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준 교수팀, 경로의존성으로 본 정책 변화 분석

미세먼지 관리정책, 왜 제자리걸음인가
  • 2025.10.15

최근 미세먼지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여전히 OECD 최악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정책 성과도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행정학과 나태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는 사회과학적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연구팀은 1995년 이후 약 30년간 추진된 한국의 미세먼지 관리정책이 겉으로는 점진적 변화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기존 틀에 묶여 자기복제와 편중을 반복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24년 5월 학술지 『융합사회와 공공정책』에 발표되었다.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악 수준이며, 서울은 파리·런던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호흡기·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심지어 자살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초미세먼지 장기 노출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2019년 기준 약 2만 3천 명에 달했다.

 

그렇다면 왜 수십 년간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성과가 제한적일까? 나태준 교수팀의 연구는 그 해답을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는 사회과학적 개념에서 찾는다. 

 

‘경로의존성’이란 한 번 형성된 제도나 정책의 방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고착화되어,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더라도 기존의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과거의 결정이 미래의 선택을 제약하고, 정책이 스스로의 관성을 강화하며 변화에 둔감해지는 구조를 뜻한다. 이 개념에 의거하여 고찰할 때 한국은 1995년 이후 약 30년간 미세먼지 관리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근본적인 전환 없이 과거의 선택을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제품이미지

[그림. 경로의존성 분석 체계]

 

연구팀은 미세먼지 관리정책의 변화를 국제 협약, 사회적 담론, 제도적 맥락, 그리고 정부·기업·개인의 행위자 요인 등이 얽힌 과정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정책은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듯 보였지만 사실상 기존의 정책 틀 안에서 자기복제에 머물러 왔음을 확인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책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도로이동오염원 관리에 집중됐다. 경유차 규제,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31%)과 비산먼지(19.7%) 관리에는 소홀했다. 실제로 2023년 수립된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2023~2032)」에서도 전체 예산의 96%가 도로이동오염원 관리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장 배출총량제는 할당량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배출부과금 단가 역시 1991년 이후 30년 넘게 동결된 상태다. 더불어 국내 미세먼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국외 유입 문제는 국제 협력이 관측·연구 교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공동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한국의 미세먼지 관리정책이 “겉으로는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정책 틀에 갇혀 있는 전형적인 경로의존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배출원에 대한 실효성 있고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고찬주(중어중문 23) 학생


논문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