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나를 찾아 가는 길

임지영 모던구루 대표(법학 03)
  • 2026.03.20
현대인들의 난제, 잘 챙겨 먹는 일

바쁜 현대인들에게 잘 챙겨 먹고 제대로 챙겨 먹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삶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먹는 것조차 대충 넘어가기 일쑤이며, 정성껏 제철 식재료를 골라 다듬고 요리해 먹는 일이 ‘로망’일 정도로 현대인들은 자신을 돌볼 여유가 별로 없다. 성공한 삶, 선망받는 삶으로 여겨지는 대형 로펌 변호사였던 임지영 동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런 자신의 삶에 행복할 수 없었던 그는, 건강한 삶을 포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과감하게 삶의 방향을 틀었다. 고액 연봉, 안정된 직업보다는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 건강한 삶을 찾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 임 동문은 현대인을 위한 건강 간편식을 제공하는 ‘모던구루’를 창업해 바쁜 일상을 사는 이들이 ‘조금 더 건강하게 챙겨먹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확고했던 로펌 변호사의 꿈을 이루다

임지영 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꿈꿨다. 즐겨 봤던 <앨리맥빌>, <어 퓨 굿 맨> 등 해외 드라마와 영화에서 봤던 로펌 변호사들의 멋진 커리어와 활약상을 보며 로펌 변호사를 동경했고, 자연스레 법학과를 진로로 선택했다.

 

꿈이 확고했기 때문에 임동문은 대학 입학을 하자마자,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기보다는 변호사가 되는 길에 집중해, 사법고시 합격까지 단 2년 만에 재학 중 합격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학교의 고시반 지원은 큰 힘이 됐다. 

 

“빨리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로펌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최우선이었어요. 1학년 때부터 학과 과목도 착실히 챙겨 들으면서 사법고시 준비도 병행했어요. 사실 저는 고시 준비를 거의 학교에서 다 할 수 있었어요. 특히 학교에서 운영되는 고시반의 지원을 많이 받았죠. 서울에 사는 학생인데도 고시반에서 운영되는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어서 집중도 있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모의고사도 지원돼서 도움이 됐고요. 여러모로 굉장히 든든했죠.” 

 

사시 합격 후 학업을 마친 임지영 동문은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결국 꿈꾸던 로펌에 입사했다. 연수원 성적이 상위권이어야 가능한,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이었다. 여러 로펌 중에서도 임 동문이 가장 가고 싶었던 로펌이었다. 임지영 동문은 그렇게 어린 시절 자신이 꿈꿨던 커리어를 순탄하게 시작했다.

 

쉴 틈 없는 변호사의 삶을 뒤로, ‘진정 행복한 나’를 위한 선택

임지영 동문은 로펌 변호사의 다양한 업무 중에서 기업 송무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기업 송무는 기업 운영 과정에서 기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다양한 소송을 맡는다. 덕분에 배워야 할 것도, 업무량도 많았다. 하나씩 성취해 가며 동료들과 즐겁게 일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과 삶의 균형은 먼 이야기였다. 야근과 밤샘을 달고 사며 지치는 일상이 이어졌다. 

 

“바쁜 시기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새벽 5시까지도 밤을 새우면서 일했어요. 그렇게 밤새 서면을 써내고 집에 가서 잠깐 자고 다시 아침에 출근하는 날들이죠.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오후 시간은 대개 법원에 가서 일을 보거나 클라이언트와 미팅 등을 진행하게 되니 기록을 보고 서면을 쓰거나 혼자 집중해 처리하는 일들은 저녁 시간 이후에나 가능하죠.” 

 

그렇게 분주한 로펌 변호사로서 6년의 경력을 쌓은 후 임지영 동문은 로펌에서 주어지는 기회로 영국 런던 LLM 과정 해외연수를 떠났다. 영국에서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단순한 삶은 행복하고 여유로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시장에 들러 장을 보고 직접 집에서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서, 임 동문은 건강한 삶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강하게 잘 먹는 일상의 힘에 대해 깨닫게 됐다. 사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왔다. 

 

“기숙사에서 고시 공부할 때 방에 찜기를 가져다 놓고 고구마를 쪄 먹거나, 시리얼 대신 통밀 위트 박스를 갖다 놓고 먹을 정도로 예전부터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늘 있었어요. 부모님께서도 껍질 안 깐 호두를 가마니로 놓고 간식으로 주시고, 제철 식재료 등을 꼭 챙기셨는데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로펌 다니면서도 늘 건강한 삶, 건강한 식사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대충 끼니를 때우고 건너뛰면서 지금의 삶이 너무 건강하지 않고,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내가 바라던 삶인가, 행복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임지영 동문은 런던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연수 기간을 마치고 로펌으로 돌아왔다. 다시 시작된 바쁜 일상은 영국에서의 삶과 대비되면서 끊임없이 그를 고민하게 했다. 그렇다고 선뜻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임 동문은 6개월여의 고민 끝에 건강식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원했다면 독립해 그의 작은 사무실을 차릴 수도 있고 기업 변호사로서의 삶도 괜찮지 않았을까. 

 

“영국에 있는 동안 누렸던 삶이 내가 바라던 삶인데 이 삶을 버리고 다시 앞으로도 예전처럼 계속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정말 안 되겠더라고요. 단순히 일과 삶의 균형만이 중요했다면 아마 변호사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여러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위해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가야 한다면 진짜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살아봐야겠다 싶었어요. 주어진 여건에 맞춰서 살지 말고 진짜 관심이 있는 일로, 완전히 틀을 바꿔서요. 또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 자체가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나의 일을 완수해야 하는 만큼, 돈과 시간을 분리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시간과 돈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수백 번의 도전과 실패가 누적된 창업 준비

2018년 연수에서 돌아온 후 6개월 만에 창업을 결심했고, 결심이 선 후 6개월은 로펌에서의 일과 병행하며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임 동문은 창업 아이템으로 무엇보다도 자신처럼 바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간편하게 챙길 수 있는 건강식을 만들고 싶었다. 주말마다 에너지바, 비건 브라우니, 그래놀라 등 여러 가지 간편 건강식을 만들어 보면서 차근차근 레시피 연구를 했다. 메뉴 테스트 중에서 단연, 그래놀라에 대한 반응이 좋아 창업 아이템으로 확정했다. 당시만 해도 수제 그래놀라는 드물었기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의 유명한 그래놀라 가게를 찾아다니며 먹어본 그래놀라 종류만도 수십 가지다. 꼼꼼한 준비 끝에 임 동문은 영국에서 돌아온 지 1년여 만에 파트너 변호사 승진을 앞두고 로펌을 떠나 ‘모던구루’를 창업하며 수제 그래놀라 사장님이 됐다.

 

수백 번의 레시피 수정을 하며 버린 재료만도 수백 킬로그램이라는 임지영 동문의 수제 그래놀라. 수백 번씩 굽고 연구하며 무수한 실패와 도전 끝에 완성도 높은 레시피도 개발했고, 건강한 재료와 퀄리티에도 자신 있었다. 산후조리를 하면서도 노트북을 덮지 않고 상세 문구를 다듬고 포장지 샘플을 받아봤을 정도로 브랜딩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판매 초기에는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최선을 다해서 오픈을 했는데 거의 4개월 동안은 하루에 3-4개씩 팔리니까 너무 막막했어요. 마케팅을 해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잘 팔아야 하는지를 모르니, 그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냥 버텼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버텼죠. 그때는 주문이 들어오면 감사한 마음에 일일이 손 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그런 마음을 아셨는지 고객들이 좋은 피드백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그러다 모던구루의 창업 스토리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재됐는데, 폭발적인 주문과 함께 모던구루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단 이틀 만에 약 2억 원어치의 주문이 몰렸다. 이 주문을 소화해 내느라 수일 동안 밤새 그래놀라를 구웠다. 이는 임지영 동문만큼 간절하게 모던구루의 성공을 바랐던 남편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 덕분이었다. 

 

“당시 남편이 육아휴직 중이었어요. 남편은 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거든요.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남편이 한 포털에서 창업스토리 같은 기사를 발견하고 제 스토리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포털 회사의 기사 쓰시는 분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어요. 그 중 한 분이 관심을 보이셨고 인터뷰해서 실리게 된 것이죠.”

 

사실 처음에는 창업을 반대했었던 남편이지만, 창업의 희로애락을 곁에서 지켜보며 임지영 동문의 열정과 헌신을 잘 알기에, 현재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으로 모던구루를 널리 알리는 마케터로 함께하고 있다.

 

바빠도 잘 챙겨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누릴 수 있도록

모던구루는 ‘모던 (Modern)’과 ‘구루(Guru, 전문가)’가 합해진 것으로 네이밍에서 알 수 있듯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건강한 한 끼를 지향한다. 주력 제품은 수제 그래놀라. 국산 현미, 친환경 귀리, 올리브유 등 꼼꼼하게 선정한 재료를 사용하고 설탕, 밀가루, 화학첨가물은 배제한다. 단맛은 메이플 시럽으로 낸다. 일반 시중 제품 대비 당류는 80%, 나트륨은 84% 낮추고, 사과 15개 분량의 식이섬유를 담아 맛과 건강이 모두 살아있다. 모던구루의 수제 그래놀라는 식감도 남다르다. 견과류가 뭉쳐 있는 형태다 보니 딱딱하기만 할 것 같지만 입속에 넣으면 비스킷처럼 부드럽게 씹혀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다. 디카페인, 바닐라, 카카오 등 맛 선택의 폭도 다양한다. 모던구루는 그래놀라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믹스넛, 유기농 오트밀, 유기농 애사비, 밸런싱 티 등도 선보이며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다.

 

모던구루의 제품에서 임지영 동문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바로 고객 눈 높이에 맞는 건강한 원재료다. 

 

“제품마다 각 제품에 맞는 건강한 원재료를 수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괜찮아 보이는 원재료 농가가 있다면 전국 곳곳에 가서 직접 다 확인하고 선정을 하죠. 오트밀 제품을 출시할 때 저희 편의성만을 생각한다면 기존에 그래놀라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오트밀을 활용해 판매해도 됐겠지요. 그런데 오트밀의 경우 엄마들이 이유식으로 많이 선호하거든요. 내 아이에게 먹인다고 생각할 때 국산 유기농인 것을 더 선호하겠죠. 국산 유기농 오트밀을 취급하는 농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가공된 것까지 먹어보고 이유식으로 만들기에 충분히 부드럽고 맛있는지, 짠맛은 안 나는지도 다 비교해 보면서 협력 농가를 골랐어요.”

 

덕분에 모던구루의 제품 퀄리티와 맛은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켓컬리, 오아시스, 쿠팡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20년 매출 2억 원으로 시작해 2025년은 매출 30억 원을 달성, 5년 만에 15배 규모의 성장을 이뤘다. 그래놀라 누적 판매량만 110만 병이 넘는다. 그러나 경제적인 성장보다 임지영 동문에게 더 값진 것은 쌓여온 시간만큼 늘어나는 고객들의 값진 피드백이다. 자신의 새로운 도전이 누군가의 건강한 삶을 위한 작은 노력에 도움이 됐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초창기 후기 하나하나가 소중했던 시기에 달렸던 고객들의 후기들은 벌써 7년여가 지났어도 마음 깊이 남아 있어요. 그중 한 분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그래놀라를 워낙 좋아하셨는데 여러 브랜드를 다 먹어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그래놀라는 처음이라며 ‘인생 그래놀라’라고 댓글을 달아 주셨어요. 저에게 큰 힘이 됐던 기억이 있어요. 최근에는 저와 정말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고객분이 있었는데 공무원으로 너무 바쁘게 생활하다 건강을 챙기지 못했고, 이제 수술을 하고 입원 중이라며, 오트밀을 찾다가 저희 제품을 발견하셨다고요. 저희 브랜드 스토리를 보고 공감하시며 이런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더 감사했어요.”

 

건강한 삶을 위해 지금 나의 역할에 집중하기

자신과 또, 누군가의 건강한 삶을 돕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임지영 동문이 그리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균형 있는 삶’을 꼽는다. 

 

“사실, 여유를 갖는다는 게 놀기만 한다고 꼭 행복한 게 아니잖아요? (웃음) 일의 성취감도 분명히 중요하고요. 그렇다고 또 일이 생활을 지배해서는 예전의 저처럼 전혀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저는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영역과 충전할 수 있는 영역,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것과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 채울 수 있는 시간들. 이런 모든 것들에서 균형을 맞춰 가는 것이 건강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균형 잡기를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임지영 동문 역시 모던구루의 사장,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의 엄마 등 여러 역할을 해내야 하니 아슬아슬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임 동문은 무리하지 않고 한 가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요즘 제가 1인 4역 정도를 하는 기분이에요. 정말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저 지금 이 시간에 주어진 내 역할, 그 일에만 집중을 하려고 해요.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는 딱 엄마로서의 역할만, 회사에 있을 때는 딱 사장으로서의 역할만, 요리를 할 때는 요리하는 일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하루라는 시간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어느 정도 균형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지영 동문은 향후에도 매년 건강하면서도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1-2개씩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저당 고단백 에너지바를 구상하고 있는 중. 이를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그는 또 수백 번의 테스트를 하며 완벽한 맛과 건강의 균형을 찾아나갈 것이다. 자신이 이룬 많은 것을 뒤로할 만큼 지키고자 한 ‘건강한 삶’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건강한 맛’을 약속하며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맛은 무엇일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