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과 권호정 교수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원리 밝혔다
- 2026.06.01
[사진. (왼쪽부터) 생명공학과 고유빈 박사과정생, 권호정 교수]
생명공학과 권호정 교수 연구팀이 항암 후보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VCP 억제제가 암세포는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면서도 정상 혈관세포는 보존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세포 내 소기관 간 접촉 구조와 칼슘 조절 방식의 차이가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운명을 가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하는 과정에서 많은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정상세포보다 훨씬 큰 단백질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암세포는 단백질 품질을 관리하는 단백질인 VCP(Valosin-Containing Protein)를 많이 사용한다. VCP는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해 세포의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암세포의 생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VCP를 억제하면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사멸할 수 있어 차세대 항암 치료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그동안은 왜 VCP 억제제가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VCP 억제제를 처리했을 때 암세포와 정상 혈관세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 VCP 억제에 따른 소기관 접촉 부위 및 칼슘 매개 자가포식 조절 기전 모식도]
정상 혈관세포에서는 세포막, 소포체, 미토콘드리아 사이의 소기관 접촉 부위가 재구성되면서 세포질 내 칼슘 농도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가포식을 유도하는 AMPK와 TFEB 신호가 활성화됐고, 세포는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며 스트레스를 극복했다. 즉, 정상 혈관세포는 자가포식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생존할 수 있었다.
반면 대장암 세포에서는 같은 VCP 억제제를 처리해도 칼슘 항상성 유지에 실패했다. 칼슘이 세포질로 적절히 이동하지 못하고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자가포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세포 사멸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단백질 항상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소기관 접촉 부위의 재구성과 칼슘 분포 조절 능력이 세포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VCP 억제제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면서도 정상 혈관세포는 상대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종양 주변 혈관이 과도하게 손상되면 저산소 환경이 형성돼 암의 악성화를 촉진하고 약물 전달도 방해할 수 있는데, 정상 혈관이 유지될 경우 향후 항암제 전달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호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항상성 붕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기관 접촉 부위의 변화가 세포 내 칼슘 분포와 자가포식 활성 여부를 결정하고, 결국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서로 다른 운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라며 “암세포 선택성을 갖는 새로운 항암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가포식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Autophagy'(IF 14.3)에 5월 18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BRIC 한빛사에도 소개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 사업, 우리 대학교 ICONS 사업, YFL 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고유빈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고민정 박사, 강혜진 교수(생명공학과), Marius Ueffing 교수(독일 Tübingen 대학)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