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의 시대, 조직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도보람 교수팀, ‘역사적 신화’가 조직 성패에 미치는 영향 분석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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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터에서는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이 두드러지며,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 내에서 협업을 촉진하고 조율하는 문제는 기업 문화 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단순한 소통 방식의 차이를 넘어, 세대 간 긴장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영대학 도보람 교수 연구팀은 조직 내 세대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나이 차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아니라, 같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세대 간 갈등이 ‘기억의 방식’ 차이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차이가 조직 내 소통과 행동, 나아가 조직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연구에 따르면 조직은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을 단순히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구성원에게 전략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과거를 선별적으로 재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연구에서 ‘수사적 역사(Rhetorical History)’라고 정의된다. 예컨대 “우리는 언제나 정의를 위해 싸워왔다”거나 “위기 속에서도 더 강해졌다”는 식의 메시지를 통해,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특정 정체성과 서사를 전달한다.

 

이렇게 구성된 기억은 세대를 넘어 공유되며, 자연스럽게 ‘기억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세대가 같은 방식으로 이 기억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선배 세대는 과거의 사건에 감정적 의미를 덧붙여 후배 세대에게 전달한다. 이때 활용되는 감정 요소는 ▲향수(Nostalgia) ▲불만(Dystoria) ▲희망(Postalgia) ▲위기감(Dystopia) 등이며, 이를 조합해 형성된 서사를 연구에서는 ‘역사적 신화’라 부른다.

 

문제는 동일한 역사적 신화라 하더라도 세대별로 받아들이는 방식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배 세대가 의도한 메시지가 후배 세대에게는 반감이나 거리감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거나 조직 전체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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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 다른 기억... 방송사 노조 사례로 본 세대 해석의 분기

 

연구팀은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한국의 주요 방송사 두 곳의 노조MBU와 CBU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두 조직 모두 2012년 정치적 인사 임명을 둘러싼 CEO 사퇴 요구 파업을 겪었고, 2014년에는 유사한 외부적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동일한 사건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MBU는 2012년 파업을 ‘밝은 과거’를 상실하고 ‘재앙적 미래’를 피하려는 종말 신화로 해석했다. 이 서사는 후배 세대에게 향수를 심어주었지만, 파업 실패에 대한 감정적 수용을 어렵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세대 간 갈등과 조직 내 무기력을 심화시켰다. 2014년 위기 상황에서도 MBU는 파업을 회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반면, CBU는 같은 사건을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은 진보 신화로 기억했다. 후배 세대는 파업 실패를 조직의 자산으로 받아들이며, 세대 간 연대를 통해 다시 한번 파업에 나섰고, 결국 자사 CEO의 사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연구는 역사적 신화의 유형과 세대 간 해석 차이가 조직의 장기적 행동 패턴과 실패 수용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어떤 신화적 서사를 통해 그것을 해석하고 공유하느냐에 따라 그 실패가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분열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역사적 신화는 조직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조직의 리더는 과거를 단순히 미화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공감과 통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서사를 구성하고 기억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기억 공동체’를 통해 실패를 개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다. 그것이 결국,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기사 작성: JSC 이기헌(경영 19),  전민영(언더우드국제대학 경제학 21)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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