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건네는 1분의 위로와 공감
- 2026.08.19
클래식은 오래된 음악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위로처럼 수백 년 전의 음악에 깃들어 있는 감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에도 여전히 와닿는다. 박종욱 동문은 그 시간의 거리를 ‘1분’이라는 동시대의 언어로 좁혀가고 있다. 구독자 22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클래식 음악 채널 ‘1분 클래식’을 통해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음악의 매력을 쉽고 감각적으로 전하며, 클래식이 특별한 지식이나 준비 없이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임을 보여준다. 피아노 전공자에서 클래식 전문 방송 PD로, 다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의 무대를 넓혀온 그는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한 곡을 발견하도록 클래식 세계로 향하는 작은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박종욱 동문은 다섯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클래식 음악에 깊이 매료된 결정적인 순간은 따로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2년, 월드컵 축하 콘서트에서 성악가 조수미와 알레산드로 사피나(Alessandro Safina)가 함께 부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축배의 노래’를 들었을 때다.
“노래를 다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게 무슨 감정인지 몰라서 부모님을 쳐다보면서 ‘이게 뭐야?’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클래식에서 느낄 수 있는 전율을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나는 클래식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페라 가사를 적어 외우고, 음악 시간에는 한글로 어설프게 적은 가사를 외워서 친구들 앞에서 베르디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 공연을 본 뒤에는 계속 부모님께 티켓을 사달라고 해서 오페라를 보러 다녔고요. 그렇게 클래식을 사랑했고, 피아노를 계속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하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푹 빠진 박 동문은 부모님의 든든한 지지 속에서 서울예고를 거쳐 우리 대학교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박종욱 동문은 연주자의 길을 걷지 않고 있다. 클래식 악기 전공자라면 대부분 연주자의 길을 먼저 떠올릴 테지만 박 동문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전문 연주자로 살아가는 길에 잘 맞는 사람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동료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자신의 적성과 앞으로의 삶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 나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였기에,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어요. 제 아래 학년에 그 유명한 조성진도 있었는데, 연주를 듣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나요. 또 연주라는 게 외줄타기와 비슷하거든요. 내가 200%를 준비해도 연주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어요. 너무 위태롭죠. 거장 피아니스트 리히터도 80살이 넘어서까지 술 한 잔을 들이키고 공연에 들어갈 만큼 무대에 대한 긴장감을 느꼈다고 해요. 저는 그런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연주자의 길은 대학 졸업 후 유학으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경로가 있는데, ‘그 길이 정말 나에게 맞을까, 나만의 길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진로에 대한 이러한 고민 끝에 박 동문은 연주자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종합대학에 입학하기로 했다. 최고 수준의 음악 교육을 받으면서도 여러 학문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종합대학이라는 점이 연세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
대학 시절, 박종욱 동문은 애초 마음먹었던 대로 피아노 앞에만 갇혀 지내지 않았다. 음악대학 밖의 다양한 교양수업을 듣고 다른 전공 학생들과 조별과제를 하며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를 넓혀갔다.
“음대 쪽은 예중, 예고를 거쳐 같은 대학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친구들도 계속 비슷해요. 대학마저 중·고등학교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연습실에만 있다 보면 다른 전공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죠. 저는 그런 한계를 많이 깨려고 했어요. 음대 밖의 수업도 많이 듣고, 교양수업에서 조별과제를 하면서 다른 전공 친구들도 만났고요. 그런 경험이 저변을 넓히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교양수업 <문화 콘텐츠와 창조적 상상력>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콘텐츠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음악 외에도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발견했다.
“콘텐츠를 찾고 분석해 보는 수업이었어요. 그때 콘텐츠가 가진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당시 유튜브 시장도 점점 성장하고 있어서 저도 외부에서 영상 편집을 배우기도 했고요. 특히 마지막 수업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서핑보드를 타고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에는 파도를 직접 만들고 싶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 파도를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너의 잘못은 아니지만, 만약 만들어낸다면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인생에서 큰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죠.”
콘텐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자연스럽게 진로로 이어졌다. 클래식 음악 전문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콘텐츠 제작을 함께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박종욱 동문은 ‘아르떼’와 ‘토마토클래식’ 등 클래식 전문 방송에서 PD로 근무하며 영상 제작의 기본을 익혔다. 공연 중계와 클래식 콘텐츠를 제작하는 동시에 회사 유튜브 채널까지 담당하면서 뉴미디어 플랫폼의 특성을 몸으로 배웠다. 당시 그가 업로드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어린 시절 공연 영상은 3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브의 가능성을 체감한 박 동문은 2020년 회사생활과 병행하면서 개인 채널을 만들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2020년 제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했어요. 이후 두 번째 회사에서 1년 정도 휴식기가 생겼을 때 개인 유튜브를 조금 키웠죠. 다시 회사에 돌아갔더니 대표님도 제게 SNS를 더 키워보라고 하시면서 회사 SNS에 거의 전권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클래식으로 만들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정말 많이 제작했습니다. 그러다 번아웃도 오고, 이제는 내 것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1분 클래식’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렇게 방송사 소속 PD였던 그는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책임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1분 클래식’은 클래식 한 곡의 매력을 짧은 영상 안에 담아 소개하는 채널이다. 현재 구독자 수는 22만여 명. 유튜브 실버 크리에이터 어워즈를 받을 만큼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채널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여러 각도로 찍어 편집해서 올렸어요. 그러다 클래식에 대한 설명을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2~3분 클래식’으로 할까 했는데 숏폼이 등장하면서 그 형식에 맞춰 ‘1분 클래식’으로 정했습니다.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그러니 저도 도파민이 터져서 계속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유튜브와 함께 인스타그램에도 열심히 올렸고요. 사실 클래식 음악계의 문화가 보수적인 편이라 처음에는 제가 혼자 튀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 번 올리고 나니 괜찮더라고요. 그 뒤로 제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어요. 스스로에게 큰 수확이었죠.”
‘1분 클래식’의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음악사나 전문 용어를 알아야만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 데 있다. 작곡가와 작품의 배경, 짧은 음악적 특징을 소개하되 궁극적으로는 음악 자체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잠 안 올 때 듣는 클래식’, ‘출근할 때 듣는 클래식’,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곡’처럼 일상의 순간과 음악을 연결하는 큐레이션도 채널의 특징이다. 박종욱 동문이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역시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매력적인가’이다.
“예전에 제가 세웠던 기준이 하나 있어요.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분께 우연히 이 곡을 들려드리면서 ‘여기에 이런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어요’라고 설명했을 때도 반응이 괜찮을 정도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분만 생각할 수는 없어요. 애호가분들도 보시기 때문에 정보 하나하나는 정말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쉽게 설명하는 것과 가볍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짧은 콘텐츠 안에서도 음악적 정보와 이야기, 일상의 감정을 함께 엮으면서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
최근 ‘1분 클래식’에서는 연주자들의 영상이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클래식 공연 중계 PD였고 자신 또한 피아노 전공자인 만큼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이것 역시 의도적인 기획이다. 특정 스타 연주자보다 먼저 작품 그 자체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계는 연주자가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고, 특히 스타 연주자들이 주도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스타들이 있기 때문에 클래식 시장이 훨씬 넓어지는 것도 분명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한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연주자보다 ‘곡’ 자체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해요. 시대를 관통해 살아남은 걸작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먼저 느껴보자는 거죠. 그런 다음 다양한 연주자들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도 즐길 수 있고요. 그게 제 채널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채널을 오래 운영하면서 더욱 분명해진 생각이다. 클래식이 낯선 사람에게는 작품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박종욱 동문이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연주자이자 감상자로서 특히 좋아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슈만의 가곡을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헌정(Widmung)>이다. 슈만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 있고 클라라를 향한 사랑이 담긴 작품인 데다, 리스트의 화려한 피아노 어법으로 재해석된 곡이어서 오랫동안 듣고 연주해 왔다.
‘1분 클래식’에 올라온 콘텐츠 가운데 2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곡’이라는 주제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3악장을 소개한 영상이다. 높은 조회수보다 박종욱 동문의 기억에 남은 것은 댓글창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제1번이 혹평을 받은 뒤 한동안 깊은 좌절을 겪었다. 박종욱 동문은 그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작곡가로 일어서던 배경과 함께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향하는 듯한 음악의 흐름을 소개했다.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자 댓글에는 저마다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의 사연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일부러라도 댓글을 너무 많이 보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가 좋은 음악과 제가 느낀 감정 정도를 제시하고, 이후에는 각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해소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콘텐츠는 특정 댓글 하나보다 댓글창 전체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요. 썸네일에 ‘토닥토닥, 힘들었지?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곡’이라고 썼는데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암 투병 중인데 새벽에 이 음악을 듣고 있다거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 곡으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들이었죠. 가끔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요즘 또 힘든 분들이 많은가 보다’ 싶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이러한 경험은 ‘1분 클래식’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가 채널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결국 ‘위로와 공감’이다.
“많은 분이 클래식을 들으며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날들이 많잖아요. 채널을 운영하면서 저 역시 ‘클래식이 사람에게 정말 위안이 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더 많이 갖게 됐어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안과 치유를 전할 수 있다는 게 꽤 뿌듯하기도 하고요. ‘오늘 좀 슬프네. 아, ‘1분 클래식’에서 들었던 그 곡 한번 들어봐야지’ 하는 식으로 음악이 누군가의 일상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한 곡의 클래식에서 처음 ‘전율’을 경험했던 소년은 이제 자신이 발견한 음악을 다른 사람들에게 건네며 그들이 느끼는 위로와 감동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박종욱 동문은 작품을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클래식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콘텐츠에 담고 있다. 전문 음악가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과 함께해 온 음악을 소개한다. 만화가 허영만이 작업할 때 클래식을 듣는 이유와 애호곡을 소개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다 오페라를 계기로 클래식에 빠져 성악을 공부하고 KBS 음악 PD를 거쳐 현재 회계사로 일하는 연세 동문의 삶도 담았다. 갑상선암으로 연주자로서 위기를 맞았다가 다시 무대에 선 색소포니스트의 이야기는 음악가 개인의 극복기를 넘어 매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확장된다. 박종욱 동문은 특히 클래식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음악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 한다.
“연주자 인터뷰도 계속할 예정이지만, 클래식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도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나오셔서 ‘나는 이 음악이 왜 좋은지’를 이야기해 주시는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저도 전공자이다 보니 클래식을 잘 모르는 분들과 소통할 때 오히려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제가 쉽다고 생각한 내용을 구독자분들은 어렵게 느끼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시청자와 비슷한 선상에서 클래식을 듣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가 훨씬 깊이 와닿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가르치는 클래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속에서 발견된 클래식. 그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활동 영역도 유튜브에만 머물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해 음악을 설명하고, 공연에서 해설을 맡으며,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책을 함께 읽는 모임도 운영한다. 클래식과 낯선 대중 사이에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
“오늘 오전에도 KBS 1라디오에 출연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클래식 전문 프로그램이 아니라 뉴스와 하루의 이슈, 교양 정보를 소개하는 방송이거든요. 클래식 아이템은 처음 다뤄보셨다고 하는데, 작가님과 아나운서님이 원래 제 채널을 구독하고 계셨더라고요. 청취자 반응도 좋아서 뿌듯했고요. 클래식을 이미 잘 아시는 분들은 스스로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들으시잖아요. 제가 크게 보태드릴 게 없어요. 오히려 클래식을 평생 거의 접하지 않았던 분들께 음악을 소개할 때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1분 클래식’을 통해 우연히 들은 곡이 좋아 제대로 클래식을 들어보고 싶어졌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박종욱 동문은 처음부터 어렵고 긴 작품이나 공연장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음악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우리가 평소 듣는 대중음악은 대부분 3~5분 정도이고 사람의 목소리와 가사가 있지만, 클래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낯설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음악 자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전율을 느끼기 시작하면 다른 장르와는 또 다른 클래식만의 매력에 빠질 수 있어요. 연주자마다 해석이 다른 것을 비교해 듣는 재미도 있고요.”
그는 공연장보다 먼저 음원이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작품과 친해질 것을 권한다.
“음악을 어느 정도 여러 번 들어 친숙해진 다음 공연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연주되고 해석되는지를 들어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른 곡들도 듣게 됩니다. 저도 얼마 전에 처음 듣는 작품을 공연장에서 바로 들었는데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처음 듣는 곡이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클래식은 길이가 길다는 것도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쇼팽의 녹턴처럼 5분 정도 되는 좋은 작품도 정말 많거든요.”
결국 중요한 것은 음악 지식의 양이 아니다. 짧든 길든,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내가 들어서 좋은 한 곡’을 만나는 것이 클래식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출발이다.
1분 클래식이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채널로 자리 잡은 지금, 박종욱 동문은 자신의 다음 길도 천천히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랜만에 비교적 큰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좀 큰 무대에 서봤는데 공연만이 주는 희열이 있더라고요. 몇 달 동안 갈고닦은 뒤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에 내 감성을 더해 수백 명의 관객 앞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교감하는 거잖아요. 정말 짜릿했어요. 앞으로 예정된 작은 공연도 있고요.”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콘텐츠 제작과 연주 사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거창한 목표나 구체적인 계획을 정해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가장 분명한 목표는 ‘1분 클래식’이 클래식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친구들이랑 PC방에 갔다가 어떤 곡을 들으려고 검색했는데 옆에 제 쇼츠가 뜨더라고요. 저는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요. ‘1분 클래식’을 보고 ‘아, 이 곡은 꼭 제대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 좋은 클래식 작품으로 이끌어주는 작은 이정표 같은 채널이라고 할까요?(웃음)”
박종욱 동문의 1분 클래식은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음악을 현대인의 짧은 집중 시간인 ‘1분’ 안에 담아낸다. 하지만 그 1분의 목적은 클래식을 모두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 마음을 움직이는 한순간을 만들어 더 넓고 깊은 음악의 세계로 한 발 내딛게 하는 데 있다. 어린 시절 한 곡의 음악에서 느낀 전율이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듯, 그가 건네는 1분의 음악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음악을 찾아 나서는 시작점이 된다. 시대와 매체는 달라져도 클래식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온 이유, 그리고 1분 클래식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결국 같은 곳에 있을 것이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닿는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