿는 면적이 좁아 상호작용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반면 저희가 활용하는 소재는 한두 개 층으로 이뤄질 만큼 매우 얇습니다. 이 층들을 결합하면 넓은 면적에서 물질들이 만나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활발해지고 시너지 효과도 커집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에너지 변환·저장용 촉매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거나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성하고, 배터리와 슈퍼커패시터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소재를 연구한다. 촉매는 이 과정에서 화학반응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다. 황 교수는 원자 배열과 전자 구조, 물질 간 계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해 촉매의 반응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황 교수의 연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개념은 ‘결함’이다. 우수한 물성을 지닌 소재를 만드는 것이 재료공학자의 중요한 과제이지만, 황 교수는 원자 배열의 빈자리나 뒤틀림과 같은 격자 결함이 오히려 소재의 성능과 기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가 연구하는 ‘디펙트로닉스(Defectronics)’는 물질의 결함을 단순한 불완전성이 아니라 소재의 기능을 설계하는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분야다.
“재료를 합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함이 생깁니다. 누구나 결함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겠지만, 신소재 분야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죠. 특히 촉매 소재에서는 오히려 완벽함이 화학반응의 적이 됩니다. 다이아몬드처럼 완벽한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외부 물질과 쉽게 반응하지 않아요. 하지만 촉매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서 화학반응을 촉진해야 하잖아요. 암벽등반을 예로 들면 매끈한 암벽은 오르기 어렵지만, 작은 홈이나 돌기가 있으면 움켜쥐고 오를 수 있죠. 마찬가지예요. 원자 하나가 빠진 자리나 배열이 어긋난 부분이 다른 분자를 끌어당겨 강력한 반응을 일으키는 ‘활성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함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결함이 지나치면 구조가 무너지고 전하의 이동이 방해받거나 소재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2차원 나노소재는 대부분의 원자가 표면에 노출돼 있어 원자 하나의 빈자리나 미세한 구조적 왜곡도 소재의 성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핵심은 결함을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느냐에 있다.
황 교수의 연구는 이 지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결함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나 우연히 발생하는 불완전성으로 보지 않고, 원하는 특성과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결함의 종류와 위치, 전하 상태 등을 정교하게 조절해 소재에 전도성과 촉매 활성, 선택적 흡착 능력 등 다양한 기능을 부여한다. 물질의 구성뿐 아니라 그 내부의 불완전한 구조까지 적극적으로 설계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저희 연구의 핵심은 결함을 매우 정밀하게 계산하고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원자 하나가 빠지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변 원자의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자 구조가 재편됩니다. 꽉 찬 지하철에서 한 사람이 내리면 주변 사람들이 빈자리 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특수한 공정을 거쳐 원자 단위의 빈자리를 만듭니다. 이렇게 설계된 결함은 목적에 적합한 수준의 반응을 일으키는 ‘황금비율’의 결합력을 갖게 되죠.”
같은 조성을 가진 소재라도 원자 배열과 결함의 분포에 따라 전혀 다른 성능을 보일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러한 미세한 구조 변화가 실제 촉매 반응과 에너지 변환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촉매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세라믹 소재도 정교하게 결함을 설계하면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고성능 촉매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완전함을 정밀하게 통제해 최적의 효율과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결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결함 연구는 황 교수의 연구 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예상하지 못한 연구 결과였다. 2차원 무기 나노시트를 활용해 혼성체를 합성하고 소재의 결함을 정밀하게 설계함으로써 물 분해 촉매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당초 예상과 달랐던 결과가 오히려 새로운 연구의 실마리가 됐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2차원 나노시트를 활용하면 혼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혼성 소재와 전혀 다른 성질이 나타나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죠. 원인을 계속 파고들면서 그것이 넓은 표면적을 지닌 2차원 나노시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후 결함 제어를 통해 물질 간 결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성능의 신소재를 합성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마주하고 자신의 연구 방향에 회의감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거나 실패로 단정하는 대신 끊임없이 원인을 찾고 검증하며 새로운 해답을 찾아냈다. 이 경험은 연구자로서 중요한 확신과 철학을 심어 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정밀한 검증을 통해 그 진실성을 확인한다면,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독창적인 연구 분야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답을 확인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예상 밖의 결과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는 태도는 지금까지도 그가 지켜 온 연구 철학이다.
2026년 황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리더연구’ 유형A 연구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쌓아 온 연구 성과와 앞으로 수행할 연구의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앞으로 최대 9년간 수행할 과제는 ‘디펙트로닉스 기반 격자 결함과 외부 자극·카이랄성·라디칼 간 상호작용의 정밀 제어를 통한 고성능 불균일 촉매 소재 합성’이다. 축적해 온 결함 연구를 바탕으로 신소재 개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도전이다. 리더연구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선정해 최대 9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기초연구 사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소재의 결함에 자기장과 초음파, 기계적 힘 등의 외부 자극을 가하고, 물질의 입체적인 방향성을 뜻하는 ‘카이랄성’과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의 특성을 함께 제어하는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설계한다. 이를 통해 촉매 반응의 속도와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불균일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제어함으로써 기존의 결함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시도다.
이번 선정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인 동시에 연구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다. 그동안 몰입해 온 연구의 가치와 독창성뿐 아니라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쌓아 온 시간까지 인정받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다.
“저희 연구실이 20여 년 동안 매진해 온 신소재 설계 연구의 원천성을 국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값집니다. 그동안 2차원 나노시트와 1차원 나노튜브 등 다양한 나노소재를 연구하며, 원자 수준의 결함과 전자 구조 제어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이번 선정은 그동안 발전시켜 온 연구 방법론과 학문적 독창성의 중요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은 뜻깊은 결과이자, 실용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규명해 온 기초과학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차세대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과 직결될 수 있는 연구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실제 상용화에 필요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고효율 촉매 소재의 공학적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대한민국이 친환경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확고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황 교수가 이번 리더연구를 발판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분명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청정에너지 기술, 특히 그린수소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고효율 해수전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현재 가장 유망한 대체에너지 가운데 하나가 수소예요. 물을 분해해 생산할 수 있지만, 지구상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닷물에는 담수보다 소금을 비롯한 여러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환경오염 없이 선택적으로 수소만 생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자 수준에서 반응 메커니즘과 물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효율 해수전해 기술을 확립해 그린수소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싶습니다.”
기초과학의 관점에서도 해결하고 싶은 난제가 있다.
“고체화합물에서 특정 화학결합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범용 합성 기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원자들이 촘촘하게 모여 있는 고체화합물의 특성상 원하는 결합만 끊거나 새로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거든요. 이러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은 고체화학자와 신소재공학자 모두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쌓아 온 화학과 신소재공학 지식,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난제를 해결해 가는 길에서 연세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왔다. 특히 기초과학의 난제를 해결하고 그 성과를 실질적인 기술로 발전시키려면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연세의 연구 환경은 이러한 도전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 대학교는 우수한 학생과 교수진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융합연구를 수행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죠.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가까이에서 교류하고 연결돼 있어 하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협력하기가 용이합니다. 공동 세미나와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다른 관점과 연구 방법을 나눌 수도 있고요. 학교에서도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뛰어난 동료 교수님들과 서로 자극을 주고받고, 선의의 경쟁 속에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황 교수는 후배 연구자를 이끌고 성장시키는 일에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 자신을 연구실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함께 호흡하는 선배 연구자이자 동료라고 말할 만큼 학생들을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연구자로서의 엄밀함과 도전 정신이다.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이면에 있는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끝까지 파고들었으면 합니다. 연구하다 보면 여러 물질을 섞어 시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좋은 성능을 얻기도 해요. 하지만 원자 수준의 전자 구조가 어떤 원리와 인과관계를 통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과학적 발견이라기보다 요행에 가까울 수 있죠. 눈앞의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깊이 파고들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자의 엄밀함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험실에서의 실패는 오히려 새로운 학문적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세계적인 연구의 패러다임에 도전하기 바랍니다. 우리 대학교 연구실에서 나오는 성과는 세계 유수의 연구 그룹과 견줘도 뒤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실험실에서 다루는 작은 나노소재 하나가 훗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위대한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는 황 교수는 과학이 거창한 답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작은 현상을 향한 의문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학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질문이 이어지고 도전이 거듭될수록 세상의 난제를 풀 해답에도 한 걸음씩 가까워질 수 있다.
나노소재라는 작은 세계를 향해 그가 던져 온 질문과 이뤄 낸 성취는 기초과학의 탐구가 이론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술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난제 앞에서 그는 오늘 또 어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그 질문이 열어 갈 새로운 세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