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와 대중예술, 그리고 창의적 인재 교육

배성주 이윤재 현대문화예술연구원 교육센터장 / 경영학과 교수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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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은 우리에게 과학이 가르쳐 줄 수 없는 상상력, 창의성, 리더십, 협동심, 개방성, 자기 확신, 배려심, 인내심 등을 가르쳐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선사한다.


  
아침에 일어나 김동률의 노래를 듣고, 오후에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귀가 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하지만, 막상 연세대학교에는 대중음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소설 창작을 위한 전문가 과정도, 영화 제작을 위한 교육을 하는 기관도 별도로 존재하고 있지 않다. 연세대학교가 대중문화예술 분야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창작물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많은 재학생들도 그러한 꿈을 꾸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략적으로 생각한다면 연구 중심인 우리 대학교에서 대중문화와 예술은 전문 영역이 아니므로 앞으로도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사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교육을 하지 않아도 이미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학교에 걸린 많은 홍보물을 통해 학교 본부와 재학생, 동문들이 이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러한 결정도 나쁜 선택이 아니지 않을까? 우리 대학은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여러 과학 분야를 잘하는 대학인데, 굳이 대중예술같은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투자 대비 효율 관점에서 좋은 의사 결정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학교로서는 여러 가지 행정적 문제로 인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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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왜 연세대학교에서 앞으로 대중예술과 문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선 기술과 사회의 변화가 이러한 전략의 변화를 필요하게끔 한다. 전 세계 문화예술 산업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고, 이 중에서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 산업이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AI와 로봇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점점 더 인간의 여가 시간을 늘릴 것이며, 이에 따라 문화예술의 소비 또한 점점 더 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만 가지고 연세대학교가 대중예술과 문화 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 글을 쓴 저자가 경영학 교수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시각이 다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교육의 목표는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나 전략적인 선택, 행정적인 의사 결정, 노벨상이나 아카데미상과 같은 외부에서의 인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이 좋은 교육의 직접적인 혹은 부수적인 결과가 될 수는 있어도, 대학 교육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인격적 교육을 통해 한국 사회를, 나아가서는 세계를 이끌 수 있는, 그리고 사회가 맞이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리더들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학은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맞이할 여러 가지 상황에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정의로우면서도 한편으론 새로운 시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며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시 말해 다양한 자질을 동시에 보유한 리더를 키워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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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현대문화예술연구원의 교육적 가치는 단순히 연세대학교에 대중문화와 예술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지 않다. 본 원의 다양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창의성을 기르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될 것이며, 여러 사람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통합의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교과 과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서로 연결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구성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윤재 현대문화예술연구원도 노력을 많이 하겠지만, 교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러한 노력에 동참한다면 우리 대학교의 교육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15년 동안 연세대학교에서 창의성과 기술혁신, 창업 등을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많은 젊은 연구자와 창업가들, 기업인들과 함께 하면서 내린 결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사회에서 현실화하는 과정은 무수히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특정한 과학이나 기술, 혹은 경영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아낄 줄 알아야 하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인내심과 평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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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은 우리에게 과학이 가르쳐 줄 수 없는 상상력, 창의성, 리더십, 협동심, 개방성, 자기 확신, 배려심, 인내심 등을 가르쳐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선사한다. 연세대학교의 교육은 이러한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이는 본 원의 교육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 대학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교육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본 연구원은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통해 연세 구성원들과 교류하게 될 터인데,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좋은 의견들을 많이 보내 주시고, 여러 가지 시도와 노력을 응원하며 동참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