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남의 일’에 벌을 줄까… “제3자 처벌의 뿌리는 정의감”

이영은 교수, 미시간대 바르네켄 교수와 아동 발달 연구 종합… 제3자 처벌의 도덕적 동기 규명
  • 2026.11.04
제품이미지

[사진. (왼쪽부터) 이영은 심리학과 교수, 펠릭스 바르네켄 미시간대학교 교수]

 

심리학과 이영은 교수가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펠릭스 바르네켄(Felix Warneken)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과 무관한 잘못된 행위에도 처벌에 나서는 이유를 발달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존 아동 발달 연구들을 종합해 이러한 ‘제3자 처벌(Third-Party Punishment)’ 행동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계산보다 공정성과 정의를 지키려는 도덕적 동기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Children’s Third-Party Punishment Reveals a Genuine Concern for Fairness and Justice」라는 제목으로 심리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 2026년 9월 게재됐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대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려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를 ‘제3자 처벌’이라고 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많은 성인이 낯선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불공정하게 행동하면 자신의 돈을 쓰면서까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행동을 왜 하는지를 두고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설명은 ‘전략적 이기성 관점(Strategic-Selfishness Account)’과 ‘정의 관점(Justice Account)’이다.

 

전략적 이기성 관점은 처벌이 당장은 손해를 가져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개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불공정한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거나, 상대방이 앞으로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지 못하도록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의 관점은 사람들이 개인적 이득과 관계없이 공정성과 정의를 지키려는 도덕적 동기에서 처벌한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논쟁이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기반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만약 제3자 처벌이 전략적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면, 평판을 관리하거나 미래의 사회적 관계에서 얻을 이익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한 뒤에 나타나야 한다.

 

반대로 이러한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도 제3자 처벌을 한다면, 이기적인 계산만으로는 처벌 행동의 기원을 설명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점에서 아동의 제3자 처벌이 언제부터 나타나고, 어떤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를 기존 발달 연구를 통해 살펴봤다.

제품이미지

[그림 1. 연령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는 제3자 처벌의 동기. 만 5~6세 무렵에는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관심이 처벌의 주요 동기로 나타나며, 9~12세 이후에는 평판과 전략적 이익을 고려하는 동기가 함께 작용하기 시작한다.]

 

분석 결과, 제3자 처벌의 기초가 되는 반응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후 8개월 영아도 화면에 제시된 규범 위반 상황에서 가해 캐릭터에 대한 처벌을 선호하는 반응을 보였으며, 3세 아동은 다른 아이의 물건을 망가뜨린 사람에게 “그러면 안 돼”라고 말하며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연구진은 아동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인의 잘못을 처벌하는지에 주목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에서는 아동이 다른 두 아이가 사탕 6개를 나누는 장면을 관찰하도록 했다. 한 아이가 사탕을 모두 독차지하고 상대방에게는 하나도 주지 않으면, 관찰자는 아무런 개입 없이 자신의 사탕을 지키거나 자신이 가진 사탕을 비용으로 지불해 불공정하게 분배된 사탕을 모두 버리도록 선택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아동은 나이가 들수록 사탕을 3개씩 공정하게 나눈 상황에서는 개입하지 않는 반면, 한쪽이 모두 독차지한 상황에서는 선택적으로 처벌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신이 직접 피해를 보지 않았고 처벌에 비용까지 들어가는데도 불공정한 행동을 바로잡으려 한 것이다.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는 제3자 처벌은 만 6세 무렵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아동이 처벌을 선택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관심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근거를 확인했다.

 

첫째, 아동은 처벌을 평등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영은 교수와 바르네켄 교수가 5~9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행 연구에서는 한 아이가 동전을 3대 1로 불공정하게 나눴을 때, 나이가 많은 아동일수록 더 많이 가진 쪽의 동전을 빼앗아 양쪽이 1대 1로 같아지도록 조정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아동은 심지어 상대방에게 모든 사탕을 몰아주는 ‘관대한’ 분배도 처벌했는데, 이는 단순히 이기적인 행동뿐 아니라 평등에서 벗어나는 상황 자체를 문제로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아동은 잘못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응보적 동기’에서도 처벌했다. 규범 위반자가 다른 사람에게 처벌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제3자 처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처벌 사실을 위반자나 주변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처벌을 선택했다. 평판이나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처벌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도덕적 동기에 기반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아동의 처벌은 피해자의 감정에도 영향을 받았다. 한 연구에서는 불공정한 분배를 당한 피해자가 슬픔을 표현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아동이 제3자 처벌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이 단순히 규칙 위반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감정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제3자 처벌이 이기적인 계산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어린 아동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성인은 다른 사람이 지켜볼 때 더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경향이 있지만, 5~11세 아동은 관찰자의 유무에 따라 처벌 행동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비용을 감수하는 제3자 처벌은 만 6세 무렵부터 나타나는 반면, 처벌 행동에 평판이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9~12세에 이르러서야 확인됐다. 연구진은 어린 아동이 불공정한 사람을 처벌하는 행동이 자신의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동은 불공정한 사람을 처벌한 인물을 피해자를 도와준 인물보다 더 공격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동기 역시 뚜렷하지 않았다. 불공정한 분배자가 이후 자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아동과 다른 사람이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아동 사이에는 처벌 경향에 차이가 없었다. 앞서 공정한 분배를 받았는지, 불공정한 분배를 받았는지에 따라서도 처벌 비율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아동이 미래의 이익이나 자신의 자원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처벌을 조절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제3자 처벌의 초기 발달에는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평판 관리나 자기 보호와 같은 전략적 동기는 성장 과정에서 점차 발달하며,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도덕적 동기에 추가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제3자 처벌의 발달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동의 처벌 성향과 나눔 행동 사이의 관계, 개인별 차이를 살펴보는 한편, 타인에게 바르게 보이려는 ‘사회적 바람직성’이나 실험자의 기대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구의 고학력·산업화·부유·민주 사회를 뜻하는 ‘WEIRD’ 사회를 넘어 다양한 문화권의 아동에게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과 무관한 불공정한 행동에도 개입하는 이유를 아동의 발달 과정에서 살펴봄으로써, 제3자 처벌의 바탕에 공정성과 정의를 지키려는 도덕적 관심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개인의 이익을 고려하는 전략적 판단보다 정의에 대한 관심이 발달적으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 인간의 도덕성 발달과 사회적 규범 형성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조민서(식품영양학·영어영문학 24) 학생

 


논문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