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표적, ARS 단백질의 숨겨진 잠재력

김성훈 교수팀, 면역 조절부터 항암 반응까지 이끄는 생물학적 기전 확인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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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약학대학 김성훈 교수(바이오융합공학과)]


우리 몸은 수많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는 DNA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아미노산을 연결해 특정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이 과정에는 체내 화학 반응이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효소가 필수적으로 관여한다. 특히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 ARS)’는 각각의 아미노산을 이에 대응하는 tRNA에 정확히 결합시켜 단백질 합성을 돕는 핵심 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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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ARS)의 촉매작용이 관여하는 단백질 합성 과정]

 

ARS는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ATP를 이용해 특정 아미노산을 활성화하고, 이를 tRNA에 정확히 전달해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또한 인간 세포 내에서 여러 ARS 효소는 서로 결합해 다중 tRNA 합성효소 복합체(Multi-tRNA Synthetase Complex, MSC)를 형성한다. 이 복합체는 단백질 합성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효소의 기능을 조절하고,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ARS는 오랫동안 유전 암호에 따라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효소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우리 대학교 약학대학 김성훈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해 인간의 ARS가 진화 과정에서 단백질 합성뿐 아니라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을 조명했다.

 

연구팀이 종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RS 고유의 효소 활성은 세포 내외의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될 수 있다. 자외선이나 산화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위협이 발생하면 일부 ARS는 단백질 합성 속도를 늦추거나 다른 아미노산을 결합시켜 항산화 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포를 보호한다. 예를 들어 체내에 젖산이 풍부한 조건에서 ARS의 일종인 AARS1과 AARS2는 특정 면역 단백질의 젖산화를 유도해 면역 신호를 억제하고 대사 변화에 대응한다.

 

이와 함께 MSC는 구성 효소의 구조를 닫힌 상태와 열린 상태로 전환하며 활성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나아가 아미노산이 결합된 tRNA가 단백질 합성 장소인 리보솜으로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식사나 생리적 요인에 의해 세포 내 아미노산과 에너지(ATP) 수준이 변하면 MSC 내부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능을 조절하며 항상성 유지에 기여한다.

 

ARS는 진화 과정에서 기존의 효소 반응 외에 새로운 기능도 갖추게 됐다. 일부 ARS는 ‘WHEP’라는 도메인을 획득해 단백질 합성과 무관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HARS1의 WHEP 도메인은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염증 신호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세포는 하나의 ARS 유전자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유전자 정보를 다르게 가공하거나 완성된 ARS에 화학적 변형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ARS가 작용하는 위치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ARS와 구조적으로 관련된 일부 단백질은 본래의 효소 기능을 잃는 대신 아미노산 부족 상태를 감지하는 영양분 스트레스 센서로 작용해 세포의 적응을 돕기도 한다.

 

ARS는 신체 전반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계에서는 일부 ARS가 신경세포인 뉴런의 골격 구조 유지에 관여한다. 또한 루게릭병과 관련된 변이 단백질과 ARS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이 신경세포 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사 조절 과정에서는 인슐린 자극에 따라 지방산 흡수를 촉진하고, 포도당이 풍부한 조건에서 지방 합성을 억제한다. 면역계에서는 특정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해 염증 신호를 조절한다. 또한 염증 반응으로 아르기닌이 부족해지면 일부 ARS가 이를 감지하고 면역 신호에 영향을 미쳐 면역세포의 반응을 조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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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포도당 농도에 따라 ARS의 일종인 LARS1이 다르게 작동하는 모습]

 

이처럼 ARS가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은 질병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암과 관련해 ARS는 암세포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종양의 성장을 돕거나 억제하는 상반된 역할을 수행한다. 암세포의 생존을 돕기도 하지만, 반대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거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항암 면역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감염성 질환에서도 ARS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의 감염에 대응하는 초기 면역 방어 과정에 관여한다.

 

ARS는 이제 단순히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넘어 영양분과 대사 물질을 감지하고, 세포 내 신호 전달과 항상성 유지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ARS는 독립적인 신호 전달 경로를 새롭게 형성하기보다 기존의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에 관여하며 상황에 맞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ARS 복합체(MSC)의 유동적인 구조를 고려할 때, ARS가 기존의 효소 기능과 신호 전달 등 비효소적 기능을 어떻게 전환하는지, 세포 내 위치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암과 자가면역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치료가 어려운 질병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신약과 치료제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2026년 7월 세포·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분자세포생물학(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에 게재됐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민지혜(식품영양학 25)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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