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섭 교수팀, "노인 빈곤, 소비 충격 대응 능력까지 약화시킨다" 밝혀

한·미·호주 3개국 비교 분석… 자산 빈곤이 노후 소비 안정성 저하의 핵심 원인 확인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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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경제학부 김지섭 교수, 서강대 조윤호 교수, 미국 위스콘신대 김수영 박사과정생]

 

한국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노인 빈곤이 단순한 소득 부족을 넘어 노인 가구의 소비 안정성과 생애 복지 전반을 체계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국제 비교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학부 김지섭 교수는 서강대 조윤호 교수, 미국 위스콘신대 김수영 박사과정생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미국·호주 3개국의 가계 패널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노인 가구는 예상치 못한 소득 충격에 대해 소비를 즉각 줄이는 경향이 국내 중년층보다 30%p, 미국·호주 노인보다 57%p 높으며, 이러한 높은 민감성의 근본 원인이 생애 전반에 걸쳐 고착된 자산 빈곤에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Journal of Macroeconomics」에 'Why Old-Age Poverty Matters: Evidence from Consumption Responses to Income Shock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선진국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 노후 소비도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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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룩셈부르크 부 연구(LWS) 데이터베이스 기준 국가별 노인 빈곤율(2016~2019)]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노인의 삶은 그 성장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룩셈부르크 부 연구(Luxembourg Wealth Study, LWS)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4%로 조사 대상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2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 배 수준이며, 덴마크(1%)와 독일(6%) 등 유럽 국가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노인 빈곤은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어느 시점에 빈곤 상태였던 노인 가구가 4년 뒤에도 빈곤 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평균 80.2%였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그 비율도 증가했다.

 

소득 구조에서도 한국 노인의 특수성이 확인됐다. 한국 노인 가구의 소득 가운데 노동·사업소득 등 '자기 노력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이 비중이 30% 미만으로, 공적연금과 자산소득이 노후 소득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한국 노인 상당수가 은퇴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머물며 소득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노인은 왜 소득 충격에 더 취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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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한국(SFLC) 데이터 기준 연령 집단별 영구 소득 충격 패스스루 계수]

 

경제학의 대표적인 소비이론인 '표준 생애주기 모형(Standard Life-Cycle Model)'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산이 축적돼 소득 충격이 발생해도 소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연구팀은 이 이론이 한국에서도 성립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소득 충격을 ▲장기적으로 소득 수준을 변화시키는 '영구 소득 충격' ▲일시적으로 소득이 변동하는 '일시 소득 충격'으로 구분하고, 소비가 얼마나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패스스루(Passthrough) 계수'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한국 가계금융복지조사(SFLC), 미국 소득동태패널조사(PSID), 호주 가계소득노동동태조사(HILDA)가 활용됐다.

 

분석 결과, 한국 전체 가구의 영구 소득 충격 패스스루 계수는 0.48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충격의 48%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나머지 52%만 소비를 유지하는 완충 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연령별로 살펴본 결과는 기존 이론과 달랐다. 중년층의 소비보험 능력은 67%로 가장 높았지만, 노인층은 37%에 그쳐 청년층과 거의 같은 수준을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소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호주의 노인층은 영구 소득 충격에도 거의 완전한 수준의 소비보험 능력을 유지했다. 한국 노인과 비교하면 소비보험 능력은 57%p 높았다. 일시 소득 충격에 대한 민감도 역시 한국 노인층이 전체 평균보다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소득이 아닌 '자산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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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한국·미국·호주 연령별 자산 수준 비교]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자산 수준에 따른 분석도 실시했다.

 

자산 하위 25% 가구의 소비보험 능력은 13%에 불과했지만, 상위 25% 가구는 80%에 달했다. 소비보험 능력은 소득보다 자산 수준과 훨씬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노인의 낮은 자산 수준은 은퇴 이후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된 결과였다. 연구팀은 한국 가구가 미국·호주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자산을 소진하기 시작하며, 한 번 저자산 상태에 진입한 가구가 다시 상위 자산 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적 이전소득이 소비보험의 핵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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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소비보험 수준 변화에 따른 복지 효과]

 

자산을 통한 소비보험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는 것은 정부의 연금과 복지급여 등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연구팀이 공적 이전소득을 제외한 소득만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 노인층의 소비보험 능력 감소폭은 68%에 달했다. 이는 청년층(15%)과 중년층(45%)보다 훨씬 큰 수치였다. 특히 저자산 빈곤 노인의 경우 감소폭은 84%에 달해 공적 이전소득이 사실상 유일한 소비보험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소비보험 능력 차이가 실제 복지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한국 노인이 중년층 수준의 소비보험 능력을 갖췄다면 남은 생애 동안 매년 1.27%의 복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빈곤 노인이 비빈곤 노인과 같은 조건에 놓일 경우에는 그 효과가 1.72%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산 형성을 고려한 노인 복지정책 필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노인 빈곤 문제를 단순한 소득 부족이 아닌 자산 축적의 문제로 바라봐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교수는 "빈곤은 흔히 소득을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산 기준으로 측정한 노인 빈곤율 역시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노인 빈곤이 심각하다는 것은 현재 노인 세대의 어려움뿐 아니라 젊은 세대 역시 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운 경제 구조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빈곤 노인에게 정책 자원을 보다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박진철(언론홍보영상학 21)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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