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의 순환에서 지구 속 거대한 변화의 단서를 찾다

광물의 미세한 변화에서 행성의 진화를 읽는 지구시스템과학과 이용재 교수(지질학 89)
  • 2026.08.19

지구를 이루는 수많은 물질 가운데 광물은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랜 시간 높은 온도와 압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해 온 광물에는 지구 내부의 환경과 물질의 움직임, 그리고 지구가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변화의 흔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용재 교수는 광물의 순환을 통해 지구라는 거대한 세계를 탐구하며, 그 속에 감춰진 변화의 단서를 찾아왔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리더연구’에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되며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제 그의 시선은 광물의 미세한 변화에서 지구와 행성 시스템의 진화로 더욱 넓어지고 있다.

 

우연한 선택에서 시작된 지질학자의 길

이용재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자를 꿈꾸거나 지질학과 진학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공학이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2지망에 적었던 지질학과에 합격했다. 대학 시절에는 전공 공부보다 단과대학 학회지 <이학>의 편집 활동에 먼저 재미를 붙였다. 단과대 이슈와 학생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학회지를 만들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당시 쌓은 경험은 학자의 길을 걷는 지금, 학술지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데에도 자양분이 되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야 전공 공부에 관심과 흥미가 생겼다. 좀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유학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만큼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실 유학을 결심했을 때도 뚜렷한 목표가 있거나 어떤 세부 분야를 전공해 연구자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좀 다른 길을 가고 싶었고, 새로운 경험도 해 보고 싶어 유학을 택했죠. 당시 학점이 아주 우수한 것도, 연구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토플 점수도 기준을 넘긴 정도였는데 패기 넘치게 하버드 등 유수 대학에 다 지원해 봤죠.(웃음)”

 

그렇게 뉴욕주립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남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 분야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은 지질학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연구자로서의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25년 연구의 핵심 축, 초수화와의 만남

이용재 교수의 연구 분야는 광물물리학이다. 흔히 지질학이나 광물 연구를 떠올리면 화산지대 같은 현장에서 광물을 채집하거나 현미경으로 광물 자체를 관찰하는 모습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용재 교수는 광물의 원자단위 구조 변화를 통해 지구의 작동 방식과 진화 과정을 탐구한다. 

 

“제가 연구하는 부분은 지구 내부에 대한 연구입니다. 광물이 지구 내부의 특정 조건에서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를 살펴보고, 광물이 땅속에서 순환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연구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진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혀내는 것이죠.” 

 

이 교수의 연구를 25년 넘게 관통해 온 핵심 주제는 광물의 ‘초수화(Super-hydration)’ 현상이다. 유학 시절 그는 자신의 연구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회를 만났다. 지질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뒤 뉴욕주립대 인근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BNL) 물리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연구원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 지질학자가 어떤 광물에 압력을 가하면 특이한 변화를 보이는 것 같다며 함께 실험해 보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바로 그 광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터라 물질 분석에는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실험에 참여하게 됐죠. 그 과정에서 이미 물을 함유한 광물이 특정 압력에서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는 초수화 현상을 발견했고, 그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도 분석하게 됐습니다.”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제올라이트에 높은 압력을 가했을 때 외부의 물 분자가 오히려 광물 내부로 유입되고 부피가 팽창하는 ‘압력 유도 초수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그 구조를 규명한 연구였다. 연구 결과는 2002년 에 게재됐다. 이후 이용재 교수는 25년간 초수화 현상을 중심으로 연구를 확장해 왔다. 초기에는 광물 소재 자체의 특성을 규명하고 초수화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약 10년 전부터는 이를 실제 지구 내부 조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물을 함유한 광물이 지구 깊은 곳으로 섭입되면 온도와 압력 변화에 따라 물이 빠져나오고, 이 과정은 지진이나 화산 활동과 연관되기도 한다. 이용재 교수는 그 반대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높은 압력에서 오히려 물을 더 많이 머금는 광물의 특성을 통해 지구 내부 깊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순환 과정과 그 지질학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초수화 현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된 뒤 중앙일보 뉴욕판 1면에 제 인터뷰 기사가 실렸어요. 압력에 의해 특이한 변화를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자가 전공이 뭐냐고 묻기에 지질학이라고 답했더니 ‘고체물리 연구로 맨틀의 중요한 기작을 발견했다’는 취지의 제목을 달았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지구 내부를 고려한 실험이 아니라 단순한 물질 실험이었거든요. 그 기자님이 통찰력이 있으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웃음) 당시에는 연구가 그렇게 확장될 줄 상상하지 못했는데 결국 지금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질학 분야의 드문 기록, 두 번째 리더연구

최근 이용재 교수는 2018년에 이어 2026년 다시 ‘리더연구’에 선정됐다. 첫 번째 사업이 마무리되는 해에 후속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연구의 연속성 또한 확보했다. 그러나 두 번째 도전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적지 않았다. 

 

“2018년에 제가 리더연구에 선정된 것이 지질학계에서는 처음이었어요. 그 정도로 드문 기회였는데 9년간 한 차례 했으면 다른 분들에게 기회가 가도록 해야 하지 않나, 다시 지원하는 것이 내 욕심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죠. 실제 심사에서도 그런 질문을 받았고요.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지난 9년간 해 온 연구를 더 발전시키고 완성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습니다. 그래서 지원했고, 다행히 지질학계를 대표해 다시 선정됐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질학은 물리·화학 등에 비해 리더연구 선정 사례가 드문 분야다. 이번 지원에서도 이용재 교수는 지구과학 내 세부 분야를 거쳐 타 분야 연구자들과 경쟁했고,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드문 선정 사례를 다시 이어간 만큼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학계를 대표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지구과학 분야는 다른 기초과학에 비해 아직 주목을 덜 받고 있어요. 리더연구에서도 선정 사례가 많지 않죠. 연구 영역은 점점 다양해지고 확장되고 있으니 정부 과제나 투자 규모도 함께 커졌으면 합니다. 제가 두 번째로 선정된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내서 지질학계에 더 많은 기회가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광물에서 지구와 행성의 진화까지

첫 번째 리더연구 과제의 주제는 ‘초고압상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구조 변화 및 신물질 발견 연구’였다. 다이아몬드앤빌셀과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고온·고압의 지구 내부, 하부 맨틀과 핵의 조건을 구현하고, 물질이 극한 상태에서 보이는 새로운 구조 변화를 관찰하고 규명하는 연구였다. 고압광물물리화학연구단을 이끌며 극한 조건에서 광물이 물을 흡수하거나 함유량이 증가하는 현상 등 다양한 변화를 밝혀왔다. 

 

두 번째 리더연구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지구와 행성 시스템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연구로 확장한다. 첫 번째 과제에서 광물이 지구 내부 조건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변화가 지진과 대기, 지구 전체의 물질 순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첫 번째 리더연구에서 개별적인 광물의 변화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이런 변화가 지구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연구하려고 합니다. 지구 내부 광물상의 변화가 지진이나 대기 성분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광물의 물 함량이 늘어날 때 지질 현상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얼마 전부터는 섭입대 조건에서 광물이 함유한 물의 양이 늘어날 때 지진 발생의 새로운 기작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 초기 지구가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연구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연속성을 바탕으로 두 번째 리더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작은 광물 하나의 미세한 변화에서 출발해 지구 내부와 행성 차원의 거대한 변화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그가 꼽는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분야가 취업 같은 현실적인 부분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연구하다 보면 그동안 숨겨졌던 지구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맛이 있어요. 아주 작은 광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양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한 실험으로 지구 핵과 맨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죠. 미시적인 실험에서 출발해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미지의 지구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는 다큐멘터리

이용재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연구자들만의 전문적이고 어려운 언어에 가두기보다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세상과 나누고 싶어 한다. 특히 광물물리학은 일반 대중에게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인 만큼 오래전부터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해 왔다. 그가 두 번째 리더연구 이후에 꼭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9년 후 이번 리더연구가 끝나면 은퇴까지 딱 1년이 남아요. 그때 멋진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들고 싶어요. 쥘 베른의 대표작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2024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았을 때, 방사광가속기 실험을 위해 독일 함부르크로 가면서 강연의 스토리를 고민하다가 처음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바로 쥘 베른 소설의 내용과 제 연구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함부르크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펼쳐 든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의 첫 장에는 함부르크가 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 역시 함부르크에 사는 광물학 교수였다. 그는 실제로 소설 속 주소를 찾아가 보기도 했다. 

 

“첫 챕터 첫 페이지에 함부르크 주소가 나와요. 깜짝 놀랐죠. 주인공도 함부르크에 사는 광물 전공 교수거든요. 직접 그 주소를 찾아가 봤는데 지금은 공터였어요.(웃음) 소설 속 지하의 강이나 바다 같은 장면을 읽다 보면 제 연구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광물이 물을 더 머금으면서 깊은 곳까지 이동하는 현상은 지하의 강에 비유할 수 있고, 지하 깊은 곳에서 만나는 바다는 지구 외핵의 철로 이루어진 바다를 떠올리게 하죠. 그런 연결점을 찾다 보니 최근 연구들과도 잘 맞더라고요. 결국 세계지질과학총회 기조강연도 이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은 책 속 인물들의 이동 경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구글어스를 이용해 함부르크와 탐험을 시작한 아이슬란드의 화산, 여정을 마친 이탈리아 스트롬볼리 화산 등 지표 동선 사이의 거리를 직접 측정해 보기도 했다. 과학적 가설이라기보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상상이지만, 궁금한 것은 직접 확인해 보는 그의 탐구 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큐멘터리의 밑그림도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학회에서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훗날 촬영에 도움을 줄 사람들도 미리 만나고 있다.

 

“얼마 전 나폴리 학회에서 이 이야기를 소개했더니 한 분이 발표가 재미있었다면서 아이슬란드 화산 이름 발음이 틀렸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이슬란드 지질조사소에서 근무했던 지질학자였어요. 체구도 건장해서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과 함께 떠났던 가이드의 이미지와 비슷하고요. 나중에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할 때 도와달라고 벌써 섭외해 놨어요.(웃음)” 

 

지질학계의 연구 지반을 다지다

이용재 교수는 자신의 연구만큼이나 국내 지질학계의 연구 기반을 넓히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4년째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의 학술지 <자원환경지질>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격월로 발행되는 학술지에 매년 60편가량의 논문을 소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1년에 60편 정도의 논문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지질학, 특히 지질환경 분야는 다른 기초과학에 비해 연구자 풀이 크지 않아요. 그럼에도 많은 연구자분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투고해 주셔서 지금까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적은 없었습니다.”

 

4년간 발행한 논문만 240편에 이른다. 국내 지질학계의 연구 인력과 투고 규모를 고려하면 결코 가벼운 목표가 아니다. 더욱이 학술지의 신뢰성을 위해 투고 논문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만큼 매년 60편의 우수한 연구를 발굴해 소개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활동은 자신의 연구를 넘어 학계 전체의 연구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제 개인적인 목표가 은퇴하기 전까지 논문 240편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4년 동안 편집위원장을 맡으면서 우연히 우리 지질학계 연구자들의 논문 240편을 세상에 내놓는 일도 돕게 됐네요. 그 점에서 큰 보람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번 리더연구 선정 역시 저 혼자 잘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계 전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런 만큼 국내 연구자들의 우수한 성과와 정보를 학술지를 통해 공유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학계와 함께 성장할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지난해까지 2년간 지질학회 이사를 맡았고, 현재는 광물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국내 지질학 연구의 기반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함께 풀어가고 싶은 지구의 난제들

이용재 교수의 시선은 자신의 연구 성과에서 다음 세대의 연구로도 향한다. 해마다 연구실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을 보며 놀라는 한편, 자신 역시 끊임없이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쌓아온 연구가 성과로 이어질 때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학생들 덕을 본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 아직 풀리지 않은 지구의 난제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미국 과학재단에서 동시대 지구과학의 주요 난제가 무엇인지 10년에 한 번씩 보고서를 내는데, 2010년대에는 9가지, 2020년대에는 12가지를 꼽았어요. 그 가운데 앞부분에 등장하는 여러 난제가 모두 지구 내부와 관련돼 있습니다. 지구 자기장이나 지진, 화산, 특히 초기 지구의 내부는 재현하기도 어렵고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런 난제들을 제 학생들이 제 뒤를 이어 연구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도 연구자로서 꼭 풀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 지질학적인 시간의 스케일에서 지구의 물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지구의 물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궁금해요. 바닷물로 대표되는 지표의 물은 먼 미래에 어디로 가게 될까요? 초수화 현상을 지질학적 시간 규모로 확장해 보면 지구 내부로 들어가는 물의 양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화성도 오래전에는 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표면의 물이 사라졌고 일부는 초기의 지질작용으로 인해 지하로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한때 역동적인 행성이었던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과정을 먼저 겪은 결과가 현재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지구의 물이 긴 시간 동안 광물과 어떤 반응을 하며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깊이 탐구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지구의 모습은 얼마나 많을까. 지구는 과거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며, 먼 미래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이용재 교수는 25년 넘게 광물의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며 그 작은 단서들을 지구와 행성의 거대한 변화로 연결해 왔다. 이제 그의 연구는 지구 내부의 물 순환과 초기 지구, 다른 행성의 진화까지 향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 한 걸음씩 길을 내는 탐험가처럼, 그의 나침반은 다시 새로운 질문을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