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보다 가이드”…대학 수업에서 생성형 AI를 쓰는 법
- 2025.10.30
[사진. 이태동 교수]
최근 대학가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질문이다. 교수도, 학생도 정답을 몰랐다. 일부 교수는 전면 금지를 선언했고, 일부는 “알아서 하되 책임지라”는 입장을 취했다. 혼란 속에서 학생들은 불안해하며 몰래 쓰거나, 아예 사용을 포기했다.
정치외교학과 이태동 교수는 이 혼란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금지도, 방치도 답이 아니라면, 정답은 무엇인가?” 그는 한 학기 동안 6개 강좌, 140명의 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ChatGPT 전면 금지(53명) ▲가이드라인 없이 자유 사용(40명) ▲명확한 인용 규칙을 제시한 가이드 사용(47명)으로 나눈 결과,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 결과, 금지 그룹은 표면적으로 사용량이 줄었지만 은밀한 사용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유 사용 그룹은 오히려 혼란을 겪으며 시간 효율성과 학습 성과가 모두 하락했다. 반면 가이드 제공 그룹은 ChatGPT 활용 빈도가 늘었을 뿐 아니라 시간 효율성(0.51 증가)과 주관적 학습성과(0.19 증가) 모두 가장 큰 향상을 보였다. 이 교수는 “핵심은 ‘허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게 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동 교수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혼란은 ‘금지’가 아니라 ‘투명한 사용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막기보다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의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책임 있는 활용”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태동 교수를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실제 과제에서 ‘어떤 방식’으로 쓸 때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었다. 다른 자료를 인용·참고문헌으로 밝히듯, AI도 규칙을 갖고 활용하면 교육적으로 의미가 커진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여러 수업에서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정치학에서도 ‘책임 있는 공개’가 핵심이다. 학생 글을 읽을 때 어디까지가 학생의 역량이고, 어디부터 AI의 도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교수의 역할은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쓸지 알려주는 일’이라고 보게 됐다.
첫 반응은 ‘가르쳐야겠다’였다. 막으면 당장은 사용이 줄지만, 제출한 답들이 서로 비슷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프롬프트가 비슷하면 산출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명확한 가이드를 주자 혼란이 줄고, 학생들이 책임 있게 따르는 모습을 확인했다.
현장 수업에서 세 가지 조건을 비교했다. ① AI ‘전면 금지’, ② 가이드 없이 ‘자유 사용’, ③ ‘출처 표기 가이드’를 제공한 사용. 비교 결과, 금지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웠고, 자유 사용은 혼란과 유사 답안 문제를 키웠다. 반면 ‘가이드 사용’ 집단은 활용 내용이 투명해지고 표절 리스크가 낮아지며, 글을 스스로 재구성하려는 태도가 분명해졌다.
문헌 인용처럼 ‘AI 인용’을 하게 하는 것이다. 도구명, 사용 날짜, 핵심 프롬프트를 기록하고, 직접 가져온 문장은 인용부호로 표시하게 한다. 그 외에는 자신의 언어로 재서술한다. 이렇게 해야 재현 가능성과 학업 윤리를 함께 지킬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썼으면 썼다고, 안 썼으면 안 썼다고’ 밝히는 투명성이 기준이다.
AI는 ‘보조자’에 가깝다.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초안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지만, 판단·비판·통합은 학습자가 해야 한다. 공동저자처럼 이름을 올릴 수는 없지만, ‘사용 사실을 밝히는 동료 도구’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효율이 높아진 만큼 시간을 ‘더 깊이 읽고, 묻고, 판단하고, 쓰는 능력’에 투자하길 권한다. 사람과의 대면 교류, 네트워킹, 협업을 통해 얻는 배움이 크다. 서로의 전공을 넘나드는 융복합 대화에서 시너지가 생긴다.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복사·붙여넣기’가 아니라 ‘잘 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 대학은 질문·판단·표현·발표 능력을 더 강화하고, 과제는 재현 가능성과 투명성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럴 때 AI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도구가 된다.
정직의 기준은 단순하다. 썼으면 ‘썼다’고, 안 썼으면 ‘안 썼다’고 밝히는 것. 그리고 화면 밖에서 사람을 만나 생각을 나누자. 화면 속 답보다 소중한 것은 얼굴을 마주한 대화에서 피어나는 아이디어다. 그 길을 걸어가는 모든 연세인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기사 작성: JSC 김보금(정치외교학 23), 조혜나(정치외교학 23)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