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를 잇는 AI 허브

AI혁신연구원 임일 부원장
  • 2025.12.19
제품이미지

인공지능은 이제 기술을 넘어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혁신하는 거대한 문명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대학교는 AI를 단순히 효율과 속도의 언어로만 바라보지 않고, 인문·사회·경영·교육·의료 등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을 통해 AI가 인류의 존엄과 공동체 가치를 확장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AI혁신연구원(Institute for AI and Social Innovation, 원장 윤동섭)을 설립했다. AI혁신연구원은 ‘기술’을 넘어 ‘인류와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특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등 앞다퉈 AI 연구기관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우리 대학교 AI혁신연구원이 추구하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일까. AI혁신연구원의 부원장을 맡고 있는 경영학과 임일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AI혁신연구원이 지향하는 미래와 그 안에서 펼쳐질 의미 있는 연결과 연구 성과, 그리고 사회에 미칠 영향을 상상해 보자.

 


Q. AI혁신연구원의 설립 의미와 비전, 그리고 다른 AI 연구기관들과 차별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원은 AI 연구자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AI 허브’를 지향합니다. 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며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러한 변화가 개인과 사회,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기술적 범주를 넘어섭니다. 따라서 저희는 AI 기술 연구는 물론 인문·사회·정치·산업·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AI의 적용과 사회적 영향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AI 연구기관들이 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우리 연구원은 사회 전체적인 AI의 영향력을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AI와 사회를 연결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곳은 우리 대학교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삶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연구 분야를 꼽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분야가 있지만, 특히 메디컬과 교육 분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메디컬 분야에서는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SCRAP4AI’를 통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병원 밖 AI 연구자들이 사망 환자 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의료 분야의 강력한 규제 때문에 환자 데이터는 병원 내 의료진만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 플랫폼을 통해 우리 대학교 연구자는 물론이고 향후 외부 AI 연구자들도 이 데이터에 접근해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AI 연구 발전뿐만 아니라 의료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데이터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는 주로 사회학적 통계나 의료비 지출, 질환의 종류 등 거시적인 정보가 중심이라면,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 MRI 영상 자료 등과 같은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메디컬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7만 명에 달하는 사망 환자의 첫 내원부터 사망 시점까지의 모든 전주기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특정 질환의 발병부터 진행, 사망에 이르는 전 과정을 AI로 분석해 더욱 정확한 질병 치료법이나 처치 방안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존의 단편적인 단기 연구를 넘어 장기적이고 종단적인 연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일반 AI 연구자들이 이러한 고급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 분야 AI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Q. 의료 데이터의 개인 정보 보호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당연히 익명화 조치를 철저히 합니다. 환자의 이름 등 직접적인 개인 식별 정보는 모두 제거하는 ‘익명화’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전자 데이터’와 같은 민감한 정보입니다. 유전자 데이터 분석만으로도 이론적으로는 특정 개인을 역추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 데이터의 익명화 방법을 더욱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의 가능성을 열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의료 분야 외에,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또 다른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요?

교육 분야 AI도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의 협력 및 서울시교육청과의 MOU를 통해, 연구원은 전국의 초중고생의 학습 성취 기록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별 학생의 학습 진도 및 강점, 약점, 성취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AI 튜터’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현재의 일방적인 온라인 강의와 달리, AI 튜터는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지도 방안을 제안받아 시간을 절약하고 더욱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상업적인 활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교육 목적의 연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공적인 영역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Q. 연구자들이 이러한 의료 및 교육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게 되나요?
제품이미지

이는 MOU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기관의 경우 접근이 제한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저희는 MOU 체결 시 최소한 우리 대학교 소속 연구자들에게는 데이터를 공개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지난 10월 24일 AI혁신연구원 개원식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부원장님께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원식 컨퍼런스에서는 의미 있는 발표와 토론이 많았습니다만, 특히 김용학 전 총장님과 구글 요시 마티아스(Yossi Matias) 부사장님의 기조연설이 인상 깊었습니다. 김용학 총장님은 AI 발전 속도가 ‘발산(divergence)’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앞으로 인류가 AI를 컨트롤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거시적인 비전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이는 빌 게이츠 등 여러 저명인사들이 강조하는 AI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AI 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신 것 같습니다.


또한, ‘AI를 통한 혁신’ 세션에서는 삼일PwC 컨설팅의 한승욱 파트너의 발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AI가 기업 현장에 실제로 적용될 때 발생하는 중요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짚어주셨습니다. AI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기업 조직과 유기적으로 융화되어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AI 발전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김 총장님의 말씀이 산을 멀리서 보는 시야였다면, 한 파트너님의 말씀은 나무 한 그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하는 실용적인 접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AI 규제에 대한 논의는 어떤 상황인가요? AI혁신연구원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요?

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규제 논의가 AI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AI를 기준으로 규제를 만들면 미래의 기술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고민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입법 과정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딥러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님조차 AI가 통제되지 않으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듯이, AI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규제 마련은 필수적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기술 결정론적 관점보다는, AI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인간 중심적 AI’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을 억누르기보다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AI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연구원의 연구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이슈입니다만, AI가 학생들의 학습, 특히 과제나 시험에서 활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I,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교육 현장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학생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작성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것이 학생들의 지식 함양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나 서울시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학생 데이터 기반의 교육 성취도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AI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교수님들은 AI 활용을 막기보다는,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학생들의 기본적인 역량을 키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답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논의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일반 과제에서는 AI 사용을 허용하되 어떻게 AI의 도움을 받았는지 명확히 밝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험에서는 노트북이나 패드를 통한 오픈북은 허용하지만, 인터넷을 끊어 실시간 챗GPT 사용은 막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교육 방식도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Q. 부원장님께서는 Information System 분야를 전공하고 계신데요, 그동안 IS 연구를 하시면서 사회 전반에 정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체감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AI의 영향력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제품이미지

30년 이상 정보 시스템 분야에 몸담으면서, ‘인터넷’과 ‘AI’라는 두 가지 거대한 산봉우리를 마주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만큼이나 AI가 사회에 미칠 임팩트가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AI의 영향력은 인터넷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정보의 검색, 공유, 생산, 전파의 혁명이었다면, AI는 ‘정보의 소화’, 즉 이해하고 판단하는 영역의 혁명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실직과 같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인류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은 항상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사람들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해왔습니다. 불의 발견,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사람들이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도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처럼, AI도 결국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할 것이라 낙관합니다. 물론 기술 발전이 가져올 ‘분배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와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겠지요.

 


Q. AI혁신연구원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앞으로 5년, 10년 뒤의 방향성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우리 연구원의 비전이 ‘AI 허브’라고 말씀드렸듯이, 궁극적으로는 연구자나 다양한 커뮤니티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연구원이 모든 AI 연구를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AI 연구자들이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고 싶습니다. 훗날 뛰어난 AI 연구자들이 연세 AI혁신연구원의 네트워킹과 자원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한다면, 그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성공이 될 것입니다. 

 


Q. 연구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우리 대학교 AI 연구의 밭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우선, 교내 AI 관련 연구 과제를 공모해 약 40개 팀을 선발하고, 각 팀에 2천만 원에서 7천만 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1년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공계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인문학, 경영, 경제 등 AI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아우르기 위함입니다. 또한, AI 연구에 필수적이지만 고가의 장비라 접근하기 어려웠던 ‘GPU 서버’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인문사회 계열 연구자들이 GPU 서버 부족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10억 원을 투자해 최고 사양의 GPU 서버 2대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 도입하여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Q. 향후 국제 공동 연구나 글로벌 협력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연구원은 내년부터 연례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컨퍼런스는 연구자들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을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초기에는 교내 연구 과제 지원팀의 성과 발표를 위주로 하되, 점차 해외 석학들을 초청해 국내 연구자와 해외 연구자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글로벌 차원의 협력 또한 우리 연구원의 중요한 사업 방향 중 하나입니다.

 


Q. 우리나라의 AI 연구 역량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시나요?

AI 연구를 ‘기술 개발’과 ‘기술 적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나 핵심 기술 연구 같은 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미국이 선두이며, 한국은 뒤따라가는 입장입니다. 열심히 추격 중이며, 일부에서는 한국을 상위 4위권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 적용 분야, 즉 개발된 AI 기술을 실제 사회나 산업에 적용하고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어내는 역량은 한국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인터넷이 기술 자체보다는 적용을 통해 큰 가치를 창출했듯이, AI 역시 적용 분야가 중요합니다. 한국은 챗GPT 유료 사용자 비율이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AI 활용도가 높아,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Q. AI혁신연구원 설립에 기아(KIA)가 100억 원 이상을 기부하며 참여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아의 참여는 AI 기술의 사회적 적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AI 기술의 집약체이므로 자동차 산업이 AI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기업 내부적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가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또한, 현대기아그룹과 같은 선도 기업이 AI 분야에 사회공헌 형태로 지원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회적 책임 의식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교직원, 학생,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품이미지

연세대학교가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AI혁신연구원은 그 중심에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연세 구성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AI가 가져올 엄청난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용법을 익히며, AI를 통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개개인의 고민들이 모여 결국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AI혁신연구원의 GPU나 연구 과제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