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위크, 인류 지성의 현장을 가다

송인한 학생복지처장, 이은채 YBS 실무국장, 강다은 인연 국제팀장
  •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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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동문(국어국문학 89)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연세 공동체에게 대단히 특별한 기쁨이었다. 한국 문학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의 수상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작가가 전한 ‘인간과 치유에 대한 메시지’가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작가의 질문은 과거의 일이 역사의 박제로 머물러 있지 않고 세대와 세대를 잇고, 지역과 국가를 넘어 문학의 언어로 사람들의 심장을 잇고 아픔과 공감, 사랑의 온기를 전파하는 금빛 실이 되었다.

 

우리 대학교는 한강 동문이 작가로서 일궈온 가치를 기념하고 함께 축하하며, 학생들이 노벨상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성취를 직접 체험하고 영감을 얻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벨 위크 학생 방문단’을 스웨덴 현지에 파견했다. 노벨 위크 방문단으로 12월 5일부터 13일까지 스톡홀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송인한 학생복지처장과 이은채(YBS)・강다은(인연) 학생을 만나 노벨 위크 방문 후기를 들었다.

 


지난해 10월 10일 한림원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12월 10일 시상식이 열리기까지는 단 두 달. 짧은 기간 동안 학교 차원에서 노벨 위크 방문단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게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었을 터다. 노벨 위크 방문단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학생 대표 선발과 여행 일정 계획을 비롯한 일련의 준비를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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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 학생복지처장

 

송인한: “10월 말, 한강 동문에게 연세의 축하를 전하고 노벨상의 의미를 연세에 확산하자는 윤동섭 총장님의 결단으로 시작된 방문단은 손영종 교학부총장님을 단장으로 이삼열 신문방송편집인님과 함께, 총학생회와 언론사, 홍보대사 등 학생사회 대표와 국어국문학과 학생 대표, 연세문화상 수상자로 구성되었습니다. 한 달간의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노벨상과 노벨 위크에 대해 조사하며 집중적으로 사전 준비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출발 직전, 비상계엄 등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총학생회 대표들은 학생총회를 위해 남아야 했고, 부총장님 역시 학교의 중요한 업무를 위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학생 7명과 교수 2명으로 구성된 노벨 위크 방문단이 비장한 마음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출발 당시의 무거운 공기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사회 특유의 역동성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는 고국의 소식을 들으며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방문단의 여정은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한강 동문을 만난 것이죠. 긴 비행 끝에 만난 한강 작가와 학생들이 나눈 대화는 감동적이고도 영감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노벨 위크 프로젝트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정이 됐습니다.”


노벨 위크 방문단은 12월 5일 출국을 앞두고 12월 3일 오후 5시, 언더우드관에서 출정식을 개최했다. 그런데 불과 다섯 시간 남짓 지나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예정대로 노벨 위크 방문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방문단 일부 인원이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놀라운 기적이 있었다.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환승 이동 중 한강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우연한 마주침, ‘Happy Encounter’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방문단을 꾸렸지만 스웨덴 정부의 국빈으로 방문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한강 작가를 먼발치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다은: “공항에서 이동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작가님을 먼저 알아보셨고, 정말 감사하게도 학생들에게 작가님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어요. 스톡홀름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라운지에 다 함께 앉아서 작가님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학생 중 한 명이 작가님께 조심스럽게 점 하나만 찍어주실 수 있냐고 말을 꺼냈는데, 작가님께서 학생들 모두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셨어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운명처럼 작가님과 마주쳐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음이 믿기질 않았고 그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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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채: “다 함께 둘러앉아 30분 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작가님께서 방문단 학생 모두의 목소리를 한 번씩 들어보고 싶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들 책에 서명도 해주시고, 모든 대화에 집중하여 답변해 주셨습니다.”

 

송인한: “긴 비행으로 피곤하셨을 텐데도, 학생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깊이 공감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작가로서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지한 모습뿐만 아니라, 위트 있는 이야기와 유머 감각 속에서 ‘역시 한강 작가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생들은 글쓰기 스타일이나 문학의 의미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작가님은 이에 대해 따뜻하고도 깊이 있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89학번 동기로서 학과는 달랐지만 같은 캠퍼스에서 같은 시절을 보냈다는 경험과 의미를 나눌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오랜 비행 끝에 모두 지쳐 있는 상황이라 사진 촬영은 실례가 될 것 같아,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손 사진’을 대신 찍으며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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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위크 기간 동안의 스톡홀름은 ‘노벨상의 도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노벨상 수상자 강연, Nobel Week Lights, 미디어 파사드, 문학작품 낭송회 등 다양한 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펼쳐졌고, 방문단은 노벨상 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명소를 방문하며 그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강다은: “스톡홀름에 도착하자마자 노벨상 박물관(Nobel Prize Museum)에 방문해 2024 노벨상 수상자들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취재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Nobel Week Lights Tour’를 통해 스톡홀름 도시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조명 작품들을 감상하며 각 작품들에 담긴 일화와 의미에 대해 알게 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특히 스톡홀름 시청에 미디어 파사드로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진과 소설 ‘흰’의 한 문장이 비춰졌는데, 그곳에 크게 비춰진 한강 작가님을 보며 벅차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3일차에는 ‘Literature Night’라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을 원어와 스웨덴어로 낭송하는 행사에 참여해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를 들었는데, 스웨덴 현지에서 한국어로 구절을 들으니 상상 이상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은채: “노벨 위크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역시 낭독회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벨상이 막연하게만 느껴지기도 했는데, 개방된 스톡홀름 시내에서 한국어가 울려 퍼지는 순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집중해서 듣는 스웨덴 관중들의 모습을 보며, 비록 다른 언어일지라도 텍스트의 근원적인 감정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벨상 시상식이 개최된 12월 10일, 방문단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기록이 살아 숨쉬고 있는 노벨상 박물관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시상식을 지켜보며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고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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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은 노벨 위크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웁살라 대학교와 스톡홀름 대학교, 스톡홀름 경제대학을 방문했다. 웁살라 대학교에서는 귀중한 고서들을 살펴보고 학교 본부 관계자들과 연세와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스톡홀름 경제대학에서는 북유럽의 교육 시스템과 연구 접근법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연세 학우를 만나 대학 내부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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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은 인연 국제팀장

 

강다은: “저는 스톡홀름 경제대학을 방문했는데 교환학생으로 가 계신 학우분을 만나서 대학 내부를 살펴보았습니다. 건물 내부는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 자연의 모습을 가득 담은 디자인으로 가득 차 한국 대학의 건물양식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 곳곳에 학생들이 함께 둘러앉아 토론하는 장면들을 많이 포착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스웨덴 대학의 자유로우면서도 진취적인 면모들을 느낄 수 있었고, 학생들로 하여금 교육방식을 통해 협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이를 활성화하는 건물의 구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아 학생 문화의 형성에 공간과 교육이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은채: “저는 스톡홀름 대학교 한국어학과를 방문했었는데, 한국 문학을 전공하는 스웨덴 대학생들의 열정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문학에서 나타나는 시각 장애라든가 한국 여성 작가 문학의 특징 등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며 공부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 하나의 책을 한국어 원서, 스웨덴어와 영어 번역본으로 독서한다는 답변이 인상깊었습니다. 3개 버전을 비교하며 디테일과 뉘앙스 차이를 눈여겨본다고 합니다. 저 또한 같은 책을 다른 언어로 여러 차례 읽어보는 기회를 꼭 가져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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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채 YBS 실무국장

 

방문단 학생들은 현지 대학교 외에도 스웨덴 대사관과 한국문화원에서 스웨덴 복지 시스템, 한류의 확산 등 양국 간의 교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웨덴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단순한 견학을 넘어,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가진 문화적, 학문적, 외교적 깊이를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다. 노벨상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이었다.

 

이은채: “스톡홀름 방문을 통해 느낀 것은 더 넓은 세상입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저는 노벨상 시상식 외의 노벨 위크라는 행사 주간이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했는데요. 이 기회를 통해 세계 무대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받은 만큼 이를 잘 가공해서 꼭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보답하는 연세인이 될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벨 위크 방문단 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성과는 노벨상을 현실과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노벨상이 이제 연구자와 학생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한강 동문의 성취를 함께 기뻐하며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큰 의의라 하겠다.

 

송인한 교수는 “1년에 300개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중 단 하나만 쓸모있어도 만족한다(If I come up with 300 ideas in a year, and only one of them is useful, I am content)”는 알프레드 노벨의 말을 들려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할 때 진정한 성과가 나온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노벨상이 목표가 아니라 결과로 따라오는 것임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신뢰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노벨상 수상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이번 방문을 통해 느꼈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또한 “노벨 위크 방문단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연세의 힘’ 덕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사회공헌원이 주관기관으로서 모든 준비를 총괄했고, 대외협력처와 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한 여러 부서의 아낌없는 지원이 더해졌다. 손영종 교학부총장의 단장으로서의 리더십, 학생들의 뛰어난 능력과 책임감, 그리고 스웨덴 동문들의 든든한 지원까지 더해져 하나의 완벽한 팀을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노벨 위크 방문단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광주방송 정서진 회장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연세의 이름으로 힘을 모은 모든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더해져 이 특별한 여정이 가능했다.

 

학교 본부는 앞으로도 매해 노벨 위크에 학생 방문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번 방문단은 한강 동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추진된 첫 시도이자 시범사업으로 준비 기간이 짧아 학생회와 주요 기관의 대표 학생들로 방문단을 구성했지만, 향후에는 보다 학문적 연관성이 있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발 기준을 마련하고, 사전 학습 프로그램과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통해 학문적·문화적 가치를 더욱 크게 만들 예정이다. 이번 방문으로 큰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학교 본부는 앞으로 노벨 위크 방문단이 학생들에게 단순한 경험을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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