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이직 제한되자 CEO ‘위험 회피’…기업들은 보상 구조 바꿨다
- 2026.01.15
[사진. 정수미 교수]
미국 일부 주에서 경쟁사 이직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원칙이 적용된 이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성향과 보상 구조가 실제로 변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영대학 정수미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경쟁사 이직 제한이 CEO의 위험 감수 성향을 낮추고, 이에 대응해 기업들이 보상 체계를 조정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회계 분야 대표 국제학술지인 ‘The Accounting Review’ 2022년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가 주목한 제도는 ‘필연적 정보 공개 법리(Inevitable Disclosure Doctrine, IDD)’다. 이는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해당 정보가 불가피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이직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원칙이다. 별도의 경업금지 계약이 없어도 적용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강력한 사후적 보호 수단으로 평가된다.
IDD가 도입되면 CEO를 포함한 핵심 인력은 경쟁사로의 이동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 현재 직장을 잃을 위험은 커지는 반면 성공했을 때 외부 노동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즉, 이직 기회가 제한되면 CEO 입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업 이사회가 CEO의 위험감수 성향을 보완하기 위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 각 주 법원이 IDD를 시차를 두고 도입하거나 폐기한 사례는 자연 실험 환경을 제공했으며,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1994년부터 2014년까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IDD 도입 전후 CEO 보상 구조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IDD가 시행된 이후 CEO 보상 중 주가 변동성에 연동되는 성과 인센티브 비중은 평균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스톡옵션 등 주가 등락 폭이 클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를 강화해, CEO가 지나치게 위험을 회피하지 않도록 유인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향후 경력 관리에 대한 관심이 큰 CEO에게서 두드러졌다. 비교적 젊거나 재임 기간이 짧은 CEO, 또는 이직 가능성이 높았던 산업에 속한 기업일수록 IDD 도입 이후 보상 구조 조정 폭이 더 컸다. 이는 외부 이동 기회 감소의 충격이 클수록 이사회가 보상 설계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보완했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IDD를 인정하던 주에서 해당 법리가 폐기된 이후에는 옵션 기반 성과급 비중이 다시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돼, 이러한 변화가 제도 도입의 직접적인 영향임을 뒷받침했다.
평균적으로 기업의 전체 위험 수준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이사회의 보상 조정이 CEO의 위험 회피 성향을 효과적으로 상쇄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사회 독립성이 낮은 기업에서는 보상 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기업 위험 수준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확인됐다.
정수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재 이동을 제한하는 법적 환경 변화가 CEO의 의사결정뿐 아니라 기업 내부의 보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자칫 경영진의 위험 감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보상 설계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 입안자들 역시 영업비밀 보호와 인적 자원의 이동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제도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 JSC 남경수(산업공학 23)·최병준(경제학부 24)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