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위성에 담긴 거대한 도전, 우리 대학교 연구진이 써 내려간 누리호 4차 발사 성공기

인공위성시스템학과 우주비행제어연구실, BEE-1000과 COSMIC 개발 주도하며 큐브위성 개발 역량 입증
  •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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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인공위성시스템학과 우주비행제어연구실 (왼쪽부터)  박도현·정두영 연구원, 박상영 주임교수, 권혁진·정재헌 연구원, 은영호 연구교수]

 

지난 11월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발사체에는 총 12기의 큐브위성이 실려 우주로 향했는데, 그중 인공위성시스템학과 우주비행제어연구실(ACL, 박상영 주임교수·은영호 연구교수)이 개발을 주도한 'BEE-1000(비천)'과 'COSMIC(코스믹)' 2기가 포함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위성은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핵심 과제를 수행한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발사 참여를 넘어, 국내 대학 연구실이 산업계와 협력하여 '우주 바이오'와 '우주 교통 관리'라는 핵심 분야의 전용 위성을 각각 구축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스페이스린텍과 협력하여 개발한 'BEE-1000'은 우주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해 면역항암제 결정화 등 바이오 의약품을 제조·실험하는 위성으로, 본격적인 '우주 바이오'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주로테크, 무인탐사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COSMIC'은 임무가 종료된 위성을 궤도에서 이탈시켜 우주 쓰레기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우주 교통 관리(STM)' 기술을 검증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은영호 연구교수, 학생 연구원들, 그리고 박상영 주임교수를 만나 발사 성공 뒤에 숨겨진 치열했던 노력과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들어보았다. 
 


우주에서 답을 찾다: BEE-1000과 COSMIC의 임무

이번에 쏘아 올린 두 위성은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기술적 완성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BEE-1000은 부가가치가 높은 우주 의약품 제조의 가능성을 열고, COSMIC은 향후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궤도 폐기 기술의 중요한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NASA의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우리 대학교가 독자적으로 개량해 적용함으로써 짧은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며 위성 개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위성들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연구는 무엇인가요?

(정두영 연구원): 'BEE-1000'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을 성장시킵니다. 중력이 있는 지상에서는 시료가 잘 섞이지 않거나 가라앉는데, 우주에서는 이런 방해 요소가 없어서 결정 성장의 효율이 지상 대비 1,000배 이상 높습니다. 그래서 지상과의 차이를 식별하고 단백질 결정이 잘 성장되었다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BEE-1000’ 위성의 목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도현 연구원): COSMIC의 경우, 우리 대학교가 위성의 핵심인 '버스(Bus, 탑재체가 우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시스템)' 설계를 총괄했습니다. 판형 추력기를 가동하기 전에 정밀하게 자세를 제어하거나 전력 상태를 점검하고, 지상과의 모든 통신을 관장하는 등 위성 전체의 시스템 운용을 맡았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가 폐기' 기술 검증입니다. 임무가 종료되면 추력기를 분사해 위성 고도를 낮추고 대기권에 진입시켜 태워 없애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 폐기 장치 작동 전후의 GPS 데이터를 수집해서 궤도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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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왼쪽부터) BEE-1000, COSMIC(Commercial Space Mission in Cubsat) 위성 본체]


위성 소프트웨어에 특별한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권혁진 연구원): 네, 위성의 두뇌 역할을 하는 비행 소프트웨어(FSW)에 NASA에서 개발한 cFS(The core Flight System)를 도입해서 우리 위성에 맞게 확장하고 개발했습니다. 저희는 BEE-1000과 COSMIC 두 위성을 짧은 기간 안에 개발해야 하다 보니까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시스템보다 외부 장치와의 통신 기능을 획일화해서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했고, 위성이 명령에 즉각 반응하여 요청을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모듈을 자체 개발해서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짧은 기간 내에 두 위성의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궤도 위의 숨바꼭질, 일주일간의 침묵과 환호

발사체가 굉음을 내며 우주로 사라진 뒤, 지상의 연구원들에게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바로 위성과의 교신이다. 12개의 위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신호가 혼재된 상황에서 우리 위성을 정확히 식별해내는 과정은 고도의 기술과 인내를 요하는 지난한 싸움이었다. 이번 미션에서도 연구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일주일을 보내야 했다.


실제 교신에 성공했을 때의 기분이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정두영 연구원):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원래는 사출 직후 바로 신호가 잡힐 것이라 예상했는데, 'BEE-1000'의 신호가 약 일주일 동안 잡히지 않았거든요. 초기 추적 문제와 시스템 응답 문제가 겹쳤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 만에 위성이 "나 살아있어"라고 보내는 비콘(Beacon, 일정한 신호를 반복적으로 송출해 위치와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기) 신호를 처음 확인했을 때, 그제야 안도감과 함께 자부심이 몰려왔습니다.

 


(박상영 교수): 큐브위성은 중대형 위성과 달리 개발 비용과 기간의 제약이 있어 초기 교신 성공률이 통상 50% 정도입니다. 발사 직후 12개의 물체가 쏟아져 나오는데 어느 것이 우리 위성인지 식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연구원들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가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COSMIC' 위성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박도현 연구원): 네, 'COSMIC'은 반대였습니다. 사출 다음 날 새벽에 바로 생존 신호가 잡혔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신호는 들어오는데 데이터 해독이 안 되는 겁니다. 7~8일 정도 '살아는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됐죠. 그러다 발사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처음으로 데이터가 해독되어 원하는 정보가 화면에 떴고, 그 순간 같이 관제하던 연구원과 부둥켜안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6개월의 기적, 한계를 넘어선 열정의 기록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연구원들의 묵묵한 헌신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열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위성 개발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개월이라는 시간, 그리고 두 개의 위성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극한의 상황. 연구원들은 육체적, 정신적 한계와 싸우며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정밀 작업을 완수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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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COSMIC 큐브위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진의 모습]


Q. 위성 두 기를 동시에 개발하기에는 일정이 매우 촉박했을 것 같습니다.

(은영호 연구교수): 개발 기간이 정말 짧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우리대학에 프로젝트가 넘어와 개발 작업을 시작한 게 올해 2~3월이었고, 9월에는 환경시험을 위해 제품이 완성돼야 했습니다. 사실상 6개월 만에 위성 2기를 완성해낸 겁니다. 직접 현장에서 지도하는 저와 20여명의 학생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박상영 교수): 보통 기업체들이 위성 본체 개발을 하다가 여의치 않으니 우리 학과를 찾아옵니다. 우리 대학교는 이미 다수의 위성 개발 경험(Heritage)이 있어 소통이 빠르고 기술력이 탄탄하기 때문이죠. 6개월 만에 2대를 완성했다는 건 우리 연구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정두영 연구원): 저는 두 위성의 조립을 모두 담당했습니다. 9월쯤 되니 체력은 바닥나고, 작은 실수 하나면 6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압박감이 생겼습니다. 클린룸에서 마지막 조립을 하는데 볼트를 돌리는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그래도 동료들이 서로 "좀 쉬고 와라, 내가 하겠다"며 배려해 준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권혁진 연구원): 저는 두 위성의 소프트웨어를 총괄했는데, 서로 다른 두 위성의 코드를 동시에 관리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절대 안 가고 싶습니다. 돌아가도 그것보다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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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COSMIC 큐브위성 환경실험을 마친 연구진]


연세,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일회성 프로젝트의 성공이 아니다. 인공위성시스템학과는 우주 산업체들과 연계된 실무형 교육 과정을 통해 '준비된 인재'를 길러내는 산실로 자리 잡았다. 2022년 누리호 2차 발사 때 이름이 알려진 ‘미먼(MIMAN)’ 큐브위성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7개의 큐브위성을 총괄 개발했다. 최근에는 국제 달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2 임무에 실리는 K-RadCube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내년 5차 발사 참여는 물론, 다양한 후속 위성 계획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세의 이름이 새겨진 별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주로 날아오를 예정이다.


인공위성시스템학과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상영 교수): 우리 학과는 천문우주학과를 모체학과로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23년 9월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인공위성 특화 계약학과입니다. 한화시스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과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스페이스, AP위성, CONTEC등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이 대거 협력하고 있습니다. 입학생들에게는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 지원, 그리고 졸업 후 해당 기업으로의 취업이 100% 보장되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별점은 교육 과정에 있습니다. 저희는 학생들이 위성의 설계부터 제작, 발사, 그리고 운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합니다.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위성을 만들어 우주와 교신해보는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죠. 기업들이 저희 학생들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별도의 재교육이 필요 없는, 실무에 최적화된 '준비된 인재'들이니까요.


앞으로 예정된 발사 계획이 있나요?

(정재헌 연구원): 내년 누리호 5차 발사에도 참여합니다. 이번보다 2배 더 커진 12U급 위성을 개발 중이고요. 추력기를 활용한 고도 변화에 따른 단백질 합성 정도 등 더 심화된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도현 연구원): '율리시스(UELYSYS)'라는 위성도 준비 중입니다. 미세먼지 관측 임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부품이 우주에서 잘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박상영 교수): 이번 성공은 특정 교수나 연구 집단만의 성과가 아닙니다.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한 학생들과 연구원들의 열정, 그리고 학교 본부와 연세 구성원들의 응원이 하나로 모여 이뤄낸 '공동체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교가 우주 시대를 선도하는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권혁진 연구원): 이미 많은 연세 동문 선배님들이 우주 산업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계십니다. 앞서 길을 닦아주신 선배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저희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세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제는 저희가 그 뒤를 이어 연세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우리 학교가 우주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박진철(언론홍보영상학 21)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