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돕는 이로운 도구, 로봇
- 2025.12.17
이미 로봇은 트렌드가 됐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산업 섹터가 로봇 분야일 만큼 일상 곳곳에서 로봇을 만나게 되고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높다. 산업계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가시화되고 있고, 무인 카페의 바리스타 로봇이나 딜리버리 로봇, 물류센터를 오가는 로봇들은 흔한 풍경이다. 그렇다면, 이 로봇들은 점점 더 사람을 대체하게 되는 것일까. 로봇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누군가는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삶에 로봇이 필요하게 된 이유는 ‘사람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함이 아닐까.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고도의 기술을 집약해 만들어야 하는 로봇. 그중에서도 더 안전한 삶을 위한 순찰 로봇을 개발하는 ‘도구공간’의 김진효 동문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람이 하기엔 위험한 일을 대신하고, 위기 상황에서 사람을 돕는 ‘이로운 도구’로서의 로봇을 만들며, 그는 공공장소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사람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 그 중심에 김진효 동문이 만드는 로봇이 있다.
김진효 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창업의 꿈을 꿨다고 한다. 어린 시절 꿈이라기엔 의외지만, 김 동문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벤처 사업가를 꿈꿨다고. 그냥 사업가가 아니라, ‘벤처 사업가’를 꿈꿨기에 그가 공대로 학과 진로를 정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발명이나 과학, 로봇, SF 영화 등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공학계열이 그에게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큰 기대를 품고 발을 내디딘 연세의 캠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연세대학교는 폭 넓은 배움의 장이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길을 내 주었다.
“입학 후 너무 좋았어요. 당시에는 컴퓨터공학과, 전기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이런 분야가 합쳐져 있다가 또 나눠졌다 하는 변화의 시기였거든요. 덕분에 저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전기전자분야에서는 회로나 제어 관련해서 더 깊이 배우긴 하지만 컴퓨터공학을 통해 컴퓨터 구조도 배울 수 있고 기계공학 등을 통해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어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 중간에 있는 학과라고 할까요.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져 큰 도움이 됐죠.”
로봇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된 것도 대학시절이었다. 기계공학과 박영필 교수의 지도 아래 ‘로보인’이라는 로봇 동아리가 탄생해 그는 1기로 활동했다. 기계공학과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서 협업하며 로봇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했다. 현재에도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추억이자 자양분이다. 기술 기반 벤처 사업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경영 환경을 경험하는 인턴십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그의 꿈은 단순히 창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큰’, ‘글로벌 회사’를 만들고 싶었기에 이와 관련된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았다.
“창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로봇 동아리 활동이나 기술 개발, 아이템 개발 등과 더불어 회사 경험도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방학 때마다 인턴 활동을 줄곧 했어요. 시기마다 테마도 좀 다르게 잡았고요. IBM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통합 등 기술적인 면도 경험하며 대기업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일하는 문화를 접할 수 있었어요. 컨설팅 회사 ADL(Arthur D. Little)이나 AT Kearney & Company에서도 일했는데 운 좋게 신사업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죠. 창업을 하려면 사업에 대한 분석이나 신사업 개발 과정을 아는 것도 필요하잖아요. 해외 인턴으로 영국의 한 대학원 연구실에서 음향 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도 참여했습니다. 한 번은 창업이라는 것 자체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뜬금 없지만 패션 실내화 사업도 했어요. 실내화를 개인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커스터마이징 해 주는 것이었죠. 요즘은 인기인데, 너무 이른 시도였나 봐요. (웃음)”
김진효 동문의 대학 시절은 자신의 꿈을 위한 탐색, 그리고 꿈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바쁘게,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경험의 시간들로 자신의 역량을 쌓아갔다.
기술로 큰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꿈을 향해, 대학 시절부터 많은 경험과 배움을 좇아온 김진효 동문. 그런데 그는 졸업 후 LG디스플레이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이 역시 창업을 위한 일종의 준비 과정이었다.
“창업이 꿈이었기에, 훗날 ‘큰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 늘 고민이었어요. 학창 시절, 열심히 여러 경험을 한 덕분에 이것저것 조금씩 다 할 수는 있었어요. 작은 로봇 정도는 만들 수 있었죠. 좀 더 큰 아이템을 만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느껴졌죠. 그래서 졸업 무렵에는 현재 내가 가진 이 정도의 기술로는 큰 회사를 만들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 연구 개발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기업에 개발자로 취업을 하게 됐지요.”
그 곳에서 김진효 동문은 휴대폰, 모니터 등에 탑재되는 회로나 AI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창업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문화가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싶지만 김 동문은 너무 좋았다고 회상한다.
“사실 정말 힘들게 일했어요. 어쩌면 제가 일 중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당시 회사에 입사한 목적 자체가 빠르게 일을 배워서, 내 손으로 이런 규모의 회사를 빨리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배웠어요. 당시 LG디스플레이의 임직원은 3만 명 정도의 규모였죠. 2년 정도가 지나자, 이제 대학원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창업 아이템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신문기사에 국제캠퍼스의 글로벌융합공학과 모집 공고가 크게 난 것을 봤어요. 창업을 독려하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한 학과라는 홍보 문구가 있었는데, 여기에 가야겠다 싶었죠! 실제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학과였어요. 창업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밤새워 개발하고 연구하면서 지냈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함께 기술을 연구하고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을 변화시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환경은, 김진효 동문에게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뿐 아니라 ‘함께하는 시너지’를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김 동문은 크게 성장했고,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찾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학과마다 특성과 방향이 있겠지만, 제 경우엔 학부 졸업 후 바로 대학원 진학을 했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연구 개발 영역이다 보니, 사실 논문과 회사에서 연구하는 트렌드는 다른 결이 항상 있게 마련이거든요. 짧은 기간이지만 저도 회사에서 2년을 보냈고, 오래 경험하신 분들은 10년 이상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셨던 분도 있었어요. 이런 사람들이 모이니 속도도 빨랐고 연구 수준도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었죠. 또, 당시 정부의 ‘IT명품 인재 양성 사업’의 하나로 우리 대학교가 선정이 된 덕분에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보니, 연구 장비 등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너무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죠. 연구실에서 본격적으로 제 회사를 만들기 위한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진효 동문은 ‘자율주행’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처음에 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 자율주행 경비행기였다. 사람이 타는 드론과 같은 개념이다. 미래 시대에는 개인형 경비행기가 많아질 테고, 그렇다면 하늘에도 교통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착안해, 자율주행 분야 중에서도 항공 분야 연구를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연구를 해 보니 사업화하는 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분야였다.
“UAM 자율주행은 30년은 걸리겠더라고요. 그래서 땅으로 내려가자 싶었죠. (웃음) 아래를 봤더니 당시 자율주행 자동차가 각광받으면서 연구 개발이 한창인 때라서 김시호 교수님과 서지원 교수님의 지도 아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또 연구를 하다 보니 제가 창업을 하기에는 쉽지 않겠더라고요. 정치, 외교, 규제 등 고려해야 할 여러 요인들이 많아 사업의 자유도가 너무 떨어져 보였어요. 생활에 필요한 로봇으로 가자는 생각에 이르렀죠. 하늘에서 시작해서 차로, 그 다음 로봇으로, 결국 자율주행 로봇에 주력하게 됐습니다.”
손에 잡히는, 현실화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염두에 둔 김 동문의 연구 여정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감을 잘 보여준다. 그렇게 현실과의 거리를 좁혀가며 ‘자율주행 로봇’에 그의 미래를 걸었고, 박사과정 동안 다수의 특허를 내기도 하고, 10여 종의 로봇을 만들어 보는 등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해 왔다. 사실, 학계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명예로 생각하는 일반 연구자로서는 연구와 현실과의 균형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특수한 학과와 배움의 환경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사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연구 활동과 창업을 하기 위한 특허 취득이나 기술 개발은 색이 좀 다른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글로벌융합공학과 자체가 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제가 입학하던 때 개설됐다 보니, 학과에서 커리큘럼이나 방향성도 설계를 하고 있는 상태였고 저도 그걸 배워가며 하다 보니 어려움은 많았죠. 연구자로 남아야 할지, 창업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학위를 마치는 데 7년이 걸렸어요. 이 시간 동안 연구 성과도 만들고 창업도 같이 하느라 어떻게 보면 조금 길고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줄곧 창업이라는 한 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돌진해 온 것만 같지만 그 과정 동안 김 동문은 끝없이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해 온 것이다. 그러한 시간이 있었기에 연구자로서의 성과와 창업의 길이 연결되어 미래의 길이 완성됐다.
2011년부터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한 김진효 동문. 당시 로봇 연구는 상용화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연구를 진행하다 2014년부터 사업적으로 자신의 연구가 어느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지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른 로봇 회사들과 소규모 프로젝트도 하고,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듈 개발도 하는 등, 상업화를 위한 시도들을 이어가며 사업성 검토에 3년을 보냈다. 2017년, 김진효 동문은 이 정도면 상품화가 가능하겠다 판단하고, 자율주행 순찰 로봇 전문 스타트업 ‘도구공간’을 창업했다. 다양한 로봇 중 순찰 로봇을 전문 분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업화했을 때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로봇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창업했는데 두 가지 리스크가 있었죠. 하나는 진짜 로봇이 현실화가 되면 대기업에서도 진출할 아이템이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 로봇이 중국 등 외국산 로봇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제가 창업한 즈음, 로봇 회사들 대부분은 물류 센터용 배송 로봇이나 서빙 로봇을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제가 연구했던 자율주행 기술은 야외에서도 되고 실내에서도 되는 전천후 자율주행 솔루션이었고 이것이 가장 큰 강점이었어요. 이 기술을 어디에 쓰느냐를 고민할 때, 물류나 서빙 쪽은 시장은 있지만 진출하는 순간, 저가의 중국 로봇이나 대기업과의 경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틈새시장을 고민하다 화재사고나 원전 사고 등을 보면서 안전이나 보안 쪽에 로봇이 꼭 필요하다 싶었죠.”
그렇게 시큐리티 로봇에 집중해 시작한 창업. 시큐리티 로봇은 타 서비스 로봇에 비해 기술 개발의 난이도가 높다. 그렇기에 창업 초반엔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느라 수입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성장도 더뎠다. 그러나 8년 차를 맞는 이제는 기술 격차가 커져 어떤 기업도 도구공간을 쉽사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비교적 낮은 난이도의 기술로 시장에 진출했던 회사들은 중국산 로봇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문을 닫고 있다.
도구공간의 로봇 라인업은 기본적으로 모두 위험을 탐지하는 시큐리티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각각의 특화점을 가지고 있어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대표 제품인 이로이(Iroi)는 실내 순찰뿐 아니라 순찰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안내, 방역, 응급키트 딜리버리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범용성 다목적 순찰 로봇이다. 패트로버(Patrover)는 혹독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방수, 방진, 방열 등의 외장과 부품들로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 특화된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다. 로브제(Robjet)는 모듈 로봇 컨셉으로 산업 현장에서 대형마트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안전과 보안, 배송까지 활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에 특화되어 있다. 로브제는 어떤 사물이든 로봇화하겠다는 컨셉으로 도구공간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로봇이다. 커스터마이징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실외 특화 자율주행 순찰 로봇, 패트로버(Patrover) - 도구공간 사진 제공
도구공간의 순찰 로봇의 기술 완성도와 격차를 실감하게 하는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다. 자율주행 로봇이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로봇이라면 여기에 순찰 기능을 더하는 일은 다양한 위험 상황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기술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다.
“순찰 로봇은 실내외를 모두 다녀야 하죠. 이동만 잘한다고 목적이 충족되지도 않아요. 화재도 감지해야 하고, 화재가 감지됐을 때 1번 건물과 2번 건물에서 원하는 시나리오가 또 다르거든요. 어떤 곳은 전화를 해야 하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불이야’ 하고 소리를 내 알리면서 동시에 소화기를 가져다 직접 불을 꺼야 하는 곳도 있고요. 이 문제들을 풀려면 개별 건물마다 대형 SI(System Integration) 프로젝트를 수개월 동안 해서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는데, 저희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쉽게 만들어서 클릭 몇 번으로 시나리오가 셋업이 되도록 개발했어요.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든 짧은 시간 안에 로봇을 순찰, 보안 목적으로 셋업 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의 강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난이도 높은 순찰 로봇에 안내나 배송 등 다른 부가 기능을 확장하는 것은 오히려 쉬웠습니다.”
더 스마트한 순찰로봇을 위한 기술 고도화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동 시 충돌 방지, 현 위치 인식 등 자율주행 기능과 위험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소리・안면 인식 등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이런 고도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잡기도 한다. 안면 인식 기술의 적용 사례로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마약류 배송에 활용되고 있는데, 마약류 약재 관리자의 안면 인식 데이터를 로봇이 감지해 해당 관리자에게만 마약류 약재를 전달할 수 있는 로봇을 운용 중이다.
도구공간이 현재까지 판매・운영하고 있는 로봇은 100여 대가 넘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김진효 동문은 로봇 박람회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먼저 영업에 나선 적이 없다. 대부분 고객들이 먼저 도구공간을 찾아와 의뢰한다. 그만큼, 시장에 숨어 있는 니즈를 잘 찾아낸 것이다. 2019년부터 CES에 꾸준히 참가하며 높은 기술 완성도와 신뢰성을 인정받은 결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며 해외 고객들의 적극적인 협력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도구공간의 로봇은 결국 사람이 하기 싫어 하거나 위험한 일들을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에요. 그런데 미국이나 남미는 총기 사고나 강도가 많잖아요. 순찰 로봇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들이 작년부터 오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보안 전시 ISC WEST에 참여했다가 고객을 만나게 됐죠. 콜롬비아와 브라질 쪽에서 가장 큰 보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담당자가 경비 시장의 미래라고 하면서 저희 순찰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한국까지 와서 연구소를 보고 가기도 했고, 내년에는 본격 도입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SK하이닉스 미국 법인에도 순찰 로봇을 공급했습니다. 첫 수출이라 뿌듯합니다. 그곳에서는 경비를 서는 것 자체가 무서운 환경이라고 하더라고요. 로봇이 가서 안내와 순찰을 대신 하면 ‘사람’에게 중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죠. 우리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진효 동문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공간’이라는 사명에는 기술이나 로봇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고 사람을 돕는 데 활용하려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단지 새로운 기술,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니라, 로봇의 발전에 담긴 사회적인 가치에 집중한다. 그래서 도구공간의 순찰 로봇들은 이미 그 목적대로 충실히 쓰임을 다하고 있다.
“도구공간의 로봇들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발전소 외곽을 순찰하며 대기 환경을 모니터링하기도 하죠. 예전에는 사람이 암모니아나 오존 같은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장비를 들고 매일 3km씩 걸으면서 측정했어요.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밤에도 데이터가 필요한데 사람이 측정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일이죠. 지금은 우리 로봇이 장비를 탑재해 대기 환경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또 제철소에도 온도 등을 측정하는 로봇이 투입돼 있어요. 제철소 환경이 온도와 습도가 높고, 낡은 배관들도 많아요. 사람이 안전모를 쓰고 배관 이음새를 체크하고 온도도 체크해왔죠. 이제 위험한 일은 로봇으로 대체하고 사람은 안전한 공간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면 되죠. 이런 위험하고 불편한 일에 투입되는 로봇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늘 좋은 피드백을 받습니다. 안전한 일터에 기여하는 로봇인 셈이죠. 그런 반응을 들을 때 저 역시 가장 힘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범용성 다목적 순찰 로봇, 이로이(Iroi) - 도구공간 사진 제공
김진효 동문은 요즘 국내에 머무를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폴, 독일, UAE 등에서 기술 교류를 요청하거나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 그때마다 그는 로봇 산업의 변화와 기회를 엿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미국과 중국에서만 로봇 개발이 활발했다가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AI와 로봇이 막 확산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때 미국 로봇은 너무 비싸고, 중국 로봇은 아직 섬세하거나 고도화되지 않았고 신뢰도가 낮은 편이죠.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 로봇 회사들에게 기회가 많아요. 이 기회를 통해 해외 진출 다각화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테크 스타트업계는 특히나 연세 동문들의 네트워크가 단단하다. 2017년 학교 안에서 창업을 한 김진효 동문. 창업지원단의 지원 덕분에 그의 첫 사무실도 공학원에 자리를 잡았고 여러 방면의 지원과 함께 성장했다. 그곳에서 함께 성장한 동문 창업가들도 든든한 네트워크가 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 9월에는 동문 창업 기업이자 우리나라 대표 로봇 플랫폼 전문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도구공간이 4족 보행 순찰 로봇 솔루션 공동 개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뿐 아니라 모빌테크, 딥인사이트 같은 스타트업들이 모두 로봇이나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센서나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어서 협업할 만한 곳들이 많아요. 뉴빌리티 대표님도 우리 대학교 출신이시죠. 저랑 창업 시기도 비슷하고, 투자사도 비슷하고요. 이런 네트워크들이 계속 이어져 실제 사업에서도 협업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고, 또 개인적으로 서로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내일 천문학과 동문님이 창업한 딥인사이트와 도구공간이 함께 체육대회를 합니다. (웃음) 매년 하고 있는 행사예요. 간혹 연대 동문들은 잘 안 뭉친다는 얘기들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실제로 스타트업계에 나와 보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연세 동문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다채로운 성향들이 오히려 창업에 강점이 되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꿈꾸고 차근차근 준비해 오늘에 이른 만큼, 김진효 동문이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도 남다르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응원의 말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저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소명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한다고 해도 의미가 같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 역시 항상 갈망했던 것은 응원이었거든요. 창업이란 당연히 어려운 것이고, 실패의 반복이고, 당연히 지지받기 어렵게 마련이거든요.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증명해 내길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길을 응원합니다.”
김진효 동문이 꿈꿨던 ‘큰 회사’는 직원 10만 명 규모의 회사라고 한다. 아직 한참 남아 있는 목표지만 현재까지 그래왔듯이 꾸준한 발걸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 다짐한다. 동시에 김 동문은 순찰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인 만큼, 도구공간이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한다. 도구공간의 첫 순찰 로봇 ‘이로이(Iroi)’의 이름이 ‘이롭게 하다’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처럼, 사람과 미래에 이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그 신뢰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