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호기심과 질문 능력에 미치는 영향 – 질문하는 인간, 응답하는 기계의 시대를 살아가기
- 2026.03.17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앎을 갈망한다”고 말하며, 호기심이 인간 지적 활동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아인슈타인은 “I have no special talents. I am only passionately curious.”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호기심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기존 발달심리학 연구들은 아동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많은 질문을 한다는 것을 밝혀왔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였던 James Sully는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히는데 어떻게 하늘나라에 가나요?” “우리가 눈이 두 개인데 왜 사물은 두 개가 아니라 하나로 보이나요?”와 같은 아동들의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을 보고한 바 있다(Sully, 1896/2000).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아동의 일상 질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 서구의 자료에서는 1세에서 5세 아동들이 일상생활에서 시간당 100개 이상의 질문을 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Chouinard, 2007).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최근 1세 5개월에서 3세 10개월까지의 한국 아동들의 약 81시간의 일상 발화 녹음자료분석을 수행하였고, 분석된 자료에 포함된 한국 아동들이 시간당 약 평균 46개의 질문을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Oh et al., under review). 이러한 생애 초기 질문 행동에 대한 발달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질문이라는 행위가 인간의 언어 소통에서 매우 보편적이고 어쩌면 생득적인 정보 탐색 방식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에게 질문하는가? 인간의 질문 행동은 대부분 사회적인 행위로서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타인을 향해 이루어진다. 비사회적인 맥락에서는 과거에는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백과사전이나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고, 1990년대부터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정보를 검색하곤 했다. 이러한 인간의 정보 탐색 행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였다. 이제 우리는 특정 주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건 뭐야?”, “왜 그래?”와 같은 매우 짧은 질문만으로도 생성형 AI와 대화하면서 매우 풍부한 정보를 아주 빠른 속도로 얻을 수 있다. OpenAI 보고서에 따르면, ChatGPT 사용자 대화 유형 중 가장 빈번한 유형이 “asking”, 즉 질문을 통한 정보 탐색 행위였다(Peri et al., 2025).
AI와의 상호작용 맥락은 인간의 질문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AI는 거의 항상 친절하고, 우리를 어리석다고 비판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 중 언제든지 눈치 보지 않고 AI에게 자유롭게 물을 수 있고, AI는 지치지 않고 대답한다. 이러한 환경은 인간 간 상호작용 맥락에서 질문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줄 수 있다.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 연구에서는 한국 아동들이 궁금한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과제를 했을 때, ChatGPT와 상호작용할 때,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보다 더 많은 아동들이 자신의 궁금증을 질문을 통해 표현함을 보였다(Ju & Song, 2026). 또한 최근 해외 연구에서는 아동들이 “왜?”와 같은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을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보다 AI와 상호작용할 때 더 빈번하게 산출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Ünlütabak & Barkana, 2025).
하지만, 질문의 수의 증가가 좋은 질문을 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능력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본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용자들일수록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도에 상관없이 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대부분 AI가 생성한 답을 수용하며, 답이 틀렸을 때도 50% 가까이 수용함을 보여주었다(Oh et al., 2025). 현재 AI 사용자들은 답을 듣고 끝내거나, 관련된 후속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AI가 제공한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호기심을 깊이 있게 확장하는 법’에 대해서는 AI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상용되고 있는 대화형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되었으며, 질문의 동기나 맥락을 되묻는 식의 대화는 AI라는 도구의 주목적으로 고려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AI는 단순히 응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질문하기도 전에 먼저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에 관심 가질지를 예측하고, 추천하고, 때로는 강력히 유도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뉴스 앱을 열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검색할까?’보다 ‘보이는 것 중 무엇을 클릭해야 하지?’를 고민한다. 질문은 점점 사라지고, 제시된 선택지 속에서 반응하는 습관만 남을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인간의 ‘스스로 궁금해하는 능력’, 즉 호기심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한 가지 유력한 가능성은 이러한 알고리즘 구조가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질문이란 원래 내가 인식한 지식의 공백을 인지하고, 자신의 모르는 정보에 대한 호기심에 의해 유발되는 행위다. 그러나 AI가 먼저 의문을 대신 던지고, 알고리즘이 가장 ‘좋은 질문’을 예측해 제공한다면, 우리는 언제 우리 자신의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변화는 특히 아동과 청소년처럼 질문 능력이 한창 싹트고 있는 사용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가 먼저 보여주는 정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스스로 궁금해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 없이, AI가 알려주는 것만 반복적으로 받아들일 때, 질문은 ‘생각의 출발점’이 아니라 ‘검색의 명령어’로 축소될 수 있다.
물론 AI는 아이가 궁금해하는 순간 즉각 반응하고, 때로는 부모나 교사보다도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존재로서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AI의 영향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는 나를 대신해 생각하는가, 아니면 나의 사고를 도와주는가? 우리가 바라는 AI는 응답 기계가 아니라 우리의 호기심과 사고를 성장시키는 동반자여야 한다. 아이가 “왜 하늘은 파랄까?”라고 물었을 때, “빛의 산란 때문이야”라고 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너는 왜 그게 궁금했어?”, “하늘의 색이 변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처럼 생각의 가지를 뻗어줄 수 있는 AI라면 인간의 질문 능력은 더 풍부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AI가 우리의 호기심을 대신 길러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성찰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경험이 유지될 때, 우리는 질문하는 존재로서 AI와의 공존의 시대에 능동적인 주체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AI를 편리한 응답 기계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호기심은 여전히 소중하고, 질문은 여전히 사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묻고, 어떻게 대답 받으며, 무엇을 다시 묻는 존재가 될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이다.
참고문헌
Chouinard, M. (2007). Children’s questions: A mechanism for cognitive development. Monographs of the Society for Research in Child Development, i-129.
Ju, N. & Song, H. (2026). Children's Question-Asking to Artificial Intelligence (ChatGPT) and Human Agents. Poster to be presented at the 2026 Conference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Study of Behavioural Development, Incheon, Korea.
Oh, S., Ju, N., Shin, H. E., Lim, H., Kim, S., Harris, P. L., & Song, H.-J. (under review). Korean preschoolers’ questions, caregivers’ responses, and children’s follow-up reactions.
Oh, S., Zhang, C., Girouard-Hallam, L., Zhou, Z., March, H., Jayaramu, S., & Xu, Y. (2025). " Hey Curio, Can You Tell Me More?": Children's Information-Seeking and Trust in AI. In Proceedings of the 24th Interaction Design and Children (pp. 545-555).
Peri, G., Chen, A., L’Huillier, J., Manning, A., Schmitz, L., Suri, T., & Tirole, J. (2025). How people use ChatGPT (NBER Working Paper No. 34255).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https://doi.org/10.3386/w34255
Sully, J. (1896/2000). Studies of childhood. London: Free Association Books
Ünlütabak, B., & Barkana, D. E. (2025). Children's Information Search with Social Robots: A Focus on Children’s Question-Asking Behavior. International Journal of Child-Computer Interaction, 100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