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만든 보이지 않는 위험” 오래된 미세플라스틱, 폐암 성장 가속시킨다
- 2025.11.11
[사진. (왼쪽부터) 하상준 교수, 홍진기 교수]
생화학과 하상준•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연구팀이 오래된 미세플라스틱이 폐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항암제 치료 효과를 약화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폐암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오염원 차원을 넘어 인간의 건강, 특히 폐암 환자의 치료 효과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섭취된 미세플라스틱은 배설을 통해 상당 부분 체외로 배출되지만, 호흡을 통해 들어온 입자는 폐에 머물며 축적돼 배출되기 어렵다”며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성이 폐암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또 지금까지의 선행 연구들은 주로 미세플라스틱의 독성 자체나 암 발생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을 뿐, 미세플라스틱의 특정 특성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노화 정도가 폐암 세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폴리프로필렌(PP)을 사용해 0년, 1년, 2년, 3년 동안 노화 과정을 거친 미세플라스틱을 제작했다. 이후 시간에 따라 표면과 화학적 성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이 입자들을 폐암 세포주(A549, NCI-H1650)와 면역세포에 노출시켜 세포 증식, 전이 가능성, 항암제 반응성 등의 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림 1. PP 미세플라스틱의 노화 기간에 따른 표면 거칠기 변화 / 출처: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Vol. 514, 2025, Article No. 163302.]
먼저, 연구팀은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관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입자의 크기는 작아지고 표면은 거칠어졌으며, 산화가 진행되면서 표면 결함도 심해졌다. 이처럼 거칠어진 표면은 기존보다 표면적을 넓혀 세포와의 접촉을 증가시켰고, 결국 반응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림 2. 노화된 PP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폐암 세포-A549의 증식률 변화 / 출처: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Vol. 514, 2025, Article No. 163302.]
[그림 3. 노화된 PP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폐암 세포-NCI-H1650의 증식률 변화 / 출처: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Vol. 514, 2025, Article No. 163302.]
이후 연구팀이 PP 미세플라스틱을 폐암 세포(A549, NCI-H1650)에 노출시켜 증식 속도를 측정한 결과, 오래된 미세플라스틱일수록 증식 속도가 뚜렷하게 빨라졌으며, 특히 3년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을 7일간 노출할 경우 노출하지 않은 세포에 비해 암세포 성장을 약 두 배 가속시켰다.
연구팀은 세포 증식뿐 아니라 치료 반응에도 변화가 있는지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더 오래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폐암 세포일수록 세포 증식 지표인 Ki-67 단백질 발현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Ki-67은 약물 저항성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로, 이 결과는 미세플라스틱의 노화가 세포 내 약물 저항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흡연성 폐암 세포주(NCI-H1650)에서 이러한 결과가 더욱 뚜렷했다.
이어 연구팀은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폐암 세포에 처리해 실제 치료 반응 변화를 살폈다. 실험 결과, 미세플라스틱의 노화 정도가 심할수록 폐암 세포가 항암제에 덜 반응하고 생존율이 높게 나타나,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이 항암 효과를 약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이 폐암 세포의 형태에도 변화를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NCI-H1650 세포에서는 세포가 길게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됐는데, 이는 높은 전이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변화는 세포 성장 단계인 G1기가 촉진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 과정에는 활성산소종(ROS)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pp 미세플라스틱이 ROS 농도를 A549 세포에서 최대 1.5배, NCI-H1650 세포에서 1.9배까지 증가시켜, 암세포의 성장과 진행을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켜 면역 반응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대식세포가 종양 성장을 돕는 M2형으로 극화되며, 암세포 주변 면역 환경이 종양 친화적으로 바뀌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이 암세포 자체뿐 아니라 종양 미세환경 전반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실내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실외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으며, 특히 수술 중에는 그 수치가 급격히 증가한다. 장기간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는 폐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이러한 환경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병원만이 위험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달 음식 용기, 일회용품, 합성섬유 의류 등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중을 떠다니며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유입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오염원 차원을 넘어, 우리의 호흡기와 의료 환경을 위협하는 새로운 보건 문제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그 영향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산업·개인·연구자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폐암뿐 아니라 더 다양한 질병 모델과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연구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수십 년 동안 환경에 노출되며 화학적·물리적으로 변해간다”며, 이렇게 노화된 플라스틱이 시간에 따라 독성과 질병 유발 가능성을 어떻게 바꾸는지 규명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하와이대와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와 협력해 해양 플라스틱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는 2025년 6월 세계적 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윤도연(식품영양학 25)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