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선보인 농산물 직거래의 혁신 플랫폼
- 2025.08.19
농업은 삶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우리 식탁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지며 생존과 맞닿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도 드물다.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첨단 기술도 농업에서만은 더디게 적용되고 있다. 장세훈 동문은 역으로 농업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농민과 기업 간의 B2B 거래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정확도 높은 가격 예측 정보를 통해 거래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임과 동시에 저부가가치 산업이라 여겨져 온 농업 분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농업에서 미래를 봤다.
많은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장세훈 동문 역시 마찬가지. 농업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의 사업 기반 역시 첨단 기술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학부 전공은 국어국문학이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것은 기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90년대 중후반에는 금융사나 무역회사 같은 대기업, 그리고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저는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고시가 저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기업보다는 전문직이 하고 싶었고, 제 성향과 맞는 언론고시를 생각했죠. 언론사는 상식이나 논술도 보고, 학과도 글을 다루고 쓰는 과이다 보니 더욱 그랬죠.”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당시 경쟁도 치열하고 들어가는 문도 좁았던 언론사 기자로서의 진로. 어려운 도전이었음에도 그는 4학년 졸업 무렵, 신문사에 당당히 합격했다. 입사 후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경험하며 많은 경력을 쌓았다. 늘 세상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직업인 만큼 기자 생활을 하면서 현재의 사업 아이디어를 착안했을 듯도 싶다.
“사실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치긴 했어요. 정치부 기자였던 사람이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무슨 AI 스타트업이야, 하고요. (웃음) 그런데 사람마다 자신의 지향성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누구는 안정지향적이고 누군가는 금전, 혹은 명예지향적이기도 하고요. 그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저는 성취지향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실행해서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데 관심이 많죠.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던 것 같고요.”
그의 성취지향적인, 그리고 새로운 일에 주저함 없이 도전하는 성향은 대학 시절부터 드러났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찾아 나섰다.
“대학 시절에는 남들이 잘 안 하는 것, 예컨대 해외 연수나 배낭 여행 같은 경험에 도전했어요. 지금은 너무 일반화된 경험이지만,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환경이었어요. 3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오면서 기자로 진로를 정하고 언론고시 준비를 시작했죠. 그런데 내가 기자가 되기 위해 부족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토익, 토플 등 영어 시험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연수를 결심했고, 해외에서 언론사 시험 준비를 했어요. 이전에 원 없이 대학 생활을 즐겼기에 아쉬운 것도 없었고,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죠.”
언론고시를 위해 해외 연수를 가고, 그곳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미래를 준비했다. 성취를 위해 어떤 경험이든 도전해 보는 장세훈 동문의 성향을 고스란히 알 수 있는 일화다. 덕분에 장 동문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 신문사에 합격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정치부 기자로 청와대 출입 기자까지 경험했다.
“기자의 꽃이라 불리는,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청와대 출입 기자예요. 정치부에서는 취재의 기회나 경험의 기회가 많은 만큼, 힘들기도 했죠. 남들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할 때, 저는 7시에 출근해서 12시에 퇴근하는 삶을 몇 년 동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 보직도 맡게 되고, 해외연수의 기회도 찾아왔죠. 2010년 중반, 미국 듀크대학교에 비지팅 스칼라(Visiting Scholar)로 가게 됐고, 나는 가장 열심히 사는 기자라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생겼죠. 더 넓은 세상에 다양한 일들이 있는데, 이제까지 좁은 시야로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인식의 전환을 맞아, 그는 자신을 한 번 더 도약시킬 수 있고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으로의 진학이었다.
장세훈 동문이 카이스트에서 새로운 배움을 찾아나선 것은 40대. 스스로도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에는 다소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체념하지 않고 기자로서 삶, 그간 쌓아온 역량을 십분 살리기로 했다. 기자는 세상을 넓게 본다. 다양한 경험과 내공이 그의 내면에 이미 채워져 있었다. 그간 쌓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동참하고 싶었다. 평일에는 기자로 일을 하고 주말엔 카이스트에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구에 몰입했다.
“대학원에서 ‘기술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어떤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관심이 크기도 했고요. 사실 그때는 인공지능에 대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 정도만 대중에게 알려져 있었죠.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미래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 생각했어요. 대학원에서 많은 현실의 문제들을 인공지능이나 나노기술 등의 미래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배웠죠.”
그간의 경력과는 너무 동떨어진 분야였지만 오히려 새로운 배움의 길은 활력소가 되었다. 기존의 업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전혀 다른 영역 자체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수업은 새로운 세계, 현실로 다가올 미래와 그를 이어줬고, 인생의 방향을 바꿀 만큼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창업이라는 길로 이어졌다.
물론 그간 쌓아온 기자로서의 경력이 창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자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한다. 사회, 산업, 정치의 특정 분야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들으며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는 사업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새로운 비즈니스든 혁신이든,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어떤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정리하고 판단하는 일이 가장 앞단에 있다. 시장 조사는 취재와 다를 바 없다. 단지 결과물이 사업으로 귀결되는지, 기사로 귀결되는지의 차이다. 새로운 배움의 장을 만나면서, 장세훈 동문은 인공지능 미래 기술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농산업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전혀 새로운, 그렇지만 가능성을 확신했던 아이템이었다. 이 아이템으로 사내 벤처를 만들어 에스앤이컴퍼니(SnE Company)를 만들고 분사에까지 이르렀다.
장세훈 동문이 2020년 설립한 에스앤이컴퍼니는 직거래 방식으로 농산물 B2B 선도거래 플랫폼 비굿(B-good)을 운영하고 있다. 농산품 기업 간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 제조 가공 기업의 구매 시스템은 예산을 기반으로 한 선주문 방식으로 구매가 진행된다. 때문에 선주문 계약을 위해서는 정확한 가격 예측이 필수다. 그러나 농산물은 너무 많은 환경 변수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 변동성도 커지게 마련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정확도 높은 가격예측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다. 위성 영상, 작물 이미지 등 다양한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정확도를 높여 가격을 예측한다. 구매 기업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식자재를 확보하고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장 동문은 어떻게 낯선 농업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했고, 사업의 아이템으로까지 선택하게 됐을까.
“제가 경제부 데스크 일도 했는데, 농업 분야에 관해서는 늘 농민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동시에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외식업이나 식품 제조 가공업 종사자분들도 어렵다고 하고요. 그때마다 왜 솔루션이 안 나올까 싶었어요. 사실 대안이 많지 않은 보수적인 분야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죠. 또, 우리나라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강국이지만 상대적으로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은 열위에 있잖아요. 그런데 농업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일으켰을 때 성과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농업 분야가 각광받지 못하고 있지만, 상기해 보면 해외 유명 대기업들이 1차 산업을 베이스로 한 곳들이 많죠. 시장은 큰데 제한적으로 접근했던 시장이고 넓게 보면 무척 유망한 시장이죠.”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농업의 변화는 더뎠다. 이는 기존 농업 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래된 산업인 만큼 혁신의 바람을 넣기에는 ‘관행’이라는 틀이 견고했다.
“농업은 아직까지도 관행이 많이 작용되고 있어요. 너무 오랫동안 영위된 산업이다 보니, 하던 대로 하는 부분이 많아요. 사실, 혁신을 끌어내는 것은 오히려 이전에 전혀 없던 분야가 수월하죠. 단단한 기성 산업에는 그만큼 기존 관행이 확고하기 때문이에요. 정보의 투명성도 별로 없는 시장이죠. 반대로 해석하자면 이런 기존 질서에 무엇인가 변화를 넣으면 그만큼 성과도 많이 나올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예요. 그래서 인공지능을 적용했을 때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거나 정보의 확장성을 키우는 것이 가능할 거라 봤어요.”
농업은 장세훈 동문이 잘 모르는 영역이었지만, 이 한계는 인공지능 기술이 답을 찾아줄 것임을, 미래 가능성이 무한한 영역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장 동문의 도전은 소위 ‘남들이 다 하는’ 인공지능만으로 승부수를 본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의 집요함에 있었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해결의 답을 찾는 것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플랫폼 사업이나 데이터 사업은 단번에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축이 되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전략을 세우고, 단계마다 차근차근 쌓아가야 어느 순간 빛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조바심도 생기고 이 사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어요.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극복해야 합니다. 저희는 아직까지도 그 과정에 있어요. 이제 창립 6년 차인데도 아직 미완성이거든요. 방대한 작업인 만큼, 정부나 대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냐는 말도 듣곤 합니다.”
농산물 B2B 선도거래 플랫폼 비굿(B-good) 홈페이지 www.bgood.co.kr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수급처가 필요하고 식품 제조사에서는 안정적인 공급 가격이 필요하다. 역시 그 핵심에는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정보 예측이 있다. 현재 에스앤이컴퍼니가 모으는 데이터는 500개 카테고리 내, 수십억 개에 이른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들이 담겼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데이터까지도 포괄한다. 아직도 미완성 단계라지만, 사실 에스앤이컴퍼니가 제공하는 가격 예측은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적중하고 있다. 수많은 변수들 속에서 어떻게 농산물 가격 예측이 가능한 것일까.
“과거부터 오늘까지 양파 가격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일반 농가나 관련 기업들이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일까지가 정부의 역할입니다. 농민도, 기업도 다 아는 정보인 셈이죠.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죠. 예측 가격에 맞게 농산품을 팔거나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오롯이 개인의 결정이고 개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보니, 미래 예측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죠. 저희는 500개의 카테고리 내에서 모은 정보를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해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측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200개가 넘는 항목을 예측하고 있는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처리하고 이를 저장한 데이터를 다시 추출해 분석하고 결과값을 내놓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굿 플랫폼에서 시중 농산물 가격에 어떤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압축해서 볼 수 있으며 향후 농산물의 가격 추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예측했던 일주일 후 가격을 실제 가격과 비교한 결과, 정확도는 97.97%에 이르렀다. 이런 높은 정확도 덕분에 농민은 가장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에 농산물을 팔 수 있고, 기업은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기업과 농가가 선계약 주문을 통해 수확 후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재고 비용의 부담을 줄였다. 이는 농업이라는 큰 사업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인 셈이다.
에스앤이컴퍼니에서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예측 정보는 거래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돕는다. (그동안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전무했다.) 이에 더해 장 동문은 농가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제에도 깊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못난이 농산물이다.
“못난이 농산물은 썩거나 상한 것이 아니지만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져 판매처를 확보하기 어려웠어요. 기업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요. 모양이 완벽하지 않아도 맛과 품질이 괜찮다면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죠. 상품성이 없다지만, 주스를 만드는 기업 등 식품 가공업체를 통해 상품성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잖아요. 그 지점을 발견하고 저희가 핵심 거래 상품으로 거래를 하니 농가와 기업 모두 좋아하죠. 정말 필요한 일이었다고, 저보고 꼭 오랫동안 이 사업을 해달라는 분들도 계세요.”
현재 서비스에 가입한 농가 네트워크 수만 3만 4천여 곳, 기업은 700여 곳에 달한다. B2B 비즈니스임을 감안하면 제법 큰 네트워크다. 사업의 인지도도 높아지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사업이 가지는 공익적인 측면도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가 크다. 에스앤이컴퍼니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농가의 수익은 높아지고 기업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세훈 동문의 사업 아이디어 덕분에 늘 어렵기만 하다는 이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급의 안정성을 유도하고 농산물 가격 안정화의 환경을 만드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제 기술적인 준비는 끝났다. 단순히 거래 가격 예측에서 나아가 생육, 작황 과정 등 농산품 전 주기를 아우르는 예측 데이터 플랫폼과 함께 사스(Saas)로 론칭하는 단계다. 플랫폼 상품 거래뿐만 아니라 기술 데이터 구독 등으로 생기는 기술 매출도 확장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본격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일본, 태국 등으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무역 매출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농식품을 수출하고 한국의 식품 제조 가공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통을 넘어 해외 무역까지 차근차근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역시 길게 보고 추진하는 일이다.
“해외 진출도 한 번에 되는 건 아니에요. 저희는 기술 기업이니 2023년에 전 세계 유사 기술에 대한 IP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습니다. 우리 기술이 효과적이고 독보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진출 국가를 선정해서 치밀하게 시장 조사와 경쟁 기업 조사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진출할 수 있는 것이고요. 또 각 나라의 환경이 모두 다르니 같은 권역이라도 모든 나라를 동일시하면 실패합니다. 그래서 시장 조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직접 가서 보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사람 관계를 잘 구축해 놓는 것도 필요하고요. 해외 사업은 사실 국내보다 훨씬 힘들죠.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준비해야 기반이 잡혀요. 올해 베트남에 사무소를 냈다고 하면 수년 전부터 준비한 결과가 이제 나오는 거예요.”
이제 그의 사업적 목표는 기술을 한층 고도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 무대를 넓혀가는 것.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모델이 정립되면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비롯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경제에서 농업의 비중은 크지만 스마트 기술이 본격 도입되지 않은 나라들에서 에스앤이컴퍼니의 기술과 솔루션이 분명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장세훈 동문은 지난 2022년 우리 대학교 기술지주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5월 연세 창립 140주년 기념식에서 동문기업으로 창업대상을 수상했다. 그간 이룩한 사업 성과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 사회적 가치와 영향력 등을 인정받은 것이다. 정부기관을 비롯해서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 동문에게 학교의 적극적 지지는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모교와의 관계가 동문이라는 위치에서 22년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사와 투자 스타트업으로 바뀌었죠. 그 말은 우리 회사와 관련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해 드린다는 말이고요. 아마도 저희에게 초기 투자를 해 주신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아요. 게다가 일반적이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격려 차원에서 상을 주신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웃음) 뿌듯한 일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않았던 분야에 ‘맨땅에 헤딩’했지만, 철저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으로 사업 성과를 일궈온 5년여의 시간. 가능성을 확신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역시 스타트업은 재미있지만 동시에 어려운 길이다.
“사실 매 순간이 재미있기는 해요. 동시에 힘들어요. 스타트업을 하는 제 삶은 90% 이상이 실패예요. 제 역할이라는 것이 투자도 받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인력도 채용해야 하죠. 매출도 일으켜야 하고요. 기술 측면에서도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저 앞단에 있지만 사실 낮은 단계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요.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 마주하는 조건들이 제가 원하는 것을 바로 내줄까요? 아니에요. 그래서 실패가 쌓여야 가능한 것이고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이죠. 10번의 기회에서 90퍼센트 실패하면 한 번은 성공하는 것이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100번의 기회에서 10번 성공해야 하는 것이죠. 왕도는 없습니다.”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장 동문은 쉴 틈이 없다. 주말과 평일의 경계를 잊은 지 오래다. 스트레스로 몸도 상하기 마련. 물리적 한계를 넘어가는 상황들이 늘 함께한다. 그 과정을 지나며 그는 집요하게 버텨왔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라는 인식도, 스타트업 대표로서 자부심도 그에게는 허상 같다. 그가 말하는 스타트업의 혁신이라는 것도 결국, 절박함과 집요함이라 말한다.
“저보다 똑똑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저보다 큰 역할을 맡아본 사람도 많을 테고요. 그런데 스타트업의 성과가 나오는 것은 어떤 절실함과 집요함의 차이에서 승패가 나뉜다고 생각해요.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을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기회는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저 과정에 있는 사람이에요. 스타트업 경영자로서 안 망하게 버티는 게 실력인 거죠. (웃음) 여느 대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기성 등급 농산물을 기존의 안정적인 방식대로 거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저를 주목할 이유가 없었겠죠.”
장세훈 동문은 혁신이란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이는 절실함과 맞닿아 있다. 성취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장 동문은 20년 기자로서의 삶을 뒤로 하고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은 농업 분야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열하게 집중해 왔다. 한 해에 등장하는 수십만 개의 스타트업 속에서 그의 치열함은 매 성장 과정과 고비마다 생존의 비결이 됐다. 장 동문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큰 기회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충분히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