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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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왼쪽부터) 윤동섭 총장, 스벤 리딘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장]

 

▶ 위대한 발견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스벤 리딘 원장에게 묻다

이날 오전 언더우드관에서는 ‘과학적 탁월성과 혁신적 발견을 위한 대학과 과학 리더십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장기적인 연구 투자와 국제협력, AI 시대 과학자의 역할과 대학 교육, 미래 연구자를 위한 조언까지. 위대한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놓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다음은 스벤 리딘 원장과의 주요 일문일답.

 

-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연구에 대학은 어떻게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나.

대학이 모든 연구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집중할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수한 연구자를 신중하게 선발하고, 그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평가하거나 방향을 바꾸면 연구자에 대한 신뢰와 연구의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의 목적은 노벨상을 받는 데만 있지 않다. ‘과학은 하나의 문화(Science is a culture)’다. 기존의 지식에 질문을 던지고 검증하며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다. 획기적인 발견에는 열정과 노력, 재능뿐 아니라 여러 조건과 운도 필요하다. 그러나 노벨상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지식과 성과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 위대한 발견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스웨덴의 대학·연구기관은 어떤 협력을 추구해야 하나.

먼저 대학이 어떤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특정 분야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협력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시작된다. 대학 간에 아무리 많은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과학자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공동의 연구 과제를 가진 과학자들이 먼저 만나 협력하고, 대학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제협력은 협정서가 아니라 실제 과학 연구에서 출발해야 한다.

 

- AI가 과학 연구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앞으로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AI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거나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2024년 노벨화학상과 관련된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는 AI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단백질 구조 데이터가 있었다.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단백질이 접히는 원리까지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다. AI는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깊이 있는 전문지식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대학도 학생들의 AI 부정행위를 막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기보다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익히고, 기존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AI가 발전할수록 제대로 교육받은 연구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연세의 젊은 과학자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Passion)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 진정한 흥미를 느끼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과학 연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어려움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바탕에는 자신이 이 연구를 진정으로 하고 싶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꽃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힘든 정원일도 즐거울 수 있다. 과학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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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스벤 리딘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장 특별강연 현장]

 

▶ 노벨상이 지켜온 세 가지 가치, 인류와 국경 그리고 시간

오전 대담에서 위대한 발견을 위한 연구자의 자세와 대학의 역할을 짚었다면, 오후 IBS관에서 열린 ‘음악과 함께하는 IBS Science Talk – What are Sciences worthy a Nobel Prize?’에서는 노벨상이 그 발견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살펴봤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과 역대 수상 사례를 통해 리딘 원장이 전한 노벨상의 가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인류에 대한 기여다. 노벨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도록 했다. 노벨상은 개인의 명예를 넘어 인류의 이해를 넓히고 세상을 변화시킨 발견의 가치를 인정하는 상이라는 것이다.

 

둘째, 국경을 초월한 보편성이다. 노벨은 국적과 관계없이 가장 합당한 인물에게 상을 수여하도록 했다. 국가 간 경계가 뚜렷했던 19세기 말, 이러한 원칙은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리딘 원장은 국적이 아닌 과학적 성취를 평가하는 원칙이 노벨상을 세계적인 상으로 발전시킨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셋째, 오랜 기다림과 검증이다. 획기적인 발견도 그 가치와 영향력을 인정받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리딘 원장은 1901년 최초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야코뷔스 판트호프의 연구가 수상보다 15년 앞서 이루어졌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새로운 발견이 노벨상으로 인정받기까지 약 2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대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리딘 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과학 연구 투자와 노벨상 수상 추이를 비교하며,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35~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개척하는 독창성이었다. 위대한 발견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여는 데서 시작되며,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감수하는 연구자의 도전과 그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연구환경이 필요하다.

 

결국 노벨상이 기리는 것은 단기간에 거둔 성과가 아니다. 인류를 위한 질문, 국경을 넘는 탐구,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친 도전과 검증이 만들어 낸 위대한 발견이다.

▶ ‘Next Nobel’, 위대한 발견이 탄생할 토대를 만들다

그렇다면 다음 노벨상을 준비하는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할까. 리딘 원장이 강조한 연구자의 열정과 대학의 인내, 장기적인 투자는 우리 대학교의 ‘넥스트 노벨 프로젝트(Next Nobel Project)’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우리 대학교는 2024년 한강 동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창립 140주년을 맞은 2025년부터 다음 세대의 탁월한 연구자와 창작자를 육성하기 위한 넥스트 노벨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 목표는 수상 자체를 넘어 인류의 난제에 도전할 인재를 기르고, 새로운 발견이 탄생할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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