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BIM 융합으로 건축가의 일상을 바꾼다
- 2025.08.13
건축 설계 현장에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건물을 3차원으로 표현해 기획·설계부터 시공, 유지 보수, 철거·재활용 단계까지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BIM 모델의 작성 과정에서 벽 두께, 단열재, 방수층 등 수많은 세부 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성과 높은 작업 부담으로 현재 국내 설계사무소의 80% 이상이 1~4인 규모의 소규모 사무소임에도 불구하고, BIM 도입률은 4.4 %에 불과하다.
건축공학과 이강 교수가 이끄는 건설IT연구실은 인공지능(AI) 기술과 BIM을 융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연구팀은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설계 상세화 작업을 AI가 대신 수행함으로써, 상세화 업무를 80% 이상 줄여 건축가보다 창의적인 설계와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AI-건축 연구의 절반 이상이 이미지 생성에 집중돼 있었고, 약 70%는 건축 설계의 초기 단계인 개념 설계에 그치고 있다. 정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설계 상세화’ 단계에 대한 자동화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2021년부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건축설계 자동화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다양한 자동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으로는 ▲과거 프로젝트의 설계 상세를 새 프로젝트의 유사 객체를 자동 찾아 적용해주는 BIM 라이브러리 이식(BIM Library Transplant) 기술 ▲그래프 신경망을 이용해 벽·바닥 등의 연결관계를 바탕으로 구조·단열·방수 여부를 자동 추론하는 정보 의미정교화(Semantic Elaboration) 기술이 있다.
또한,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해 기존의 마우스 중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아닌 자연어 명령을 통해 BIM 모델을 상세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인 NADIA(Natural-language-based Architectural Detailing through Interaction with AI), ▲주소지 등 기본정보를 넣으면 자동으로 건물지하 형상에 맞추어 흙막이 모델을 생성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인 HADES(Hybrid Automated Design of Excavation Support Systems in Building Projects) 등도 개발했다.
[그림 1. 기존 BIM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에 대화 창 탑재를 통해 건축가와 AI의 상호작용기반 설계 상세화를 지원하는 NADIA 시스템, 관련 링크]
이러한 연구 성과는 상위 1% 저널인 Automation in Construction과 상위 2% 저널인 Advanced Engineering Informatics에 잇따라 게재됐다.
그 결과로, 이강 교수는 2024년, 독일 뮌헨공과대학교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cience)의 Hans Fischer Senior Fellowship에 선정됐으며, NADIA 연구를 주도한 장수형 박사는 박사과정 재학 중이던 2024년에 제1회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또한, HADES 연구를 이끈 노현성 박사과정생은 2025년 EC3(European Council on Computing in Construction) 국제학회에서 GNI Best Paper Award를 수상하며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림 2. 프로젝트 주소지를 활용한 공공 데이터 및 프로젝트 기본 계획을 바탕으로 흙막이/차수벽/지지공법과 설계 파라미터를 자동으로 추천해 BIM 모델을 생성하는 HADES 시스템]
이강 교수는 “최근 Chat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의 발달로 이미 많은 작업을 자연어로 수행하고 있고, 근미래에는 배우기 어렵고 복잡했던 3차원 설계시스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마우스 중심에서 자연어 명령 중심으로 전환돼 설계자들이 훨씬 쉽고 자유롭게 이러한 디지털 설계도구들을 쓸 수 있게 된다”며,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능만 쓰는 게 아니라, 바이브코딩(Vibe Coding) 기법 등을 통해 설계자가 필요한 기능을 쉽게 추가로 만들어 쓰는 세상이 다가올 텐데, 그러한 시대가 오면 근본적인 건축 기술과 지식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