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호 교수팀, 자기장 없이 전류만으로 자석 방향 뒤집는 초저전력 소자 구현
- 2026.09.09
[사진. (왼쪽부터) 물리학과 조만호 교수, 노승원 박사]
물리학과 조만호 교수팀이 전자와 스핀이 독특하게 움직이는 저대칭 위상물질 비스무트-안티모니(Bi₁₋ₓSbₓ)를 활용해, 별도의 외부 자기장 없이 전류만으로 자석의 방향을 뒤집는 소자를 구현했다. 연구팀이 구현한 수직 스핀 생성 효율은 기존 저대칭 소재보다 5배 이상 높았으며, 자화 반전에 필요한 전력 밀도는 기존 저대칭 소재보다 약 10배, 기존 중금속 소재보다 약 100배 낮았다.
자기저항메모리(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이하 MRAM)는 자화의 서로 다른 방향을 디지털 정보 ‘0’과 ‘1’로 저장해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다. 특히 전류가 만들어내는 스핀으로 자화를 제어하는 스핀-궤도 토크(Spin-Orbit Torque, 이하 SOT) 방식은 빠르고 낮은 전력으로 동작할 수 있어 차세대 MRAM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소재에서는 스핀이 주로 박막과 평행한 방향으로 생성된다. 고집적 MRAM에는 자화의 위·아래 방향을 정보 상태로 활용하는 수직 자화 구조가 유리하지만, 면내 스핀만으로는 자화가 어느 방향으로 뒤집힐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수직 자화를 안정적으로 반전시키려면 외부 자기장이나 별도의 추가 구조가 필요했다.
반면 박막에 수직한 방향으로 생성되는 스핀은 자화 반전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 외부 자기장 없이도 수직 자화를 반전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의 거울 대칭성이 깨진 저대칭 위상물질 비스무트-안티모니(Bi₁₋ₓSbₓ)에 주목했다.
[그림 1. Bi₁₋ₓSbₓ의 결정 구조와 거울 대칭성이 깨진 Bi₀.₈Sb₀.₂(012) 박막의 단면 이미지]
연구팀은 거울 대칭성이 깨진 Bi₁₋ₓSbₓ(012)에서 일반적인 고대칭 물질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박막 수직 방향의 스핀이 강하게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안티몬(Sb) 조성비가 20%(x=0.2)일 때 수직 방향의 스핀 홀 전도도가 기존 저대칭 소재인 TaIrTe₄보다 약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핀 토크 강자성 공명(ST-FMR) 측정을 통해 이러한 강한 수직 스핀-궤도 토크가 단순한 계면 효과가 아니라 물질 자체의 벌크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를 실제 소자에 적용한 결과, 연구팀은 상온에서 외부 자기장 없이 전류만으로 수직 자화의 방향을 선택적으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화 반전에 필요한 전력 밀도는 기존 저대칭 소재보다 약 10배, 기존 중금속 소재보다 약 100배 낮았다. 외부 자기장이 없는 조건에서 10만 회 이상 전류 펄스를 반복해 가한 뒤에도 안정적인 스위칭 특성이 유지됐다.
[그림 2. Bi₁₋ₓSbₓ의 높은 수직 스핀 생성 효율과 외부 자기장 없는 수직 자화 스위칭 결과]
낮은 동작 전력은 향후 메모리의 쓰기 전력과 발열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특히 외부 자기장을 만들기 위한 별도의 구조가 필요하지 않아 메모리 셀 구조를 단순화하고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저전력·고집적 MRAM 구현 가능성을 높였다.
조만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결정 자체의 거울 대칭성이 깨진 위상물질을 활용해 기존 저대칭 소재를 크게 뛰어넘는 수직 스핀을 생성하고, 이를 실제 소자에서 외부 자기장 없이 수직 자화를 반전시키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기초 물성 연구에 머물러 있던 위상물질의 특성을 실제 스핀트로닉스 소자로 연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자기장 없이 낮은 전력으로 안정적인 자화 반전을 구현한 만큼, 향후 결정 대칭성과 도메인 제어를 기반으로 한 초저전력·고효율 스핀메모리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물리학과 노승원 박사(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박사후연구원)가 제1저자이자 공동교신저자로, 조만호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또한 산업통상부의 민관공동투자반도체고급인력양성(R&D)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혁신연구센터사업(CH³IPS혁신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물리·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IF=29.1)에 2026년 8월 25일(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