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정 교수, X 염색체 불활성화 기전에 숨겨진 비밀을 풀다
- 2025.12.08
[사진. 생화학과 오현정 교수]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오현정 교수가 하버드대 의대 Jeannie T. Lee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Jpx RNA가 X 염색체 불활성화 과정에서 염색질의 3차원 구조 재편성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2025년 11월 3일, 국제학술지 ‘디벨롭먼털 셀(Developmental Cell)’에 발표됐다.
포유류의 경우, 여성의 성염색체는 X 염색체 2개가 있고, 남성의 성염색체는 X 염색체 1개와 Y 염색체 1개가 있다. 이때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의 발현량을 여성과 남성에서 일정하게 맞추어주기 위해 여성에서는 X 염색체 2개 중 하나에 있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불활성화되는데, 이를 X 염색체 불활성화(X chromosome inactiva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오현정 교수는 이러한 X 염색체 불활성화 기전을 두고, “무척이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기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체의 세포에 존재하는 DNA는 흔히 단백질의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다고 여겨지나, 2003년 92%, 2022년 100% 완료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르면 DNA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암호화 영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암호화 영역 중의 일부 영역은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RNA를 생산하는데, 이러한 RNA는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리보솜을 구성하거나 단백질 합성 과정 또는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 등에 중요하게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RNA를 비암호화 RNA(noncoding RNA, ncRNA)라고 부르는데, 특히 200 뉴클레오타이드(DNA, RNA 등 핵산을 구성하는 단위) 이상의 긴 비암호화 RNA(long noncoding RNA, lncRNA)가 복잡한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지며 그 생물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현정 교수는 “많은 lncRNA가 영장류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lncRNA를 연구하는 것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lncRNA의 일종인 Jpx RNA가 X 염색체 불활성화 기전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Jpx RNA는 X 염색체 불활성화를 유도하는 Xist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함으로써 X 염색체 불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더 나아가 Jpx RNA가 염색질(진핵세포의 핵 속에 존재하는 DNA와 단백질의 복합체)의 3차원 구조 재편성을 통해 Xist 유전자 발현 및 Xist RNA 기능을 억제하는 Tsix RNA의 발현까지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Jpx RNA가 X 염색체 불활성화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기전을 새롭게 규명한 것이다.
오현정 교수는 특히 “Xist 유전자와 Tsix 유전자 사이의 실제 3차원적 거리가 가까워져, Jpx RNA에 의한 두 유전자의 발현 조절이 하나의 X 염색체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림. 연구 논문의 내용을 요약한 그림 초록(graphical abstract)]
LncRNA가 암이나 신경 발달 장애,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병리 기전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lncRNA의 구체적인 작용 기전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추후 생명 현상을 더 깊게 이해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이다.
특히, X 염색체 불활성화가 발생할 때 그 X 염색체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자가 불활성화되지는 않으며 일부 X 염색체 불활성화를 탈출하여 발현되는 유전자(escapee)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유전자는 조직이나 나이에 따라 그 종류가 다르게 나타나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현량이 높아 결과적으로 남녀 간의 차이를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자가면역질환(면역계가 스스로의 몸을 공격하여 발생하는 질병)처럼 여성에게서 일반적으로 더 흔하다고 알려진 질병과 X 염색체 불활성화 기전의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X 염색체 불활성화 기전을 세부적으로 밝혀낸 이번 연구는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오현정 교수는 “앞으로 Jpx RNA와 단백질의 조절 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Jpx RNA뿐만 아니라 발생 및 분화, 그리고 질병에 관여하는 다양한 lncRNA의 작용 기전을 밝힐 것”이라고 말하면서 후속 연구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으며, “이번 연구에 도움을 준 하버드대 의대의 동료들과, 제가 우리 대학교에 부임해 온 직후 아직 실험실이 완전히 세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실험실을 제공해주신 우리 대학교 생화학과 이승택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우리 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황지환(생화학 23)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