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전략을 바꾼다… 일본·미국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 뚜렷한 차이 보여

이무원 교수팀, 14개국 분석 통해 전체론적–분석론적 인지 차이의 영향력 실증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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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결정은 흔히 단순화된 과정으로 이해된다. 매니지먼트 이론의 핵심을 이루는 성과피드백 이론은 기업의 프로젝트가 재무적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연구들은 기업의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투자 판단에서 보편적인 인지 과정을 거친다는 전제 아래 전략적 결정을 설명해왔다.

 

그러나 경영대학 이무원 교수팀은 이러한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R&D 투자 의사결정이 문화적으로 형성된 ‘인지 차이’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팀은 “경영자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전략적 선택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하며,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체론적 사고방식과 분석론적 사고방식의 차이가 기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전체론 vs. 분석론, 문화적 사고방식 차이가 전략 차이로 이어질까

이번 연구는 문화적 인지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체론적 사고와 분석론적 사고를 대비해 제시한다.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나타나는 전체론적 사고는 현상을 넓은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조정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미국 등 서구권의 분석론적 사고는 문제를 빠르게 분해하고 즉각적인 해결을 시도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문화적 성향을 넘어, 기업이 성과 피드백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동일하게 ‘성과가 부진하다’는 상황에서도, 어떤 인지 문화권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전략적 반응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일본과 미국이 전체론적–분석론적 인지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두 국가는 글로벌 제조업에서 오랜 기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고,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 기술 수준이 유사하다. 이는 불필요한 교란 변수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문화적 인지 차이에 따른 의사결정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는 세 가지 가설을 설정해 분석을 진행했다. 첫 번째 가설은 성과 피드백에 대한 반응 차이에 관한 것이다. 성과가 기대치보다 낮을 때, 미국 기업은 분석론적 사고방식에 따라 빠르고 강한 R&D 투자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 기업은 전체론적 사고방식에 따라 보다 점진적인 조정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두 번째 가설은 조직 내 여유자원(Slack)에 따른 의사결정 차이를 다룬다. 여유자원이 증가할 경우 미국 기업은 이를 혁신 실험의 기회로 인식해 R&D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일본 기업은 이를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유로 해석해 투자 확대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세 번째 가설은 성과와 여유자원의 상호작용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성과와 자원이 결합된 상황에서도 전체론적–분석론적 인지 차이가 R&D 의사결정의 방향과 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검증하고자 했다. 즉 동일한 성과 조건에서도 어떤 문화적 인지 지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전략적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패널 회귀, 문화권에 따라 뚜렷한 인지적 지향 차이 나타나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 데이터를 활용한 패널 회귀 분석을 수행했다. 첫 번째 표본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37개 기업과 미국 19개 기업, 총 56개 자동차 기업을 546개 회계연도에 걸쳐 관측한 자료다. 두 번째 표본은 14개국 106개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902개 회계연도 동안 수집된 데이터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도 국가별 특성이 강하게 유지되며 혁신 중심 경쟁이 이루어지는 분야로, 문화적 인지 차이에 따른 전략 변화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사례로 평가된다.

 

분석 결과, 전체론적 인지 지향을 가진 일본 기업은 분석론적 인지 지향을 보이는 미국 기업보다 R&D 투자 의사결정을 보다 신중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은 성과 변화에 따른 R&D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으며, 조직의 여유자원이 증가하더라도 투자 확대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미국 기업은 성과 피드백과 자원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세 번째 가설은 부분적으로 기각됐다. 성과와 여유자원의 상호작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두 요인이 각각 독립적으로 R&D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탐색적 성격을 지닌 R&D 투자는 문화적으로 형성된 인지 지향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연구 결과는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기업 닛산은 전통적으로 합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며, 다양한 부서와 조직 간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R&D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는 전체론적 인지 지향이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의 포드와 GM은 책임 주체를 빠르게 확정하고 부서 단위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특징을 보이며, 분석론적 인지 방식이 전략 실행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는 성과와 자원에 대한 기업의 반응이 보편적이지 않으며, 의사결정자의 문화적 인지 지향이 전략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혔다는 데 이론적 의의가 있다. 실무적으로도 기업 경영자가 자신의 인지 성향을 인식하고 전략 수립 과정에 반영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일본 기업은 미국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한편, 연구에서 사용된 여유자원(Slack)은 조직 운영에 필요한 최소 자원을 초과하는 잉여 자원을 의미하며, 여유고정자원, 여유현금성자원, 부채 감당 여력 등으로 구분해 각각 별도의 조절 변수로 분석에 반영됐다.

 

*여유자원(Slack): 조직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을 넘어서는 잉여 자원. 연구에서는 이러한 여유자원을 여유고정자원·여유현금성자원·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여유의 3가지로 분류해, 각각을 별개의 조절변수로 반영했다.

 

 

기사 작성: JSC 이기헌(경영학 20)·정수빈(불어불문학 21)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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