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 미국지구물리학회 AGU 펠로우 선정
- 2026.10.23
우리 대학교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가 미국지구물리학회(American Geophysical Union, AGU)의 2026년 유니언 펠로우(Union Fellow)로 선정됐다.
AGU 펠로우는 지구·우주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과 혁신적인 연구 방법론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학문적 성과를 통해 과학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영예다. 연구의 탁월성뿐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 개방형 과학 등 학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기여도 함께 평가한다.
2000년부터 AGU 회원으로 활동해 온 안 교수는 30여 년간 엘니뇨와 기후 역학 연구에 매진해 왔다. 특히 엘니뇨와 라니냐의 비선형적 특성을 규명하고, 기후변화의 비가역성을 연구하며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넓혀 왔다. 이번 선정으로 안 교수는 매년 전체 회원의 0.1% 이내에서 선발되는 AGU 펠로우의 영예를 안았다.
기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오랜 탐구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안순일 교수를 만나 지난 연구 여정과 주요 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2026년 유니언 펠로우 안순일 교수 소개 화면]
1996년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30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 왔는데,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연구해 온 스승님과 동료 연구자들,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기후과학은 지구과학의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울러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가진 전문성과 다른 연구자들의 전문성이 합쳐져야 비로소 좋은 연구가 만들어집니다. 이번 펠로우 선정 역시 혼자 이뤄낸 성과라기보다 지난 30년간 다양한 국제 활동과 협업을 통해 맺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하나의 성과보다는 한 주제를 오랫동안 깊이 탐구하며 학문 발전에 기여한 점을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집중해 온 핵심 연구 주제는 바로 ‘엘니뇨’입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고, 반대로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라고 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계에서는 두 현상을 서로 정반대에 있는 선형적인 관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강한 ‘비선형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엘니뇨는 라니냐보다 해수면 온도 변화 폭이 크지만 지속 기간은 짧은 반면, 라니냐는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도 더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원리를 기후 역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주류였던 선형적 관점에서 벗어나 엘니뇨와 라니냐의 차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비선형 역학의 틀을 제시한 것이 중요한 연구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년간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SRC) 지원을 받아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엘니뇨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도 수행했습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 이후 탄소중립이 중요한 국제적 과제가 됐습니다. 저 역시 탄소중립을 달성했을 때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동안 축적된 탄소의 영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은 기후의 ‘비가역성’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기후 시스템이 곧바로 과거 상태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수명을 100년이라고 할 때, 변화한 기후를 되돌리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면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는 이를 한시적인 비가역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파리협정의 목표에는 탄소 감축 비용과 경제성장 둔화 등 현실적인 조건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역학의 관점에서 기후 시스템이 비가역적으로 반응하거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는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별적인 기상 현상을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관측 자료와 비교하면 최근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스콜성 폭우와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과거에도 같은 수준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구조가 달라지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태풍이나 국지적인 저기압 시스템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이 매우 가파릅니다. 이는 한반도 주변 북태평양을 비롯한 인접 해역의 수온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우리가 경험하는 갑작스러운 기상 현상을 단순히 일시적인 이상 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기후 시스템 자체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해 온 엘니뇨와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특히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탄소중립 정책 속에서 실제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연구자로서 중요한 문제에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작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그러한 성취감을 꾸준히 느끼며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30년간 이어진 안순일 교수의 연구는 엘니뇨와 라니냐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 기후변화가 남기는 장기적인 영향으로 확장돼 왔다. 안 교수는 기후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다양한 연구자 간의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먼저 자신의 분야에 탄탄한 기초 지식을 쌓은 후에, 본인만의 전문 분야를 넓혀가라”고 조언했다. 오랜 시간 하나의 질문을 놓지 않고 탐구해 온 그의 연구 여정은 기후과학의 발전이 꾸준한 질문과 협업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터뷰: 연세소식단 민지혜(식품영양학 25)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