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는 순간 겔로 변한다” 전분에서 탄생한 혁신적 지혈 소재

조승우 교수팀, 빠른 겔화·높은 접착력·우수한 안정성으로 기존 지혈제 한계 극복한 ACS-MP 개발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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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승우 교수]

 

생명공학과 조승우 교수 연구팀이 상처 부위에서 스스로 겔을 형성해 출혈을 막는 전분 기반 신소재 ACS-MP를 개발해 지혈제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출혈은 외상 사고나 수술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다. 특히 상처가 불규칙하고 습윤한 조직에서는 기존 지혈제가 충분히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적인 지혈제는 혈액을 빠르게 흡수하고 조직에 단단히 달라붙으며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돼야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제품들은 이러한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다. 조승우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지혈 소재 개발에 나섰다. 

 

조 교수는 “전분은 자연에서 풍부하고 안전성이 입증된 천연 고분자이지만, 그대로는 지혈제로 쓰기에 한계가 있다”며 “일반 전분은 습윤한 환경에서 접착력이 떨어지고 균일한 겔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분에 알데히드기와 카테콜기를 도입해 ACS(Aldehyde- and Catechol- Modified Starch)를 개발했다. 알데히드기는 단백질 및 세포와 결합해 접착력을 강화하고, 카테콜기는 홍합 접착 단백질처럼 습윤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접착을 가능하게 한다. 이어 칼슘을 삽입해 구조적 안정성과 겔화 속도를 높였고, 동결 분쇄 과정을 거쳐 미세입자 형태인 ACS-MP(ACS-microparticle)로 완성했다. 

 

이렇게 제작된 ACS-MP는 실제 성능 평가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소 혈청 알부민(BSA) 용액을 이용한 실험에서 ACS-MP는 전분으로 만든 기존의 S-겔보다 훨씬 빠르게 수분을 흡수해 몇 초 만에 안정적인 겔을 형성하며 지혈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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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ACS-겔과 S-겔의 수분 흡수력 비교]

 

조직 접착력에서도 확실한 차이가 드러났다. 불규칙하고 습윤한 돼지 위 조직을 이용한 실험에서 S-겔은 조직에 제대로 달라붙지 못했지만, ACS-겔은 위 조직에 존재하는 단백질·세포와 강하게 결합하며 안정적인 접착력을 보였다. 

 

생체 적합성 평가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쥐를 대상으로 한 국소 및 전신 투여 실험에서 ASC-MP는 독성이나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장시간 체내에 머물러도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전분 기반 하이드로젤이 소화과정을 통해 생분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ACS 젤은 특히 위장관에서 생물 의학적(biomedical) 응용 분야에 유망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ACS-MP의 높은 흡수성과 접착성, 안전성이 확인되자, 실제 출혈 상황 속에서도 체내 지혈 효과가 나타나는지 동물 모델을 통해 직접 검증했다. 쥐 간 절제 모델에서 ASC-MP는 30초 이내에 출혈을 멈췄고, S-겔보다 혈액 손실이 현저히 적었다. 돼지 간 절제 모델에서도 ACS-MP는 짧은 시간 안에 출혈을 억제했으며,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출혈이 계속된 반면 ACS-MP는 손상 부위에 단단히 부착돼 강력한 지혈 장벽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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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쥐 간 절제 모델에서 지혈 효과 비교]

 

또한 연구팀은 현재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전분 기반 지혈제 Arista와 ACS-MP의 성능을 문헌으로 비교했다. Arista가 혈액을 흡수해 지혈을 돕는 수준에 머무른 반면, ACS-MP는 화학적 성질 개선을 통해 빠른 겔화와 높은 조직 접착력을 동시에 구현해 더 안정적인 지혈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연구팀은 직접적인 비교 실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출혈 관리라는 의학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의의도 크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출혈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령 환자들은 수술과 시술의 빈도가 높고, 낙상 사고로 인한 외상도 흔하다. 기존 지혈제는 습윤 조직이나 불규칙한 상처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를 보여왔지만, ACS-MP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지혈제 패러다임을 제시해, 재난이나 군사 상의 응급 의료 현장과 고령 사회의 의료 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ACS는 기존 지혈제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소재이며,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ACS-MP는 응급 의료 환경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차세대 지혈제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Science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윤도연(식품영양 25)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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