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표 교수팀, 선형 편광 발광하는 층간 엑시톤 구현
- 2026.10.12
[사진. (왼쪽부터) 물리학과 김관표 교수, G-LAMP 사업단 윤태근 박사후연구원, 서강대 물리학과 이병찬 연구원, 최영우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 Irvine) 남성우 교수]
물리학과 김관표 교수 연구팀이 서로 다른 결정 대칭성을 갖는 2차원 반도체를 결합해 특정 방향으로 선형 편광된 빛을 방출하는 층간 엑시톤(Interlayer Exciton)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빛의 편광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차세대 광전자소자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엑시톤은 반도체 내에서 음전하를 띠는 전자와 양전하를 띠는 정공이 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해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반도체가 빛 등의 에너지를 흡수하면 전자가 들뜬 상태로 이동하고, 전자가 떠난 자리에는 양전하를 띠는 정공이 남는다. 이후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방출될 수 있다.
특히 전자와 정공이 서로 다른 2차원 물질의 층에 존재하는 경우를 ‘층간 엑시톤’이라고 한다. 층간 엑시톤은 일반적인 엑시톤보다 수명이 길고, 전자와 정공이 서로 다른 층에 위치해 수직 방향의 전기쌍극자를 형성하므로 전기적으로 제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광전자소자와 엑시톤 수송, 양자현상 연구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층간 엑시톤 연구는 주로 결정 대칭성이 높은 2차원 반도체를 기반으로 이뤄져, 특정 방향으로 편광된 빛을 방출하는 이등방성 층간 엑시톤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정 방향에 따라 빛의 흡수와 방출 특성이 달라지는 저대칭성 물질을 활용하면 이러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서로 다른 물질을 결합할 경우 전자와 정공의 운동량이 일치하지 않아 빛을 방출하는 재결합 과정이 억제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림. (가) 운동량 정합을 통합 ReS2/WS2 이종접합에서의 층간 엑시톤 형성 모식도 / (나) 편광 분해 광발광 측정을 위한 실험 구성 모식도 / (다) 고정된 여기광 편광 조건에서 검출 편광 각도에 따른 광발광 스펙트럼 / (라) 여기광 편광 각도에 따른 광발광 스펙트럼]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 대칭성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레늄(ReS₂)과 이황화텅스텐(WS₂)을 결합했다. 저대칭성 물질인 ReS₂의 단일층 또는 이중층 구조와 고대칭성 물질인 WS₂의 이중층 구조를 적층해 전자와 정공의 운동량이 Γ점(감마점)에서 일치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전자와 정공이 서로 다른 층에 존재하면서도 운동량 보존 조건을 만족해 빛을 방출하는 직접 층간 엑시톤을 구현했다.
실제로 연구 초기에는 단일층 ReS₂와 단일층 WS₂를 결합한 구조에서 원하는 층간 엑시톤 발광을 관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팀은 시료 구조와 발광 원리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전자와 정공의 운동량 정합이 핵심 요소임을 확인하고, WS₂를 이중층으로 변경해 이종접합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연구팀은 편광 분해 광발광 측정을 통해 이종접합 구조에서 세 개의 층간 엑시톤 발광 피크를 관찰했다. 특히 빛을 검출하는 편광 방향에 따라 발광 세기가 크게 달라지는 강한 선형 편광 특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특성은 ReS₂의 결정 방향에 따른 고유한 광학적 성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ReS₂가 지닌 방향성이 두 물질을 결합한 이후에도 층간 엑시톤의 발광 특성에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시간분해 광발광 측정에서는 층간 엑시톤이 ReS₂ 자체의 엑시톤보다 긴 수명을 나타냈으며, 온도가 낮아질수록 층간 엑시톤 발광이 강화되는 특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제일원리 다체 계산을 통해 두 물질의 전자 상태가 Γ점에서 직접 층간 밴드갭을 형성하고, 강한 방향성을 갖는 층간 엑시톤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주목할 점은 층간 엑시톤이 방출하는 빛은 강한 선형 편광 특성을 보이지만, 전체 발광 세기는 입사광의 편광 방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빛의 흡수가 주로 대칭성이 높은 WS₂에서 일어나는 반면, 층간 엑시톤의 발광에는 ReS₂의 방향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적층 각도에서도 층간 엑시톤의 에너지와 편광 특성이 유사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결정 대칭성과 밴드 구조를 갖는 2차원 반도체의 운동량을 정합해 원하는 엑시톤의 광학적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편광 선택형 발광·광검출 소자와 방향 의존적 엑시톤 수송 소자 등 다양한 광전자소자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관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결정 대칭성을 가진 2차원 반도체의 밴드 구조와 운동량을 조절해 각 물질의 특성을 하나의 층간 엑시톤에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빛의 편광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광전자소자 개발과 방향성을 갖는 엑시톤의 생성·수송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우리 대학교 G-LAMP 사업단 윤태근 박사후연구원과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이병찬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관표·조두희 교수, 서강대 최영우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 Irvine) 남성우 교수 등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우리 대학교 및 서강대학교 G-LAMP 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에 9월 29일 자로 정식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