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탐색 행동을 촉진하는 '질문'의 힘... 지시보다 더 넓게, 더 독창적으로
- 2025.11.13
[사진. 송현주 교수]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질문은 유아가 세상을 스스로 탐구하고 배우도록 이끄는 강력한 자극이다. 심리학과 송현주 교수 연구팀(정서윤 석사과정생) 은 만 3~5세 한국 유아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타인의 질문이 유아의 탐색 행동을 넓히고 독창적 시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학술지 '한국심리학회지: 발달'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낯선 장난감을 탐색할 때 실험자의 발화 방식을 세 가지 조건으로 나눴다. 첫째는 “이 버튼을 눌러봐”와 같이 실험자가 장난감의 목표 기능을 직접 알려주는 ‘직접 지시 조건’, 둘째는 “이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고 묻는 ‘교육적 질문 조건’, 셋째는 실험자가 유아에게 장난감을 잘 모른다는 맥락을 밝히고 동일한 질문을 던지는 ‘정보탐색 질문 조건’이다. 연구팀은 이 세 조건이 유아의 학습과 탐색 행동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검증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조건에 따라 질문자가 아이와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질문의 효과를 상호작용의 효과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 명의 실험자가 모든 조건에서 유아와 동일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기질 검사(CTI)를 통해 개별 아동의 성향이 탐색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분석했다.
최종 분석에는 40명의 유아가 포함되었다. 아이들은 네 가지 기능을 가진 낯선 장난감을 자유롭게 탐색했고, 연구팀은 목표 기능 활성화 여부, 스스로 발견한 비목표 기능의 수, 독특한 행동 수행 여부를 기록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질문 조건의 유아는 지시 조건보다 더 많은 비목표 기능을 시도했으며, 모든 아이가 최소 한 번 이상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 반면 지시 조건에서는 79%만이 독특한 행동을 수행했다. 이는 질문이 유아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탐색을 자극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목표 기능 자체를 빠르게 활성화하는 데에는 지시가 더 효과적이었다. 지시 조건의 유아들은 모두 연구자의 지시에 따라 목표 기능을 바로 실행했으나, 질문 조건에서는 일부만 해당 기능을 활성화했다. 즉, 지시는 정답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을 제공하지만, 질문은 아이들이 정답 바깥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다.
한편 질문 유형 간 비교에서는 교육적 질문과 정보탐색 질문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질문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질문 자체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색 행동을 촉진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논문에서 저자들은 질문이 가르치기 위한 것인지, 화자가 정말로 몰라서 하는 것인지 등과 같은 질문의 의도보다 ‘질문’이라는 행위 자체가 주의를 끌고 탐색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아의 기질적 요인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개방성이 높은 유아일수록 더 많은 비목표 기능을 시도했고, 개방성과 감수성이 높은 유아는 독창적인 탐색 행동을 더 자주 보였다. 그러나 질문 유형과 기질 간의 상호작용은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이는 질문의 효과가 아동의 성향과 무관하게 폭넓게 나타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질문은 아동의 개별 성향과 관계없이 탐색을 자극하는 보편적 효과를 가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연구는 지시와 질문의 기능적 차이를 명확히 드러냈다. 지시는 아이가 빠르게 목표 기능을 익히도록 돕지만, 질문은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게 한다. 특히 교육적 질문뿐 아니라 단순한 정보탐색 질문도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질문 자체가 유아 학습을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임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유아 교육 현장에서 지시와 질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시는 필수적인 기능 습득에 유용하지만, 질문은 아이들의 자발적 탐구와 창의적 문제 해결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개방성·감수성과 같은 기질적 요인이 탐색 행동과 연결되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아동의 성향을 고려한 교육이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질문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탐험하도록 이끄는 교육적 촉매제”라며 질문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정세희(심리 25)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