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학교육의 과제
- 2026.01.16
이제 AI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 사용하는 기술이 되고 있다. AI가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식은 다양하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보고서 작성도 도와주며, 고민을 상담해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고도의 지적 활동으로 여겨지던 것을 AI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학부생들은 과제를 할 때 AI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고 대학원생들도 논문의 교정은 물론이고 연구 주제의 적정성 판단이나 연구 방법론 결정과 같이 연구의 핵심적인 내용에서도 AI를 사용하고 있다. AI를 대학의 교육이나 연구에 사용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AI가 교육이나 연구의 효율도 크게 높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게 되면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이 한 사람의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심각하게 생각해 볼 것은 AI의 활용이 학생들의 장기적인 역량 개발에도 도움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AI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사람의 지적능력 개발에 해가 될 것이라는 점 정도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AI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 사람들의 종합적인 지적능력 개발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연구와 고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발표된 논문 중에 AI와 사람의 지적 활동에 대한 흥미 있는 논문을 두 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논문[1]은 AI와 사람의 인지활동의 외부화에 대한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의 지적 활동, 예를 들어 기억하는 것, 판단하는 것, 그리고 결정을 하는 것 등은 모두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뇌를 사용하기보다 외부의 도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숫자 계산이 필요할 때 옆에 계산기가 있으면 머리로 계산하는 대신 이를 사용하는 식이다. AI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인지적 부담 경감(off-loading)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문서의 이해나 판단과 같은 복잡한 지적 활동의 경우 대신할 도구가 없어서 사람이 직접 했지만 LLM이 등장하면서 AI가 이를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인지적 부담 경감을 추구하여 AI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인지적 부담경감은 우리의 인지적 노력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지적 부담 경감이 지속되는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부정적 영향은 기억 능력의 약화, 지식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그리고 무조건 도구를 사용하려는 자동화 편향 등이 있다.
두 번째 논문[2]은 사람들이 AI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을 할 때, 그 사람의 실제 성과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의 격차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람의 인지적 활동은 계산이나 선택과 같은 구체적인 인지적 활동을 하는 부분과 본인의 지적 활동에 대한 감독 등을 하는 메타인지로 나뉜다. 본인이 현재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도 메타인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AI를 사용한 사람들의 실제 성과는 향상되었지만 향상된 성과보다도 본인의 능력에 대해서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이 점은 위의 첫 번째 논문에서 얘기하는 것과 일치한다. 즉, AI가 자기성찰을 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약화시키며, 이러한 경향은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들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AI의 효과적인 사용은 권장해야 하지만, 학생들의 중요한 지적능력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계산기가 나온 이후에도 학생들에게 구구단과 사칙연산을 숙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면서도 꼭 갖춰야 할 지적, 인지적 능력이 어떤 것인지 분석하고 정리해서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고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지적 능력이 중요한지는 전공별로 다를 것이므로 분야별, 전공별로 분석, 정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의 사용이 학생들로 하여금 본인의 능력에 대한 과대한 자신감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완화할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AI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AI를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고 보인다. 초기에는 AI기술이 빨리 발전하는 과정이므로 어쩌면 이러한 관심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AI를 사용하면서도 AI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학교육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의적절한 고민과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인간 삶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AI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 인재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1] Risko, E. F., & Gilbert, S. J. (2016). Cognitive offloading.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9), 676–688. https://doi.org/10.1016/j.tics.2016.07.002
[2] Fernandes, D., Villa, S., Nicholls, S., Haavisto, O., Buschek, D., Schmidt, A., Kosch, T., & Shen, C. (2026). AI makes you smarter but none the wiser: The disconnect between performance and metacognitio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175, 108779. https://doi.org/10.1016/j.chb.2025.108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