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교수팀, 강 하구 삼각주가 커질수록 진흙 많아지는 원리 규명
- 2026.11.03
[사진. (왼쪽부터) 지구시스템과학과 김원석 교수, 김민식 박사]
지구시스템과학과 김원석 교수 연구팀이 강 하구에 퇴적물이 쌓여 형성되는 삼각주가 커질수록 모래보다 진흙의 비중이 높아지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삼각주가 성장하면서 지형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진흙을 포집하고 보존하는 능력도 함께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UC Riverside), 네덜란드 유트레흐트대(Utrecht University) 등과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질학 분야 국제 학술지 『Geology』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삼각주일수록 모래보다 입자가 작은 진흙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이러한 현상을 주로 강 상류에서 유입되는 퇴적물의 양과 입자 크기 등 외부 요인으로 설명해 왔다. 즉, 상류에서 어떤 퇴적물이 얼마나 공급되는지가 삼각주의 퇴적물 구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상류의 퇴적물 공급뿐 아니라 삼각주 자체의 성장과 지형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물의 흐름과 지형 변화를 재현하는 수치모델(Delft3D)을 활용해 해수면 상승률과 퇴적물 비율에 따른 64가지 삼각주 진화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다. 여기에 미시시피강과 갠지스강 등 전 세계 10여 개 주요 삼각주의 현장 관측 데이터를 결합해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래와 진흙은 삼각주가 성장함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퇴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자가 크고 무거운 모래는 주로 물길인 수로 주변에 쌓이기 때문에 삼각주 형성 초기에 포집 효율이 빠르게 높아진 뒤 포화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물에 떠서 멀리 이동하는 가벼운 진흙은 삼각주가 커질수록 더 넓은 지역에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각주가 성장하면 수로 사이에 펼쳐진 평탄한 지형인 ‘삼각주 평원(Delta Plain)’이 넓어지고, 강물이 수로 밖으로 범람할 때 진흙이 평원에 가라앉아 쌓일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삼각주가 커질수록 자체적으로 진흙을 포집하고 보존하는 능력이 높아지면서 퇴적물의 진흙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삼각주 내부의 지형 변화와 퇴적 과정이 상호작용해 나타나는 ‘자생적 진흙화(Autogenic Muddification)’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이는 상류에서 공급되는 퇴적물의 특성뿐 아니라 삼각주의 성장 자체도 퇴적물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그림. 삼각주 성장에 따른 지형 변화와 모래·진흙의 퇴적 양상을 보여주는 수치모의 결과]
이번 연구는 지층 형성 과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기존에는 지층의 위쪽으로 갈수록 퇴적물 입자가 작아지는 ‘상향 세립화’ 현상을 주로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이동한 흔적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삼각주가 바다 쪽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지층이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지층의 퇴적 환경과 형성 과정을 해석할 때 삼각주 내부의 지형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번 연구 결과는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연안 복원과 탄소 저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각주에 쌓이는 진흙은 지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유기탄소를 장기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갯벌과 염습지 등 연안 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인 ‘블루카본(Blue Carbon)’의 보존 측면에서도 진흙 퇴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논문 제1저자인 김민식 박사는 “삼각주의 진흙 퇴적은 강 상류에서 공급되는 퇴적물의 양뿐 아니라, 삼각주가 커지면서 진흙을 가두는 능력이 높아지는 내부 지형 변화의 영향도 받는다”며 “하구 복원과 퇴적물 관리 과정에서도 지형 변화에 따른 진흙 포집 효율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원석 교수는 “삼각주가 진흙을 많이 품을수록 해수면 상승에 맞서 지반을 유지하고 유기탄소를 가두는 ‘블루카본’ 역할도 강화된다”며 “인공 제방으로 물길을 막아버리면 자연적인 진흙 포집 과정이 차단되는 만큼, 하구 생태계와 수문학적 연결성을 회복하는 자연기반해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과 교육부 G-램프(LAMP) 사업 등을 통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