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교수팀, 구강 세균만으로도 암 판별 가능한 모델 개발
- 2026.08.24
[사진. (왼쪽부터) 충남대 생명정보융합학과 허지원 교수, 시스템생물학과 장래근 박사후연구원, 김지현 교수,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이용찬 교수, 김태일 교수,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 연구팀이 입속 미생물이 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개인 단위에서 정량화하고, 이를 활용해 위암과 대장암을 판별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구강과 대변에서 동일하게 검출되는 미생물을 추적해 ‘구강-대변(MF) 미생물 전이 지수*’를 개발했다. 분석 결과, 위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건강인보다 MF 지수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연구팀은 이러한 전이 미생물 정보를 활용해 위암과 대장암을 건강인과 구분하는 기계학습 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구강 시료만으로도 암 관련 신호를 포착할 수 있어, 향후 대변 채취 부담을 낮춘 비침습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 구강과 대변에서 동일하게 검출되는 미생물 염기서열 변이체를 바탕으로, 구강 미생물이 장으로 전이된 정도를 정량화한 지표
위암과 대장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한 대표적인 위장관 암이다. 그러나 기존 검진법은 검사 순응도와 민감도, 침습성, 반복 검사 편의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뿐 아니라 구강 미생물도 위장관 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구강 세균은 위장관 암 조직이나 대변에서도 검출되며, 암 발생 및 진행과의 관련성이 보고돼 왔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특정 세균의 존재 여부나 상대적 풍부도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아, 구강 미생물이 장까지 이동하는 현상을 개인 단위에서 정량화하고 이를 암 진단 모델로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림1. 입에서 장으로 전이되는 미생물 정보를 활용한 위암·대장암 진단 전략]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인과 대사질환자, 위암 환자, 대장암 환자 등 총 507명으로부터 구강 및 대변 시료를 확보하고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수행했다.
이어 구강과 대변에서 동일한 증폭서열변이체(ASV)가 공유되는지를 추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변 내 미생물 가운데 구강에서도 동일하게 검출되는 미생물의 비율을 계산하는 ‘구강-대변(MF) 미생물 전이 지수’를 개발해 개인별 구강-장 미생물 전이 정도를 정량화했다.
분석 결과, 위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MF 지수가 건강인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전이 미생물의 구강과 장내 분포는 운동 습관, 혈중 콜레스테롤, 백혈구 수, 갑상선 기능 지표 등 생활습관 및 건강지표와도 연관성을 보였다.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구강-장 전이 미생물 패턴이 관찰됐으며, 일부 패턴은 암의 초기 단계에서도 나타났다.
[그림2. 장 전이 구강 마이크로바이오타 정보를 이용한 질환 분류 분석 개념도]
연구팀은 이러한 전이 미생물 정보를 바탕으로 랜덤 포레스트* 분류 모델을 구축했다. 전체 구강 미생물을 사용하는 대신 실제로 장까지 전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생물을 선별해 모델에 활용했으며, 내부 데이터뿐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와 연구기관에서 구축된 7개 외부 독립 코호트에서도 위암과 대장암 관련 신호를 확인했다.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RF): 여러 개의 의사결정나무를 결합해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결과를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법
특히 대변 시료 없이 구강 시료만으로 분석했을 때도 암 관련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외부 코호트의 구강 미생물 염기서열을 연세대 코호트에서 확인한 구강-장 전이 미생물 염기서열과 직접 비교하고,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ASV를 추적해 여러 독립 외부 코호트에서도 암 분류 성능을 확인했다.
또한 대변잠혈검사 자료가 확보된 외부 코호트에서는 두 방법을 직접 비교한 결과, MF 기반 모델이 대변잠혈검사보다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기존 검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암 선별 과정에서 놓치는 환자를 줄이기 위한 보완적 검사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구강 미생물이 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개인별로 정량화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고, 이를 암 진단 가능성과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구강 시료 기반 분석에서도 진단 신호를 확인함으로써 향후 대변 채취 부담을 낮춘 비침습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지현 교수는 “입을 간단히 헹구기만 해도 위암과 대장암 관련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암 검진의 문턱을 낮추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이번 연구의 분석 틀은 대장암과 위암을 넘어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으며, 향후 유전정보와 생활습관, 임상정보를 결합한 개인 맞춤형 질병 위험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래근 박사후연구원은“이번 연구는 입속 미생물이 장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개인별로 측정할 수 있는 정량 지표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위암과 대장암을 판별하는 모델로 연결함으로써 구강-장 미생물 전이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구강-장 미생물 전이 신호가 암이 진단되기 전부터 나타나는지를 확인해 조기 선별 모델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입속 미생물이 암 발생이나 진행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균주 수준 추적과 전향적 코호트, 기능 분석, 실험적 검증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는 장래근 시스템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과 허지원 충남대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지현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와 김태일·이용찬 의과대학 교수, 지선하 보건대학원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국가연구소(NRL2.0) 사업 및 연세 시그니처 연구클러스터 사업 ‘건강과 위암·대장암 관련 구강-장관계 축의 유전 및 마이크로바이옴 생태동역학’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숙주-미생물 상호작용 분야 국제학술지 ‘Cell Host & Microbe(IF 23.2)’에 8월 20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오는 9월 9일 발행되는 9월호에 정식 수록될 예정이다. 또한 기초과학의 임상 적용 연구를 다루는 ‘임상 중개 보고서(Clinical Translational Reports)’ 형식의 논문으로 발행됐으며, 관련 특허도 출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