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열 교수팀, ‘맨틀 비’ 현상으로 판 내부 화산활동의 수수께끼를 풀다
- 2025.12.08
[사진. 이창열 교수]
이과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이창열 교수(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팀이 백두산과 태평양 해산을 포함한 ‘산재형 판 내부 화산활동(SIV, Scattered non-age-progressive Intraplate Volcanism)’의 형성 원리를 설명할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맨틀 전이대(MTZ, mantle transition zone, 지표면으로부터 약 410~660km 깊이에 존재)의 상부 경계면인 약 410km 깊이에서 생성된 마그마가 거대한 단일 덩어리가 아닌 다수의 ‘마그마 고립파(magmatic solitary waves)’로 분해되어, 마치 ‘마그마 비(magma rain)’처럼 불규칙하게 상승하는 과정을 2차원 컴퓨터 수치 모델링을 통해 세계 최초로 시각화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질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이자 해당 분야(JCR Geology) 1위 저널인 『지질학(Geology)』에 11월 28일자로 게재됐다.
하와이-엠페러 해저산열(Hawaii-Emperor seamount chain)은 태평양판이 고정된 맨틀 플룸 위를 지나가며 형성되기 때문에 해산(seamount)의 나이가 맨틀 플룸(mantle plume)에서 멀어질수록 증가하는 ‘시기 진행성(age progressing)’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백두산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북미, 유럽 등 대륙 내부 대다수의 판 내부 화산은 형성 시기나 위치에 뚜렷한 규칙 없이 광범위하게 흩어져 분포한다.
[그림 1. 산재형 판 내부 화산(채색 및 회색 점)과 맨틀 플룸에 의한 해저산열(자색)의 분포]
또한 태평양 해저에는 백악기 이후 형성된 1만여 개의 해산이 존재하지만, 하와이-엠페러 해저산열을 포함한 일부 해산을 제외한 약 80% 이상의 해산은 형성 시기나 위치의 경향성이 없어 기존의 맨틀 플룸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산재형 판 내부 화산’의 발생 원리는 오랫동안 지질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최근, 섭입하는 해양판이 맨틀 깊은 곳까지 물을 운반하고 이 물을 포함한 함수 광물이 410km 경계면에서 상전이(phase transition)에 의해 탈수되면서 함수 용융을 일으켜 마그마를 생성한다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생성된 마그마가 어떻게 410km 경계면에서 지표면까지 상승해 판 내부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상 유동(two-phase flow)을 적용한 콤솔 멀티피직스® 기반 2차원 컴퓨터 수치 모델링을 사용해 맨틀 전이대 상부 경계면에서 마그마가 형성되고 상승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410km 경계면에서 상전이가 일어나면 맨틀이 탈수돼 마그마가 생성되며, 이 과정에서 수평으로 길게 퍼진 거대한 ‘마그마 고립파’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는 부력을 받아 상승하던 중 불안정해지며, 지름 약 10~20km 크기의 여러 개의 작은 ‘마그마 고립파’로 나뉘어진다. 이렇게 분리된 작은 마그마 덩어리들은 마치 맨틀 에서 암석권을 향해 내리는 ‘맨틀 비(mantle rain)’처럼 불규칙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가장 빠르게 상승한 마그마 덩어리가 암석권 하부에 도달하는 데는 약 1,000만 년이 소요됐으며, 이후 약 2,000만 년에 걸쳐 다양한 마그마 덩어리들이 시차를 두고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 2. 섭입에 의해 유도된 귀환류(return flow)에 의해 구동되는 연약권 내 마그마 생성 및 이동 모식도]
이번 연구는 산재형 판 내부 화산활동이 왜 불규칙한 시기와 위치에서 발생하는지를 설명하는 강력하고 정량적인 지구물리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특히 상승하는 마그마 덩어리의 크기가 10~20km로 비교적 작다는 점은 현재의 지진파 및 물리 탐사 관측 기술로는 탐지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이는 산재형 판 내부 화산지대 하부에서 명확한 마그마 기둥이 관측되지 않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이창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깊은 맨틀 속에 저장된 물에 의해 형성된 마그마가 ‘고립파’ 형태로 지표까지 상승하여 판 내부 화산을 형성하는 과정을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태양계 내에서 유일하게 다량의 물을 포함한 맨틀을 가진 지구의 역동적 물 순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혁신적 연구”라며, “향후 지구물리, 지구화학 연구자들 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백두산을 비롯한 산재형 판 내부 화산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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