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혁완 교수팀, 희귀 유전질환 '카펜터증후군' 발병 원리 새롭게 규명
- 2026.07.15
[사진. (왼쪽부터) 생화학과 고혁완 교수, 황보고은 연구원]
생화학과 고혁완 교수 연구팀이 희귀 유전질환인 카펜터증후군에서 하나의 유전자 이상이 신체 부위마다 서로 다른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증후군성 희귀질환의 발병 기전을 새롭게 설명하고, 조직별 병인에 맞춘 정밀의학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국제학술지 '세포 사멸과 분화(Cell Death & Differentiation)'에 7월 3일 게재됐다.
카펜터증후군은 머리뼈 봉합선이 정상보다 일찍 닫히는 두개골 조기유합증(Craniosynostosis)과 다지증, 선천성 심장 기형 등이 함께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특히 두개골 조기유합증은 신생아 약 2,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머리뼈가 성장 중인 뇌를 충분히 감싸지 못해 머리 모양 변형뿐 아니라 청력 손실, 호흡 곤란, 인지 발달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카펜터증후군의 원인 유전자인 MEGF8과 RAB23은 모두 발생 과정에서 중요한 헤지호그(Hedgehog) 신호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특히 MEGF8 이상에서 왜 머리뼈 봉합선이 조기에 닫히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MEGF8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생쥐 모델을 이용해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 결과를 얻었다. 머리뼈의 조기유합은 기존에 알려진 헤지호그 신호가 아니라 골형성 단백질(BMP)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헤지호그와 BMP는 모두 배아 발생 과정에서 세포의 분화와 조직 형성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발생 신호 전달 체계다.
[그림. MEGF8 결손의 조직 특이적 신호 경로와 약물에 의한 선택적 증상 완화]
연구 결과, 정상 상태에서 MEGF8은 BMP 신호를 전달하는 수용체 단백질인 BMPR1A에 유비퀴틴을 붙여 분해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MEGF8 기능이 사라지면 BMPR1A가 세포 안에 축적되고 BMP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머리뼈를 만드는 세포가 지나치게 빨리 뼈로 분화해 봉합선이 정상보다 일찍 닫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전을 두 가지 약물을 이용한 실험으로 직접 검증했다. 헤지호그 신호를 억제하는 비스모데깁(Vismodegib)을 투여했을 때는 손발가락 기형은 개선됐지만 두개골 조기유합은 회복되지 않았다. 반대로 BMP 신호를 억제하는 DMH1을 투여했을 때는 머리뼈 이상은 완화됐지만 손발가락 기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동일한 MEGF8 돌연변이라도 팔다리에서는 헤지호그 신호가, 머리뼈에서는 BMP 신호가 각각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MEGF8에 의한 두개골 조기유합의 분자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유전자 이상이라도 조직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 전달 경로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같은 희귀질환이라도 병변이 발생하는 조직과 신호 경로에 따라 치료 표적을 달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으며, BMP-SMAD 신호를 두개골 조기유합의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안했다.
고혁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증후군성 희귀질환이라도 신체 부위마다 서로 다른 분자 신호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같은 질환이라도 어디에서 어떤 신호 경로가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향후 정밀의학 기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저자인 황보고은 연구원은 "하나의 유전자가 조직마다 서로 다른 신호를 통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두 가지 약물 실험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이번 연구가 희귀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여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 대학교와 서울아산병원(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영국 런던대학교의 공동연구로 수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중견연구자사업), 첨단바이오 글로벌 역량강화 사업, 국가연구소(NRL2.0)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