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예술하는 스무 살들

성악과 박성근 교수 x 7개 동아리 팀, 이윤재현대문화예술연구원 개원 공연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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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드라마 등 한국에서 만들어진 참신한 콘텐츠에 대해 사람들은 ‘K’를 붙여 창의적이고 세련된, 이른 바 ‘힙’한 문화 장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잠시 일어났다 가라앉는 거품 현상일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일부 있었지만, K-컬처는 한국인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속도와 강도로 서구 중심의 문화사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의 문화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의 영향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문화산업’ 분야의 강국이 아니라,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저력 있는 ‘문화예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적 기반과 실천 역량을 겸비한 창작 공동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우리 대학교는 재학생을 위한 미래지향적 문화예술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이윤재현대문화예술연구원을 설립했다. 이윤재현대문화예술연구원은 실기 기반의 창작 수업과 공연 중심 커리큘럼을 통해 실천적 예술 교육을 지향하며, 나아가 K-컬처의 정체성과 미래를 체계적으로 탐구하고 창조하는 연구기관으로서의 글로벌 거점을 목표로 한다.

 

지난 5월 23일(금) 이윤재관 로비에서 열린 이윤재현대문화예술연구원(이하 연구원) 개원식 행사에는 정부와 학계, 문화계 등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축하 공연 ‘예스’가 선보여졌다. 연구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출발점으로서, 개원식 축하 공연은 ‘학생’이 주체이자 내용이 되도록 기획되었다. 예술의 주인공은 언제나 동시대의 감각을 살아가는 이들이어야 하며 특히 캠퍼스 안에서 발화되는 예술은 사회적 질문과 실험을 통해 공동체의 방향을 조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믿음 아래, 이번 축하공연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닌 창작 실천의 장으로 설계되었다. 공연 제목인 ‘예스’는 ‘예술하는 스무 살들’을 의미한다. 러닝타임 35분간의 공연을 위해 7개 예술 동아리 50여 명의 학생들, 그리고 이들을 지도한 성악과 박성근 교수가 세 달 동안 열정을 쏟았다. 축하공연 ‘예스’를 준비한 이들을 만나 공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며, 연구원에 대한 기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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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태성(건축공학과 21, 마술 동아리 NTIZ), 김민우(지구시스템과학과 22, 미디작곡 동아리 May), 여민주(언론홍보영상학부 23, 뮤지컬 동아리 로뎀스), 박성근(음악대학 성악과 교수), 배시온(경제학부 21, 영화제작 동아리 몽상가들), 조현민(생명공학과 22, 연세국악연구회), 송건회(컴퓨터과학과 20, 미디작곡 동아리 May), 김세현(문헌정보학과 24, K-POP 댄스동아리 츄러스)

 

 


Q. 참가팀은 어떻게 결성이 되었나요? ‘예스’에 참여한 동아리를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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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박성근 교수와의 인터뷰)

 

 

학생이 주체가 되는 공연을 하기 위해 20여 개의 공연예술 동아리를 조사하고 접촉한 결과, 장르적 다양성과 예술적 역량을 겸비한 7개 동아리를 선발했습니다. 동아리 대표자 및 임원들과의 협업 회의를 시작으로 약 3개월간의 공동 제작 과정을 거쳤습니다.

 

7개 동아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로뎀스(대표: 여민주, 주조연 배우 15명 참여)’, 영화제작 동아리 ‘몽상가들(대표: 배시온, 공연 시나리오 작성 및 영상 부분 촬영 14명 참여)’, 마술 동아리 ‘NTIZ(대표: 이동욱, 리셉션 마술 1명 참여)’, K-POP 댄스 동아리 ‘츄러스(대표: 김한을, 댄서 7명 참여)’, 미디작곡 동아리 ‘MAY(대표: 서형준, 영상 배경음악 제작 및 공연곡 편곡 3명 참여)’, ‘연세국악연구회(대표: 김보경, 합주 및 커튼콜 곡 반주 4명 참여)’, 재즈동아리 ‘SoWhat(대표: 김혁주, 합주 및 커튼콜 곡 반주 5명 참여)’

 

배우나 댄서로 무대에 서지 않았더라도 반주나 미술, 영상 등 스태프로 참여한 학생들도 많아서 전체 참여 인원이 50여 명 정도가 됩니다. 이번 작품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와 뮤지컬 콘서트, 실시간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복합예술 공연으로 완성되었습니다.

 


Q. 공연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예스, 예술하는 스무 살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예술을 사랑하며 현실과 창작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연세의 젊음을 담고 있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채택한 이유는, 연구원 개원식 축하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학생들이 마주한 현실의 벽과 예술적 갈망을 진정성 있게 투영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극 후반의 실제 축하공연 장면에서 감동의 깊이를 배가시키는 장치로도 작동합니다.

 

작품은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영화 형식으로, 각기 다른 배경의 예술학도들이 졸업 전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연합팀을 꾸리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그들은 개원식 축하공연을 의뢰받지만 학교의 공연예술 인프라 부족, 학업 병행의 한계, 재정적 제약 등 다양한 현실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두 번째 파트는 영화에서 뮤지컬로의 전환입니다. 연습에 지친 인물들이 무너진 순간, LED 스크린이 열리며 실제 무대에 등장합니다. 학생들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 하지만 취업과 안정된 미래, 부모님의 기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앞에 흔들립니다. 그때, 환상 속에서 등장한 예술혼(이희문)이 흥을 돋우며 무릎 꿇은 그들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예술가로서의 존엄을 상기시키며 사라집니다. 이 장면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찬미이자 위로입니다.

 

마지막 파트는 현재 시점의 실제 축하공연입니다. 무대장치로 사용되던 그래피티 포토월이 떨어지며 국악과 재즈밴드가 모습을 드러내고, 웨어러블 로봇 장비를 착용한 연구원들과 비트박서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됩니다. 모든 참여 학생이 무대에 올라 춤, 노래, 마술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극이 마무리됩니다.


Q. 일반적인 극장 무대가 아닌 열린 공간(이윤재관 로비)에서의 공연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을 고려한 동선이나 사운드 등 한계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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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제약 속에서도 극의 흐름과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해 무대 전환과 동선 설계에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우선 대형 LED 스크린에 레일 시스템을 설치해 화면을 양쪽으로 분리 가능하게 제작하고, 그 사이를 배우들의 등・퇴장 통로로 활용함으로써 예술적 효과와 무대 전환의 자연스러움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공연장인 로비의 구석 공간까지 적극 활용해 실질적 무대 범위를 확장하고, 배우들의 군무 또한 효율적인 동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이희문 씨가 맡은 ‘예술혼’ 캐릭터는 로비 3층 발코니에서 등장, 수직적 공간 활용을 통해 무대를 입체적으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시각적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객석 중앙을 가로지르는 좁은 통로를 마련해 배우들이 관객과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극의 몰입감을 한층 강화시켰습니다.

국악·재즈 밴드(9인조)는 무대 측면에 배치하고, 그 앞을 강력 자석식 대형 포토월로 가려 공연 중에는 무대미술로 활용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 포토월이 순식간에 제거되며 무대가 두 배로 확장된 듯한 착시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이는 극의 클라이맥스에 시각적 개방감을 더하며 감정의 확장을 돕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큰 도전은 음향 문제였습니다. 층고가 높은 로비 특성상 소리의 잔향과 퍼짐 현상이 심했고,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음향 장비가 설치되며 하울링도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간 연출 차원에서 음향 반사를 최소화하는 배치를 택하고, 솔리스트와 앙상블의 마이크 사용을 전략적으로 제한해 잔향을 제어했습니다.

 


Q. 이번 공연은 융합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탐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국악과 재즈, 공학기술, 음악 등 장르의 융합은 어떻게 적용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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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악기가 중심이 되는 재즈의 특성은 국악과의 조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질적일 수 있는 두 장르 간의 상호보완적 결합을 이끌어냅니다. 가야금과 콘트라베이스가 각기 다른 음역에서 현을 튕기며 맑고 깊은 울림으로 아름답게 어우러졌고, 섹소폰의 거칠고 질감 있는 음색에 피리의 금속성은 명확한 선율적 견고함을 더했습니다. 특히 대금의 깊고 긴 호흡에서 비롯되는 공명은 전체 사운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탁월한 블렌딩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희문 씨가 부른 ‘노들강변’의 2절을 휘몰이장단으로 편곡한 시도는 재즈 특유의 스윙 리듬과 훌륭하게 어우러졌습니다. 각 악기가 차례로 솔로 파트를 맡아가며 점층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구조는 즉흥성과 구성미를 모두 갖춰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기계공학부 신동준 교수 연구실의 웨어러블 로봇 슈트를 착용한 연구원들과 비트박서의 협업은 공학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기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효과음을 사전에 리듬에 맞춰 프로그래밍한 후, 그 위에 비트박스를 실시간으로 더하는 방식은 기술과 퍼포먼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 교차지점을 만들어냈습니다.

 


Q. 공연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준비 과정의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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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단계와 동아리 섭외를 포함해 준비한 시간은 정확히 석 달이 소요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공연이었지만, 창작이라는 본질적 특성상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되었습니다. 전 과정은 학생들과의 수평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시작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마음으로 호흡하며 작업하였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는 창의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들이 충돌이 아닌 반응과 교감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전체적인 방향을 지속적으로 설계하고 조율해 나갔습니다.

 

에피소드라고 하기에 다소 엉뚱할 수도 있겠으나 연습실 대여 시간이 만료된 후에는 공원 벤치 아래 모기와의 공존 속에 대사를 맞춘 날도 있었고, 이윤재 회장님께서 마련해주신 회식 자리에서는 다채롭고 독창적인 건배사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습니다. 각 동아리마다 저마다의 전통과 미학이 담긴 ‘건배 철학’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날에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덧붙이자면, 로봇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의 예술적 흥취는 가히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말에 무게감을 더하기에 충분했습니다.

 


Q.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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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창작한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표정에는 마치 처음부터 그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듯한 따뜻한 기대와 설렘이 묻어났습니다. 노래 한 소절, 춤 한 동작에도 자연스럽게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진심 어린 공감이 무대를 더욱 생생하게 완성시켰습니다. 특히 LED 스크린이 반으로 갈라지며 영상 속 학생들이 실제 무대를 가로질러 관객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과 대형 포토월이 드라마틱하게 낙하하며 무대가 확장되는 순간에는 객석 전체가 환호와 탄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물론 생생한 라이브 공연이기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무대 설치 중 한 학생이 의자를 옮기다 자석으로 고정돼 있던 포토월을 건드리는 바람에 자석이 떨어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멈춘 적이 있었고, 주연 배우는 핀마이크의 송신기 전원이 꺼져 있다는 사실을 무대 진입 직전에서야 알아차려, 보조 주머니에서 급히 송신기를 꺼내 스위치를 켜는 동안 모두가 숨죽인 채 십여 초를 기다려야 했던 긴박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 마치 몇 분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마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배우들이 퇴장 직전 무대 위에서 객석을 향해 함께 "파이팅!"을 외치자는 손짓에 윤동섭 총장님과 이윤재 회장님께서도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해주셨고, 무대와 객석이 완벽히 하나가 되는 순간이 완성되었습니다. 객석과 무대가 함께 호흡한 이 장면은 큰 감동을 선사하며, 참여형 라이브 공연의 진수를 보여주는 멋진 장면으로 기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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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축하 공연의 총연출을 하시면서 느끼신 소감을 들려주세요.

이번 공연의 결과물과 창작 과정은 결과 그 자체보다도, 그 안에 녹아든 준비의 여정이 얼마나 의미 깊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창작의 산물은 단순한 산출물이 아니라, 참여한 이들이 함께 꿈꾸고 호흡하며 예술이라는 언어로 세계를 해석해낸 공동의 성취였습니다. 그 점에서 모든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고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저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품고 있는 예술에 대한 열망과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그 열망을 실현하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현실적 제약과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단지 개인의 의지나 재능만으로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교육은 이들에게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을 통한 존재의 언어를 가르쳐야 하며, 이를 위해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예술 창작과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물리적 환경과 제도적 시스템의 구축 또한 절실합니다. 이는 실험적이고 융합적인 시도들이 존중받고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들이 졸업 후에도 사회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문화적 인식의 전환 역시 중요합니다. 예술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사회 안에서 고립되지 않고 존중받으며 설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곧 우리 연구원이 감당해야 할 책무라고 믿습니다.

 

이윤재 현대문화예술연구원은 이제 시작합니다. 우리는 예술과 문화가 어떻게 현실과 감정을 관통해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확장하는지를 실천 속에서 증명해 나갈 것입니다. 공연과 창작, 융합의 실험을 통해 일상에 숨겨진 감각과 언어를 끌어올리고,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문화와 예술이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겠습니다. 연구는 곧 기획이 되고, 기획은 창작으로 이어지며, 그 창작은 다시 질문과 사유로 순환될 것입니다. 우리는 학문과 삶, 감성과 이성이 분리되지 않는 통합의 장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전공과 장르, 세대와 배경을 넘어 모두가 창작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Q. 이번 축하공연에 참여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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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학생들과의 인터뷰)

 

 

로뎀스: 공연 준비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연습실을 대관하는 것, 연습 시간을 맞추는 것, 리허설 일정을 맞추는 것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습 중간중간 맞지 않던 화음과 안무가 점차 하나씩 맞아떨어질 때마다 모두가 환호했고, 박성근 교수님께서 간식을 사 오시면 다 함께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순간 그 동안의 모든 노고들을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MAY: 처음 공연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는 막연하게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이 제일 컸던 것 같은데, 동아리들이 힘을 합쳐 이렇게 하나의 큰 공연을 완성해내는 과정을 보면서 경이로웠고 다들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동아리는 무대에 직접 서지 않고 무대를 위한 곡을 준비하는 입장이었다 보니, ‘우리 작업이 늦어지면 다른 동아리들이 준비하고 연습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마음에 솔직히 부담감이 좀 있었습니다. 특히 엔딩곡 같은 경우에는 처음 접해본 장르였던 데다 실제 연주를 고려해 편곡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악기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실수도 있었던 터라 협업한 동아리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공연 당일에 완성된 무대를 보며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꼈고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평소에는 잘 몰랐던 다른 동아리들의 이야기나 예술에 대한 면도 많이 배워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세국악연구회: 처음 회의에 참석했을 때 저희는 굉장히 회의적이었습니다. 다른 동아리들과 협업할 수 있다는 게 당시에는 상상이 잘 안 갔거든요. 전문 예술인도 아니고 아마추어이기에 오히려 다른 분야와 협력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다만 교수님께서 이 공연은 ‘연합’에 의의가 있기에, 부족한 면 또한 오히려 연구원의 필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충분한 지원이 있었더라면 더 실력을 쌓을 수 있지 않았겠냐면서요. 이런 부분을 호소하는 자리인 만큼, 부담 없이 참여하라고 하셔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정말 부담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각 동아리마다 여러 고충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다들 공연을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동아리는 특히 공연 일자가 정기연주회 일주일 전이라 더욱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정기연주회를 위해 주 6회 합주를 진행하며, 축하공연까지 준비하는 스케줄이 버거워서 막판에는 다 그만둘까 싶기도 했습니다. 국악기의 특성상 표현할 수 있는 음역대가 굉장히 제한적인데, 이번 공연곡은 사실상 불가능한 음을 내야 해서 동아리원들끼리 새벽까지 동아리방에서 연습하다가 그만두자는 얘기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공연을 끝낸 지금에는, 그래도 하기를 잘했다 생각합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원들끼리는 교류할 기회가 많지만, 타 동아리들과는 얘기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보통 타 동아리에게 연락할 일이 있다면 대체로 안 좋은 일들뿐이었습니다. 연습실 대관 시간을 바꿔달라거나, 공연 일자가 겹치는데 양보해달라거나, 소음이 심하니 조용히 해달라거나,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만 연락을 하게 되다보니, 다른 동아리들은 어떤 동아리인지 알아가기보다도 차라리 연락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동아리 분들과 교류하며, 우리 동아리는 이런 동아리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동아리의 특성들을 이해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국악은 굉장히 폐쇄적인 장르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하는 음악이 이런 식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질 수도 있구나 경험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여러 분야의 통합이 ‘이윤재현대문화예술연구원’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몽상가들: 사실 처음 연합 공연을 제안받았을 때 ‘우리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참여하는 다른 동아리들이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 핵심인 ‘공연 예술’ 동아리라면, 저희는 영원성을 지닌 창작물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무대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핵심인 ‘창작 예술’ 동아리이기에 과연 공연 동아리들이 열심히 공연하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참여를 결정한 후에는 ‘공연에서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각 동아리 부원들은 물론 박성근 교수님께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보태주신 덕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예술을 해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자’는 결심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질적인 준비 기간이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만큼 무척이나 짧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각 동아리 부원들은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쁜 학생들이기에, 중간고사 기간에는 시험 공부를 포기하고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동아리 활동까지 병행해야 했던 터라 시간적인 압박이 컸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부족한 시간 안에 준비했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이게 될까?’ 라는 의문이 공연 날 ‘이게 되네!’로 변할 때의 성취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NTIZ: 연합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 ‘다른 분야와 함께 공연할 수 있을까?’, ‘우리만 너무 동떨어진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음악도, 연기도, 춤도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공연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해보지 않은 시도라 신선하기도 했고, 또 재미있어 보여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 도전했습니다. 공연을 위한 회의도 하고 연습도 하며 다른 동아리들과, 다른 분야와 섞여보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시도니 잘 섞였다기보다는 중간에 잘 들어갔다에 가깝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oWhat: 몇 달 전, 처음으로 박성근 교수님께 전화를 받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남았던 감정은 ‘호기심’이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공연과 다양한 장르의 융합이 정말 가능할까?’ 저는 그 물음이 정말 궁금했고, 아마도 그 호기심이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재즈는 호기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음악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새로운 음, 새로운 멜로디, 새로운 솔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가는 여정이니까요. 그런 마인드셋으로 리허설과 연습에 임했고, 그 과정 속에서 저와 동아리 부원들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느낍니다. 음악, 예술, 문화란 본질적으로 불확실함과 때로는 불협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창조물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자 도전이었습니다.


 


Q. 이윤재현대문화예술연구원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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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기관의 이름처럼 예술이나 문화에 대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학생들의 예술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관이 생긴 만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예술 관련 강의나 시설(연습실 등)이 더 잘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연 내용에서도 약간 언급했듯이 학생들이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것에 비해 아무래도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연세국악연구회: 저희는 아무래도 국악을 좋아하는 동아리다보니, 학교에서 국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교에는 음악대학은 있지만 한국음악과는 따로 없고, 국악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라고는 음대 전공수업인 ‘국악개론’ 하나뿐이거든요. 동아리원들이 국악을 배우고 싶다며 음대 수업을 수강 신청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다만 이 국악개론 수업이 음대 전공 수업이기에 저희처럼 국악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타과 학부생들이 국악에 대해 배우고 접근할 기회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이 점은 꼭 국악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예술 분야의 교양을 쌓기 부족하다는 점에서 연구원을 통해 새로운 예술 분야의 교양 과목 개설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로뎀스: 저희 동아리 부원들은 음악, 특히 보컬(가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매 학기 음대 전공 수업인 가창이나 콰이어 수업을 수강하는 인원이 많습니다. 이러한 수업들이 앞으로는 음대에 국한되지 않고 교양 과목으로도 다양하게 개설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부원들 모두 벌써부터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연구원을 설립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개원식 연합공연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앞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넓어질 것 같아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공간에서 많은 학생들이 꿈을 키우고, 예술로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몽상가들: 영화를 만드는 저희 동아리 부원들은 ‘영화의 이론’이나 ‘영상제작이론’ 같은 영화 관련 수업을 많이 찾아 듣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영화 수업들은 절대적인 수에서도 부족하고, 대부분이 실습보다는 이론 위주의 대형 교양수업이거나 언론홍보영상학부 같은 유관 전공의 전공 수업이라 비전공생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영화 역시 한국 현대예술의 중요한 축인 만큼, 영화에 대한 교육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원이 거점을 두고 있는 이윤재관이 연습실, 강의실, 강당, 촬영 장비 등 예술 동아리들에게 필요한 하드웨어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학생들은 이런 시설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기도 하고 알더라도 실제 사용은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이런 장비들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교내 예술 활동들이 더 탄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NTIZ: 저희는 예전에 공대 차성운 교수님께서 ‘북극곰의 마술교실’이라는 수업을 개설해 주셨던 것처럼 관련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강의가 생기기 어려운 장르인 것도 인지하고 있기에 가끔씩 현직에 계신 마술사를 초청해 렉처쇼나 세미나 등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SoWhat: 연구원의 명칭처럼 예술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시에 학생들의 예술 활동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기관이 마련된 만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 수업 프로그램이나(가령 재즈론) 창작 공간도 점차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살짝 언급되었듯이 많은 학생들이 예술 활동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실적인 여건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신다면, 학생들이 훨씬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예술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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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참여한 동아리 학생들은 예술 창작을 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장비 등 인프라가 부족해 아쉬웠는데 연구원 출범을 계기로 이러한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견과, 음악이나 영화 등 예술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어 전공생이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바람을 전했다.

 

또한 다른 동아리들과의 협업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안 될 것 같던 일이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도 다른 동아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나와 다른 타자와의 교류와 연대 또한 연구원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키울 수 있는 덕목이 되지 않을까. 박성근 교수는 “연세에서 시작된 감정과 시선, 태도와 언어는 곧 다음 시대의 K-컬처가 나아갈 방향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진심과 실험이 교차하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다음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와 포부를 밝혔다.

 

연구원은 2025학년도 2학기부터 정규 교육과정으로 공연·영상 예술 실습 교과목 50개 강좌를 개설하고, 4개의 녹음 스튜디오, 12개의 실습 강의실, 악기 및 장비 등을 포함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상주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현장 예술가와 협업할 수 있는 실습 중심 교육도 병행한다. 강연 시리즈인 ‘이윤재 렉처(Yoonjae Lectures)’에서는 세계적 석학, 문화예술계 CEO,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학생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