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이주민을 ‘위협’으로 느끼는가

문화적 위협 인식, 이주민 수용 태도 형성에 가장 큰 영향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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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행정학과 정헌주 교수]

 

한국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합적이고 조건적이다. 우리 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태도의 핵심 원인을 ‘이주민의 실제 영향’이 아니라, ‘한국인이 체감하는 위협 인식’에서 찾았다.

 

2023년 우리 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SSRI)에서 전국 성인 4,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불평등·공정성 국민인식 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이주민에 대한 태도는 이주민과의 실제 접촉 경험이나 기여도보다, 이주민으로부터 느끼는 위협 인식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 경쟁이나 범죄 위험보다도, 한국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가장 강하게 설명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공동 수행한 정헌주 교수는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논쟁과 같이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이 급격히 출렁이는 현상을 보며, 사람들이 이주민을 두고 어떤 지점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헌주 교수는 “실제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뉴스나 사건을 통해 이주민을 접한 사람들이 더 큰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이주민이 많고 적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사실을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위협으로 인식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주민에 대한 위협 인식을 세 가지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주민으로 인해 복지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뜻하는 ‘경제적 위협’, 범죄와 치안 악화를 걱정하는 ‘사회적 위협’,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화적 위협’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 요인은 문화적 위협이었다.

 

정 교수는 “사람들은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을까 하는 문제보다, ‘우리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정체성의 흔들림을 더 크게 걱정한다”며 “오랜 기간 단일민족·단일문화 정체성을 유지해 온 한국 사회의 특성이 이 부분에서 특히 민감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응을 단순한 혐오로 해석하기보다, 불평등과 미래 불안이 확대된 사회에서 증폭되는 ‘불안’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연구는 강조한다. 

 

정 교수는 “이주민을 싫어해서라기보다, 일자리·복지·안전·정체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감각에서 비롯된 불안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누구를 떠올리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졌다.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수용성이 나타난 반면, 난민과 외국국적동포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훨씬 강했다. 같은 이주민이라도 누굴 떠올리느냐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사람들은 이주민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일하러 온 사람’, ‘가족을 이룬 사람’, ‘난민’처럼 각기 다른 이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선택적 수용성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으로는 이주민과 내국인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한다는 ‘제로섬 프레임’을 완화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과 복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주민 때문에 우리가 더 가난해진다'는 과장된 불안을 줄이고, 범죄와 치안 문제 역시 사실에 근거해 설명함으로써 특정 집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화적 위협 인식을 낮추기 위해 학교·지역 단위에서 이주민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동료로 인식할 수 있도록 상호접촉 프로그램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이주민을 둘러싼 논의를 숫자나 제도의 문제로만 단순화하기보다, 한국 사회가 이주민을 어떤 존재로 상상해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정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는 경제적·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회적 자긍심도 높아졌다”며 “다만 이러한 자긍심이 이주민을 ‘아래’에 두는 우월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시선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을 실제 사람이라기보다 위협의 묶음으로만 상상해온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위험 가능성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노동력과 다양성 등 긍정적 기여와 이미 같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웃이자 시민이 될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자는 것이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 JSC 안홍주미(행정 23)·정지안(기술개발협력 21)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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