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일 교수팀, 남극 빙상 용융 담수가 대서양 자오면 역전 순환(AMOC)의 약화로 이어짐을 규명

기후 변화 시대, 남극 빙상의 용융이 해양 순환에 미치는 영향
  • 2025.10.17
제품이미지

[사진. (왼쪽부터) 안순일 교수(제1저자), 문준영 연구원(제2저자)]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위트레흐트대학교, 난징정보공학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남극 대륙 빙하, 즉 남극 빙상(ice sheet)이 녹았을 때 발생하는 담수(freshwater)의 유입이 대서양 자오면 역전 순환, 즉 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했다. 

 

온도와 염분의 변화는 밀도 변화를 유도한다. 밀도가 증가해 무거워진 바닷물은 침강하고, 밀도 감소로 가벼워지면 상승해 해양 순환의 원인이 된다. 이를 열염분 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 하며, 오대양을 연결하는 전지구적 해양 순환을 해양 컨베이어 벨트라고 한다. 특히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남-북 방향의 자오면 해양 순환인 AMOC은 남쪽의 따뜻한 해수를 북쪽으로 공급해 에너지의 재분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구 강수 패턴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품이미지

[그림. 해양 열염분 순환도 (이미지 출처: NASA/JPL)] 


AMOC의 변화는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AMOC이 약화되면 북대서양, 유럽 지역이 추워질 수 있으며, 실제로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와 같은 과거 급격한 기후 변화가 AMOC의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과학자들은 AMOC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뿐만 아니라, AMOC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난화는 대륙 빙하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남극 빙상이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 되돌아갈 수 없는 임계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남극 빙상이 녹으면 염분이 낮은 담수가 남대양(Southern Ocean)으로 대량 유입될 것이다. 해양 순환은 염분과 열의 차이로 발생하므로, 해양의 염분 변화는 순환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이때 남극 빙상은 60m의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잠재력을 가지므로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남극 빙상의 용융이 해양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팀은 남대양의 서로 다른 해역 5곳에 담수를 주입하는 모의실험(simulation)을 통해 AMOC 강도의 변화를 확인했다. 담수의 양에 따라 AMOC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달랐으며, 해역에 따라서도 AMOC의 강도가 다르게 반응했다. 태평양 구역 3곳은 AMOC에 더 강한 반응을 보여 이를 HIG(High-Impact Group)로 분류했고, 나머지 두 해역은 상대적으로 약한 반응을 보여 이를 LIG(Low-Impact Group)로 분류했다. 이때, LIG보다 HIG에서 염도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한 HIG에서 낮은 염분의 해류가 북대서양으로 유입되며 AMOC의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LIG는 대서양의 염분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으며, 결국 AMOC에도 적은 영향을 미쳤다.

제품이미지

[그림. 모의실험 결과 그래프]


담수의 유입은 해수면 온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반구 고위도 해수면 온도는 HIG에서 약 2.5도, LIG에서 약 1.5도 감소했다. 반면 북반구에서는 약간의 온난화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반구 간 온도 차이는 북반구 내부에너지가 남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의 에너지 수송을 가중시킨다. 결과적으로 해들리 순환의 중심인 적도수렴대(ITCZ)가 북쪽으로 이동했고, 북부 열대 지역 강수량의 증가를 초래했다. 강수가 증가하면 염도가 감소하므로, 고위도 대서양으로의 염분 수송이 감소해 결국 AMOC의 약화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담수 유입으로 인한 ITCZ의 이동이 AMOC 약화에 15-50%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담수가 유입되는 기간을 달리했을 때에도 AMOC 강도가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AMOC의 약화는 남대양에서 유입되는 담수의 양, 유입 기간 그리고 유입 장소에 영향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수준의 양과 기간에 걸쳐 담수 유입이 발생하면 AMOC의 약화 현상이 최대화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남극 빙상의 용융 속도, 규모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연구팀은 “북반구 그린란드 빙상의 용융이 함께 발생하면, 남대양 담수의 북쪽 이동이 약화될 수 있다”며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 용융의 경쟁 및 결합 효과가 AMOC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이해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미래 기후 변화에 대한 AMOC 반응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해양 순환을 포함한 복잡한 피드백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2024년 9월, 지구과학·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되었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김건하(대기과학 22) 학생
 


논문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