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교수팀, 수십 년간 이어진 사문암 탈수 이론 뒤집어
- 2026.09.02
지구시스템과학과 이용재 교수팀이 두 지각판이 충돌해 한쪽 판이 지구 내부 맨틀로 가라앉는 섭입대에서, 지각판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지구 깊은 곳까지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해양 지각이 물과 반응하면서 형성되는 대표적인 수화 암석인 사문암(Serpentinite)이 섭입 과정에서 단순히 수분을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도 조건에 따라 오히려 물을 더 흡수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26일 게재됐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사문암이 섭입대를 따라 지구 깊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압력과 온도가 높아지면 암석에 포함된 수분을 배출하는 탈수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용재 교수팀의 연구 결과, 지각판 내부의 온도와 수분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광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연구팀이 2019년부터 독일 DESY 연구소의 PETRA III,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APS, 국내 포항가속기 등에서 지구 심부의 고온·고압 환경을 모사해 수행한 회절 실험을 통해 얻어졌다. 실험에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발생시키는 강력한 X선으로 물질의 미세 구조를 분석하는 방사광 가속기가 활용됐다.
정량 분석 결과, 비교적 온도가 높은 지각판 경계(Cold Moho)에서는 지하 약 220km 깊이에서 탈수 반응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암석의 밀도는 약 16%, 지진파(P파) 속도는 약 10% 증가했다.
반면 지각판 중심부의 초저온 환경(Cold Core 또는 Ultracold Moho)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지하 약 280km 깊이에서 사문암이 분해되면서 새로운 수화 광물이 형성되는 ‘초수화 분해 반응’이 일어났고, 암석의 수분 함량은 기존 약 13 wt.%에서 최대 19 wt.%까지 높아졌다. 밀도와 지진파 속도 역시 각각 약 10%, 약 7% 증가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동일한 지각판 내부에서도 온도와 수분 조건에 따라 수화와 탈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며, 이에 따라 암석의 밀도와 지진파 속도에도 지역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가(Tonga) 해구를 비롯한 전 세계 16개 저온 섭입대에 적용해 지구 심부로 운반되는 물의 양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약 1,000조 g(1.0~1.1 × 10¹⁵ g)의 물이 지구 내부 깊은 곳까지 운반될 수 있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는 섭입 과정에서 사문암이 주변으로부터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을 경우, 보유한 물의 약 90%를 지구 심부까지 운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물 수송량은 기존 추정치보다 최대 3배 많으며, 섭입대를 거쳐 맨틀 전이대로 유입되는 전체 물의 양도 기존 예측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주도한 이용재 교수는 “그동안 사문암의 탈수 과정에 주로 주목해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저온의 섭입판이 가라앉는 과정에서 물을 흡수해 더 깊은 곳까지 운반할 수 있음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번 결과는 지구 내부의 물 순환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모델을 보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 ‘광물물리 기반 지구 및 행성시스템 진화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