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의궤의 색을 데이터로 읽다”… 이지현 교수·신미라 박사, 국제 색채학술지 표지 장식
- 2026.08.26
[사진. (왼쪽부터) 통합디자인학과 이지현 교수, 신미라 박사]
통합디자인학과 이지현 교수팀(제1저자 신미라 박사)의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의례복 색채 연구가 국제 학술지 ‘Color Research & Application’에 게재되고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실 의궤 가운데 하나로, 연구팀은 조선 왕실 의례복의 색채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한국 전통 색채의 구조와 의미를 규명했다.
[그림1.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반차도]
연구 대상인 어람용(御覽用, 임금이 열람하기 위해 제작한)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하면서 프랑스로 반출됐다. 이후 고(故)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의궤를 발견했으며, 반환 협상을 거쳐 2011년 국내로 돌아왔다. 의궤는 조선 왕실의 의례와 제도, 미의식을 보여주는 기록유산으로, 연구팀은 여기에 담긴 색채 정보를 데이터로 분석해 전통 색채의 구조와 문화적 맥락을 살펴봤다.
연구팀은 전통 색채 철학과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조선 왕실 행렬에서 색채가 권력을 상징하는 시각적 언어로 활용된 양상을 분석했다.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총 1,299명의 인물을 241개 집단으로 분류하고 먼셀(Munsell) 색채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색상 분포와 방사형 구조, 전이 시퀀스를 살펴본 결과 의례 공간에서 일정한 색채 구조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2.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색채 데이터 분석 모식도]
구체적으로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적색은 중앙에 집중된 반면, 외곽으로 갈수록 한색의 비중이 증가했다. 색채 전이 패턴에서는 난색과 한색이 교차하는 양상이 나타났으며, 인원 가중치를 적용한 시퀀스에서는 국왕 앞선에서 적색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색채가 단순한 장식적 요소를 넘어 공간적 위계와 행렬의 흐름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로 활용됐음을 확인했다. 특히 전통 색채 이론과 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결합함으로써 문화유산에 나타난 색채를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olor Research & Application’ 51권 4호에 게재됐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교신저자인 이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선 왕실 행차도의 색채 데이터를 분석해 조선시대 색채에 나타난 정치·사회적 위계와 권력 구조를 살펴보고, 기존 오방색과 관념색 중심의 전통 색채 연구를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통문화 콘텐츠에 내재된 문화적 맥락과 가치를 질적·양적 분석을 결합한 방법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olor Research & Application’에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한국 전통 색채 연구의 국제적 확장에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신미라 박사는 “의궤에 표현된 왕실 의례복의 색상을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으로 정량 분석해 당시 왕실 행렬이 왕권 강화를 위해 어떻게 구성됐는지, 그 시각적 질서를 데이터로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故) 박병선 박사의 노력과 이지현 교수의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 성과가 향후 한국 문화재의 디지털 복원과 교육 콘텐츠 연구·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신진연구자 창의도전 유형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향후 디지털 문화재 복원과 관련 교육·콘텐츠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