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교수팀, 남극 빙붕 아래서 철광층 형성의 새 단서 발견
- 2026.10.08
[사진. (왼쪽부터)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 윤재경 연구교수]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팀이 남극 빙붕 아래 해저 퇴적물에서 새로운 철 산화 세균을 발견하고, 이 세균이 가진 단백질이 물에 녹아 있는 철(II)을 철(III)로 산화하는 기능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햇빛과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미생물이 철 광물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고대 지구의 철광층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철은 지구의 산화환원 환경과 다양한 생지구화학 순환을 연결하는 핵심 원소다. 특히 철과 규산염이 띠 모양으로 반복돼 나타나는 ‘호상철광층(Banded Iron Formation, BIF)’은 선캄브리아 시대에 형성된 대표적인 철광석 자원으로, 당시 해양 환경과 생물 활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질학적 기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철 퇴적에 생물학적 과정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기존에는 남세균이나 무산소 광합성 미생물이 빛을 이용해 철을 산화시키는 과정이 주요 생물학적 형성 기작으로 제시돼 왔다. 하지만 지구가 광범위하게 얼음으로 덮였던 신원생대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시기에는 빛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철이 어떻게 산화되고 퇴적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경로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비광합성 철 산화 경로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2013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 라르센 C 빙붕 인근 수심 324m 해저에서 채취한 약 2.4m 길이의 퇴적물 코어(GC16B)를 분석했다. 이 퇴적층에는 약 1만 2천 년에 걸쳐 빙붕과 해양 환경이 변화해 온 기록이 남아 있다. 연구팀은 37개 퇴적층의 미생물 군집을 분석하고, 일부 층에서는 전장 메타유전체 분석을 통해 미생물의 유전적 특성과 대사 기능을 살폈다.
[그림1. 남극 라르센 C 빙붕 아래 홀로세 해저 퇴적층의 미생물 생태계 변화]
분석 결과, 퇴적층의 미생물 군집은 해양 환경 변화에 따라 세 단계로 뚜렷하게 구분됐다. 특히 빙붕 아래 빛이 차단되고 산소가 부족했던 퇴적층에서는 탄소·질소·황·메탄 순환 등에 관여하는 다양한 화학무기영양 대사 유전자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미생물 간 상호관계 분석을 통해 이 환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배양 세균을 찾아내고, 메타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유전체를 복원했다.
이 세균은 기존에 알려진 미생물과 구별되는 새로운 계통으로 확인됐으며, 연구팀은 ‘Candidatus Mariimomonas ferrooxydans(마리이모모나스 페록시단스)’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유전체에서는 철(II) 산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외막 단백질 ‘Cyc2’ 유전자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Cyc2의 기능을 직접 검증했다. 해당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발현시킨 뒤 철(II) 산화 정도를 측정한 결과, Cyc2를 발현한 대장균에서 철(II)이 대조군보다 훨씬 빠르게 산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물에 잘 녹는 철(II)이 산화돼 철(III)으로 바뀌면 용해도가 크게 낮아져 침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이 장기간 반복될 경우 철 광물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림2. 남극 빙붕 아래 철 산화 세균의 기능과 미생물에 의한 철 광물화 과정]
이번 연구는 빛과 산소가 거의 없는 남극 빙붕 아래 환경에서도 화학무기영양 미생물에 의한 철 산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유전체 분석과 기능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 특히 현대의 남극 빙붕 아래 환경에서 확인한 이러한 과정은 광합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신원생대 눈덩이 지구 시기의 철 퇴적을 이해하는 새로운 생물학적 모델을 제시한다.
논문의 제1저자로 이번 분석을 주도한 윤재경 연구교수는 “1만여 년의 기록이 담긴 남극 퇴적층의 DNA를 분석해 당시 환경과 미생물 생태계를 재구성하고, 핵심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복원해 관련 단백질의 기능까지 확인했다”며 “환경 시료의 유전정보 분석과 기능 실험을 함께 활용해 과거 지구에서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연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마이크로바이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남극 빙붕 아래에서 빛 대신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이 철 광물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광합성 중심의 기존 설명을 보완하고, 지구 환경과 미생물 활동의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우리 대학교 윤재경 연구교수, 이보영 연구교수, 곽민정 박사를 비롯해 성균관대 윤환수 교수, 극지연구소 유규철 책임연구원, 서울대 황청연 교수, 경상국립대 권순경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 유형2)·국가연구소(NRL2.0)사업, 해양수산부의 해양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생태환경관리 기술개발사업, 극지연구소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icrobiome’에 10월 8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 교수팀은 앞서 제주도 마라도 미생물에서 적조 생물을 제거하는 물질의 생성 원리를 밝히고, 독도 미생물에서 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등 해양 미생물 연구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