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술 키우는 정부 대출의 역설
- 2026.09.03
청정기술 기업에 대한 정부 대출은 연구개발과 생산 확대를 돕고 친환경 제품의 시장 보급을 촉진한다. 그러나 낮아진 금융비용이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만들 경우, 시장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경영대학 정승환 교수 연구팀은 정부금융이 청정기술 기업의 기술 수준과 생산량, 기대이익을 높이는 동시에 파산 위험까지 끌어올리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수리모형으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환경성과와 재무안정을 함께 달성하려면 금리를 무조건 낮추기보다 기업의 파산 위험을 기존 은행대출 수준 안에서 통제하고, 달성 가능한 범위의 환경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경영대학 정승환 교수, Lingxiu Dong, Dongnyoung Kim, Yunzhe Qiu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논문은 생산·운영관리 분야 국제학술지 ‘Production and Operations Management’ 2025년 34권 7호에 게재됐다.
각국 정부는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청정기술 기업에 대출과 대출보증을 제공해 왔다. 논문은 미국 에너지부 대출 프로그램을 대표 사례로 제시한다. 이 프로그램은 테슬라의 모델 S 생산과 닛산의 전기차 리프 상용화를 지원하는 등 기술개발과 시장 형성에 기여했다. 테슬라는 정부 대출을 예정보다 9년 일찍 상환하기도 했다. 반면 태양광 기업 솔린드라와 전기차 기업 피스커처럼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은 뒤 파산한 사례도 나타나, 정책금융의 환경적 성과와 납세자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기존의 비판은 정부가 애초에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골랐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 대출 자체가 기업의 운영 결정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주목했다. 연구 대상은 전기자동차나 태양광 패널처럼 물리적 청정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초기 기업이다. 이들은 기술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고, 시장 규모와 양산 성공 여부도 불확실해 외부 금융에 크게 의존한다. 연구팀은 이 환경에서 정부 대출이 기업의 기술선택과 생산량, 자금 조달, 파산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모형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세 단계로 구성했다. 기업은 먼저 친환경 기술 수준을 결정하고, 이후 은행대출이나 벤처캐피털의 지분투자, 정부 대출 가운데 자금 조달 방식을 선택해 생산량을 정한다. 마지막으로 양산 성공 여부와 실제 시장 수요가 확인되면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매출로 대출금을 상환한다. 모형에서 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제품의 환경편익과 소비자 가치는 커지지만 생산비용과 양산 실패 위험도 증가한다. 따라서 기업은 기술 고도화와 생산 확대가 가져올 매출 기회와 재무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금융이 없을 때 기업은 은행대출과 지분투자 가운데 요구수익률이 낮은 한 가지 수단만 선택했다. 두 상업금융 기관은 투자 위험을 반영해 목표수익률을 확보하도록 금리나 지분율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경제적 수익률보다 일정한 환경 목표를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처럼 자금의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 달라 기업은 정부 대출을 상업금융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금리가 유리할수록 기업은 전체 금융비용을 낮추고 더 높은 기술 수준과 더 많은 생산량을 선택한다.
분석 결과, 정부 대출을 이용한 기업은 은행대출만 이용한 기업보다 생산량과 친환경 기술 수준이 모두 높았다. 금융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의 기대이익도 증가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총환경편익은 제품 한 단위의 친환경 기술 수준과 실제 판매량을 곱한 값이므로, 기술 수준과 생산량의 동시 확대는 환경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팀은 이를 정부금융이 청정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는 핵심 경로로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변화가 파산 위험도 높였다. 연구팀은 기업이 매출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는 시장 수요의 기준점을 ‘파산 임계치’로 정의했다. 생산량과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자금과 상환 부담이 커져 이 임계치가 상승했다. 특히 은행대출과 정부 대출을 함께 이용하면서 은행이 먼저 상환받는 구조에서 기술 수준과 생산량, 기업 이익, 파산 임계치가 가장 높았다. 정부가 먼저 상환받는 구조가 그다음이었고, 정부 대출 없이 은행대출만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낮았다.
이 결과는 기업의 생존과 환경 목표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장 수요가 파산을 피하는 데 필요한 수요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업이 파산하면 제품 판매와 환경편익도 실현될 수 없으므로, 기업의 생존은 정부가 환경성과를 얻기 위한 선행 조건이다. 정부 대출은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요 기준을 낮춰 목표 실현 가능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파산 가능성도 확대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추가 수치 분석에서는 은행이 요구하는 목표수익률이 높아질수록 기업이 선택하는 친환경 기술 수준과 생산량이 낮아지고, 기업 이익과 환경편익도 함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출은 전체 금융비용을 낮춰 이러한 감소 폭을 완화했다. 다만 파산 임계치는 금융비용이 오를수록 일관되게 낮아지지 않고, 일정 구간까지는 오히려 상승한 뒤 하락하는 비선형적 관계를 보였다. 정부금융을 함께 이용할 때는 이 전환점도 더 늦게 나타났다. 이는 금리 수준만으로 기업의 안전성을 판단하기보다 금리가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구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정부 대출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산 통제 제약(Bankruptcy-Control Constraint)’을 제안했다. 정부금융을 이용한 기업의 파산 임계치가 은행대출만 이용했을 때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대출금리의 하한을 두는 방식이다. 환경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금리를 충분히 낮춰야 하지만, 금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과도한 생산과 기술투자를 유도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환경 목표는 대출금리의 상한을, 파산 통제 조건은 하한을 형성하므로 두 조건을 함께 만족하는 구간을 찾아야 한다.
연구팀은 환경편익을 높이면서도 기업의 파산 위험을 키우지 않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환경 목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목표가 너무 낮으면 기업이 정부 대출 없이도 이를 달성할 수 있어 정책금융의 추가 효과가 크지 않다. 반대로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의 생산과 기술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낮춰야 하고, 파산 위험을 기존 은행대출 수준 안에서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두 극단 사이의 적정 범위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친환경 기술 수준과 환경편익을 높이면서도 파산 위험을 추가로 높이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청정기술 정책금융의 성과를 지원 금액이나 제품 보급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책 담당자는 환경 목표, 대출금리, 상환 우선순위와 기업의 시장 불확실성을 함께 고려하고, 파산 가능성을 상업금융 기준과 비교해 점검해야 한다. 기업 역시 정부 대출을 싼 자금으로만 인식하기보다 공격적 투자와 과도한 차입이 가져올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정승환 교수는 “적정 환경 목표와 파산 통제 장치를 함께 설계하면 청정기술 상용화와 환경편익을 확대하면서도 기업 생존과 공공자금 보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며 “특히 정부 지원 기업의 파산을 단순히 위험한 사업을 선정한 결과로만 해석하지 않고, 대출 조건이 기업의 기술·생산 결정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금융은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생존 가능한 범위에서 친환경 기술의 질과 보급을 함께 높이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 JSC 남경수(산업공학 23)·조아현(경영 20)·정수빈(불어불문 21)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