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철 교수팀, 시각 배열이 사회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 밝혀

가깝게 반복 노출된 대상, 무의식적으로 더 가깝게 느낀다
  • 2025.06.05
반복되는 시각 패턴, 무의식 속 사회적 판단에 영향 미쳐

심리학과 정상철 교수 연구팀이 시각적 통계 학습(Visual Statistical Learning, VSL)이 내집단과 외집단 구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인간이 공간적으로 근접한 시각적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 그 통계적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고 이를 사회적 판단에 반영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Acta Psychologica』에 게재됐다.

 

정상철 교수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실생활에서도 작동한다고 설명하며, “대학 수업 첫 시간에 우연히 가까이 앉은 사람이 학기 내내 가장 자주 마주치는 동료가 되고, 결국 조를 함께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Propinquity Effect’라 불리며, 개인 간 관계 형성에서 근접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돼 왔다. 다만 정 교수는, 이 효과가 집단 역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공간적 시각 자료가 초기 단계의 사회적 집단 범주화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VSL은 반복되는 시각적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하는 인지 메커니즘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순한 사물이 아닌 인물의 얼굴과 같은 사회적 의미를 지닌 자극을 활용해 실험을 구성함으로써 기존 VSL 연구의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얼굴 사진을 특정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켰다. 일부는 화면 내 가까운 위치에서 다른 일부는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해 시각적 연관성을 학습하도록 유도한 뒤, 특정 인물에 대한 내집단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가까운 위치에서 자주 본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내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시각 정보의 공간적 근접성이 친밀감과 소속감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공간적으로 가까운 자극 간의 통계적 구조가 사회적 판단 및 편향 형성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어 얼굴이 아닌 이니셜을 사용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돼 자극 유형을 넘는 VSL의 일반화 가능성도 함께 시사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통계적 규칙 인식 능력이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사회적 지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깊이 탐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복잡한 시각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뉴스 이미지, 교육 자료, 온라인 화면 구성 등 일상 속 시각 정보 환경에서 정보 배열 방식이 인식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재조명한다. 특히, 시각적 정보 디자인에서 배치와 반복의 사회적 함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연구 결과는 현실에서도 누가 시각적으로 가까이 놓이는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가에 따라 무의식적 배제와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AI 기반 추천 시스템과 같이 반복 노출과 위치 배열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시각 정보의 의도적 반복과 배치가 극단적인 의견 형성이나 사회적 편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편향을 낳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의견이 다른 이들이 물리적 공간이나 온라인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한다면, 다양성과 소통을 유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윤도연(식품영양 25)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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