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코리아>가 던지는 질문,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 2026.02.27
[사진. 백우열 교수]
정치외교학과 백우열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국가 발전 전략을 융복합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연구해 온 학자이다. 그는 인구구조, 산업 구조, 기술 전환, 국방군사, 국가 성장 모델 등 거시적 흐름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며 한국 사회의 중장기 경로를 진단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가 최근 발간한 저서 <피크코리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집약한 결과물로 출간 후 바로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도 올랐으며 이미 3쇄를 찍었다.
<피크코리아>는 저출생·고령화, 성장 둔화, 사회 이동성 약화, 산업 전환 등 개별적으로 논의되어 온 한국 사회의 위기 징후들을 하나의 구조적 전환 국면으로 묶어 설명한다. 백 교수는 한국 사회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국가 발전 경로 자체가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하 며, 이를 ‘피크(Peak)’라는 개념으로 제시하며 자랑스런 '글로벌 코리아'와 무서운 '피크코리아'가 공존하는 시공간이 바로 지금 2026년이라 선언한다."
백 교수는 책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문제의식으로 한국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조적 점검 필요성을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단편적인 위기 담론이 아니라 국가사회구조·경제산업·국방군사·정치체제를 종합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한국 사회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고, 각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하나의 틀로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교과서형 레퍼런스 북을 만들고자 했다”며 “국내 구조는 어떠한지, 분야별 상황은 어떤지, 종합적으로는 어떤 국면에 들어섰는지를 독자들이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한국 사회가 걸어온 성장 경로를 복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압축 산업화와 수출 주도 전략, 인적 자본 투자, 수도권 집중 발전 모델 등이 어떻게 맞물리며 한국을 단기간에 글로벌 Top10 국가로 끌어올렸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 서사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이 어떻게 설계·작동해 왔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어지는 파트에서는 이러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는 징후들이 다층적으로 제시된다. 저출생·고령화로 대표되는 "강남류" "강남아파트테크트리" "한국의 서울 도시국가화"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구 구조 변화, 잠재성장률 하락, 산업 경쟁력 재편, 자산 격차 확대,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문제 등이 서로 연결된 구조 문제로 분석된다. 백 교수는 이 국면을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기존 발전 공식이 정점에 도달한 상태, 즉 ‘피크’ 국면으로 규정한다.
마지막 파트는 진단을 넘어 향후 국가 설계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존 성장 전략의 연장이 아닌, 산업 구조·기술 전략·인구 대응·국가 운영 방식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특히 인공지능, 로보틱스, 합성생물학 같은 기술 전환 변수가 한국 사회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논의된다.
백 교수는 <피크코리아>를 두고 “2020년대 중후반 한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레퍼런스 북”이라고 설명한다. 국가 수준의 구조 변화와 개인 생존 전략을 함께 사유하도록 설계된 점 역시 이 책의 특징이다.
백 교수는 <피크코리아>를 단순한 위기 진단서가 아니라 ‘국가 컨셉 디자인’ 작업의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톱티어 국가로 도약하기까지는 분명한 발전 모델이 존재했다”며 “하지만 기존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가 모델 프로토타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가장 긴 시간 할애된 주제는 청년 세대였다. 백 교수는 “앞으로는 단순한 취업 경쟁이 아니라 직업 자체가 대체되는 시대”라며 “AI와 자동화, 산업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자리 총량과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을 강조했다.
“앞으로 수요가 집중될 영역은 R&D, 첨단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로보틱스 같은 기술 기반 산업입니다. 이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스킬셋을 갖추는 것이 개인 생존 전략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동시에 그는 이러한 경로가 극소수에게만 열려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자산을 이미 보유했거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집단 중심으로 기회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경로에 진입할 것인지, 다른 선택지를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청년들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인공지능 전환을 한국 사회의 ‘구조 판을 흔드는 변수’로 본다. 그는 “한국처럼 계층 이동이 공고화된 사회에서 판 자체가 흔들리는 기술 전환기는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시기”라며 “누군가에게는 위기지만, 동시에 새로운 진입 기회가 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AI, 로보틱스는 한국에 몇 안 남은 국가적 기회 창출 영역”이라며 “기존 성장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술 전환이 새로운 희망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공학(엔지니어링)적, 과학적 이해 없이 기술을 단순 활용하는 사용자에 머무르면 장기 생존과 성공이 어렵다”며“이제 융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과·이과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는 시대”라며 “여러 분야를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면 구조 변화를 읽기 어렵고, 결국 생존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피크코리아>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진단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가능성의 여지도 함께 제시한다. 백 교수는 “이 책은 한국 사회를 매우 냉정하게 진단하지만 그렇다고 절망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라며 “극단적 긍정과 극단적 부정이 혼재한 상황 자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20년 정도의 한국 미래는 일정 부분 예측 가능하지만, '피크코리아'를 극복하고 '글로벌 코리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국가 개념 설계를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피크코리>』를 읽을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을 교양서처럼 편하게 읽되, 동시에 교과서처럼 활용했으면 합니다. 한국 사회가 국가 수준에서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속에서 개인 전략을 설계해 보는 계기로 삼길 바랍니다.”
한편 <피크코리아>는 향후 영문·일문 번역 출간도 예정되어 있으며, 이론적 일반화를 통한 타국들에의 적용과 더불어 이 책의 국제편인 '피크코리아의 글로벌전략'도 곧 출간된다고 전했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김정형(사회학 23)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