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 자살률 낮추기는 온도계에 입김 불기”… 궁극적 해법은 ‘방 안의 온도’

송인한 교수, 종단적 코호트 연구로 자해 시도자의 자살 위험 요인 규명
  • 2026.02.03
자해 예방과 자살 사망 방지, “서로 다른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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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송인한 교수]

 

2024년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4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평균의 3배를 웃돌며, 연간 사망자 수는 1만 4,872명에 달한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등한 한국의 자살률은 20년 넘게 OECD 최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려는 과학적 연구는 충분하지 않았다.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심리적 문제로만 치부해온 사회적 인식이 그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사회복지대학원 송인한 교수 연구팀과 의과대학 박유랑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자해와 자살 사망의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종단적 코호트 분석을 통해, 자해 시도자 내부에서 어떤 요인이 생존과 사망을 가르는지를 살펴봤다.

 

연구 대상은 국제질병분류(ICD-10)상 ‘고의적 자해’ 코드로 병원을 방문한 6,332명이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자해 시도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않고, 이후 생존한 그룹과 자살로 사망한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해와 자살을 동일선상에서 다뤄온 기존 연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자해와 자살 사망, 위험 요인은 다르다”

송인한 교수는 연구 배경에 대해 “자해를 경험한 사람 중 누군가는 삶으로 돌아오지만, 누군가는 실제 자살로 이어진다”며 “자해 예방 전략과 자살 사망 예방 전략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자해를 시도하게 만드는 요인과 자해 이후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요인은 뚜렷하게 달랐다.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자해 시도자 집단에서는 고령층, 흡연자, 의료급여 수급자, 정신과 진단 병력이 있는 경우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특성이 두드러졌다.

 

반면 자해 시도 이후 자살로 사망한 그룹에서는 남성, 고령층, 치명적인 자해 방법 사용, 높은 동반질환지수 등 임상적 요인이 강하게 연관돼 있었다.

 

송 교수는 “자해는 죽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넘기거나, 반대로 자살 사망에만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모두 불완전한 접근”이라며, “자해를 막기 위한 노력과 자살 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그리고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성, 그리고 ‘경증 장애인’의 위험

이번 연구는 자해와 자살을 둘러싼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결과도 보여줬다. 서구권 연구에서는 여성의 자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한국 남성의 자해 시도 비율은 47.7%로 여성(52.3%)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해 이후 실제 자살로 사망한 비율은 남성이 62.7%로, 여성(37.3%)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송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 남성들이 받는 문화적 압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 남자들은 심리적으로 어렵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표현하는 것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라며, “이러한 압력이 적절한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애와 자살의 관계에서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자살 사망 그룹에서 경증 장애인의 비율은 14.7%로, 중증 장애인(4.0%)보다 오히려 높았다.

 

송 교수는 “경증 장애인은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사회적 접촉이 많고, 그 과정에서 차별이나 배제, 관계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리적 장애 정도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관계의 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살률은 사회의 온도계 수치일 뿐… 입김만 불어선 안 돼"

송 교수는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복지·경제·교육을 아우르는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정책적 접근을 ‘온도계’에 비유했다.

 

“자살률 수치만 낮추려는 것은 온도계에 입김을 부는 것과 같습니다. 방이 추우면 온도계 수치가 내려가는데, 입김으로 숫자만 바꾼다고 방이 따뜻해지지는 않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방 안의 온도를 올리는 겁니다.”

 

그는 응급실로 실려 온 자해 시도자가 치료 이후 다시 열악한 환경으로 돌아간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적 개입뿐 아니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복지적 경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자해와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변화를 당부했다.

 

“자해나 자살은 단순히 생명을 끊으려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상황을 끊고자 하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가 아니라,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몰아넣었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사회적 낙인 없이 고통을 드러내고, 이를 줄여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기사 작성: JSC 이예빈(UIC 경제학 21)·송홍재(경제학 23)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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