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국 교수팀, JWST로 100억 년 전 ‘잠든 블랙홀’ 무게 측정

태양 질량 60억 배 초대질량 블랙홀 규명… '사이언스' 게재
  • 2026.06.08
세계 최초로 먼 우주 비활동성 블랙홀 질량 직접 규명

천문우주학과 지명국 교수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해 약 100억 년 전 우주에 존재하는 비활동성 초대질량 블랙홀의 질량을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활동을 멈춘 먼 우주의 블랙홀 질량을 주변 별들의 움직임만으로 규명한 것은 세계 최초다.

 

연구진이 측정한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60억 배에 달했다. 특히 이 블랙홀은 자신이 속한 은하의 규모에 비해 이례적으로 무거운 것으로 나타나, 우주 초기에는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빠르게 성장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6월 4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Science'에 게재됐다.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물질을 활발히 흡수하며 강한 빛을 내는 활동성 블랙홀과, 활동이 멈춰 거의 관측되지 않는 비활동성 블랙홀로 구분된다. 지금까지 먼 우주에서 발견된 블랙홀 대부분은 밝게 빛나는 활동성 블랙홀이었으며, 비활동성 블랙홀은 직접 관측이 어려워 질량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비활동성 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하려면 주변 별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별들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중심 블랙홀의 중력이 강하고 질량도 크다는 원리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공간 분해능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방법이 약 6억 광년 이내의 가까운 우주에만 적용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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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JWST로 질량 측정에 성공한 약 100억 년 전 우주의 비활동성 초대질량 블랙홀과 모은하.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타원은하는 전경 은하단의 중력렌즈 효과로 약 30배 확대된 모습이며, 흰색 네모는 JWST가 정밀 분광 관측을 수행한 영역이다. 블랙홀은 네모 중심부에 위치한다.]

 

연구진은 우주의 ‘천연 망원경’으로 불리는 중력렌즈 현상을 활용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관측 대상 은하는 앞쪽에 위치한 거대한 은하단의 중력에 의해 약 30배 확대되어 보였고, 연구진은 여기에 JWST의 고해상도 분광 관측을 결합해 약 100억 년 전 은하 중심부 별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공동저자인 천문우주학과 지명국 교수와 차상준 연구원은 블랙홀 질량 측정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중력렌즈 확대율 계산을 담당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7개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구축한 렌즈 모델을 비교·검증해 확대율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측정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연구 결과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블랙홀의 성장 속도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은하 속 별들과 비슷한 비율로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측정된 블랙홀은 은하의 별 질량에 비해 약 10배 이상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주 초기 일부 블랙홀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했음을 시사한다.

 

최근 JWST는 초기 우주에서 은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활동성 블랙홀을 잇달아 발견해 왔다. 이번 연구는 이미 활동을 멈춘 비활동성 블랙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블랙홀과 은하의 공진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지금까지 관측이 어려웠던 먼 우주의 비활동성 초대질량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한국이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 등 차세대 초대형 망원경이 가동되면, 중력렌즈의 도움 없이도 다양한 거리의 비활동성 블랙홀을 직접 연구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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