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교수팀, 나노 단위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양이온 불균일성 발견 및 균일화 방법 제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태양전지의 효율 및 성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 2025.09.29
나노과학 및 기술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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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양종희 교수]

 

화학과 양종희 교수 연구팀은 홍콩과학기술대학교, 홍콩침례대학교, 미국 테네시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양이온 불균일성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확인하고, 이를 균일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결정구조를 가져,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전지의 소재로 주목받는다. 최근 국제적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태양광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erovskite Solar Cell, PSC)의 광전 변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PSC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결정구조에 두 가지 이상의 양이온을 섞어 원자 수준에서 격자 구조를 조절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포름아미디늄(FA)이라는 유기 양이온과 무기물인 세슘(Cs) 양이온이 혼합된 조성을 많이 사용하는데, PSC의 성능 향상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했다. 그 원인은 용액을 기반으로 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합성 공정에 있다. 박막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용액 내 물질 간 화학적 평형(equilibrium) 상태를 갑작스럽게 깨트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양이온들이 모든 영역에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농도가 들쭉날쭉해지게 된다. 그 결과 박막 내 위치마다 빛에 의해 만들어진 전하들이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의 준위가 달라지고 이들이 이동하는 ‘길’이 울퉁불퉁해져 PSC의 전류 확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혼합된 양이온들이 거시적, 혹은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미시적 수준에서 불균일한 분포를 가짐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그보다 더 세밀한 결정립 단위, 즉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얇은 나노미터 수준에서도 공간 안에 양이온들이 불균일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특정 공간 내에 존재하는 소재의 구조와 광학적 특성을 동시에 탐구할 수 있는 최첨단 분석 장비인 초분광(Hyperspectral) 음극선 발광(Cathodoluminescence, CL) 전자 현미경을 활용하였다.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특히 박막의 바닥면에는 나노미터 크기의 홈(groove) 구조, 즉 나노-GT(Groove Trap)라는 미세구조가 존재한다. 연구팀은 부틸암모늄 아세테이트(BAAc)라는 휘발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나노-GT의 기하학적 변화를 유도한 후, 초분광 현미경 분석 기법을 통해 초기 박막과 광전자적 특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초기 박막의 경우 불균일하고 비대칭적인 CL 방출 스펙트럼을 보이는 데 비해, BAAc 처리된 박막에서는 나노-GT가 얕아질수록 박막 내 결정립에서 점점 균일한 방출 스펙트럼을 보여 양이온 균일화 효과가 뚜렷해짐을 확인했다. 또한, 박막의 바닥면에서 이러한 나노미터 단위 양이온 균일화가 나타날 경우, 박막의 윗 표면과 전반적인 두께에 걸친 양이온 분포에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보인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노-GT를 줄일수록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형성되는 동안 결정립 간 양이온 교환 반응이 활성화되어 보다 균일한 박막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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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노-GT가 얕아짐에 따른 양이온 균일화 양상]


얕아진 나노-GT를 통해 박막 내 균일한 양이온 조성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한 PSC들은 25.62%라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공인 시험 효율 25.24%)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은 1.22V라는 높은 개방 전압(open-circuit voltage, Voc)을 보였다. 결정립 간 양이온 균일화 및 계면 구조의 평탄화로 인해 태양광에 의해 형성된 전하들이 소실되지 않고 오롯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PSC 효율 향상의 중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이 가지는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구조에 따라 물질 내 화학적 불균일성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원리를 밝히고, 이것이 실제 PSC의 효율과 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나노 단위의 결정립별 미세구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해당 연구는 다원소 조성을 갖는 다양한 나노소재에서 균일한 특성을 얻기 위한 나노 구조 제어의 본보기(prototype)를 제시한다”고 해당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IF 34.9)’에 2025년 2월 게재됐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김건하(대기과학 22)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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