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있던 세균이 깨어나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영구동토층의 변화
- 2025.11.17
[사진 1. 김응빈 교수]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그 안의 병원균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지구온난화의 잠재적 위험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해빙으로 인한 미생물의 재활성화와 그에 따른 위험성은 그동안 가설로만 제기돼 왔다. 이처럼 이론적 추정만 존재하던 상황에서 시스템생물학과 김응빈 교수는 극지 연구소의 김덕규 박사팀과 함께 영구동토층 해동 후의 미생물 부활 양상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그림 1. 알래스카 툰드라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
먼저, 연구팀은 알래스카 툰드라 지역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계절에 따라 해빙과 동결이 반복되는 활성층(A layer), △일시적으로 해동되는 전이층(T layer), △최소 2년 이상 0℃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영구동토층(P layer)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층의 토양 샘플을 4℃에서 90일간 배양하며 실제 해빙 환경을 재현해 미생물의 활성 및 분포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CFU 측정법’과 ‘qPCR 기반 정량 분석’을 통해 해동 전(T=0)과 후(T=90)의 살아있는 세균 수와 세균의 전체 DNA 양을 비교했다. CFU는 토양 샘플을 희석해 배양 후 형성된 집락(colony) 수를 세어 ‘살아 있는 세균의 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해동 후 세균의 증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qPCR 기반 정량 분석법으로 세균 공통 유전자인 16S rRNA 유전자의 복제 수를 측정해 샘플 전체의 총 세균 DNA 양을 파악했다.
[그림 2. CFU 측정 결과]
[그림 3. qPCR 기반 정량 분석 결과]
측정 및 분석 결과 해동 후 전이층과 영구동토층 모두에서 ‘CFU’와 ‘16S rRNA’ 값이 증가했으며,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해동 과정에서 미생물이 다시 활성화되어 증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해동 후 세균의 종 다양성과 균등도 분석을 통해 영구동토층 해동에 따른 미생물 군집의 변화 양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새롭게 부활한 세균이 병원성을 나타내는지에 주목했다. 최초에는 해동 후 미생물 활성 변화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시작했지만, 주요 병원인자 중 하나인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 프로테아제) 활성이 높은 세균들이 다수 관찰되면서 이들이 병원성을 지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확장했다.
연구팀이 실험 대상으로 선정한 건 감자였다. 감자는 동물에 비해 감염성 실험을 설계하기 쉽고, 지구상의 다양한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재배되는 중요한 식량 자원이다. 연구팀은 토양 샘플에서 강한 프로테아제 활성을 보이는 세균들을 선별한 후 감자에 접종해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해동된 토양에서 분리된 Pseudomonas속(屬) 일부 균주가 감자에 감염성을 보이며 감자 무름병(soft rot)을 유발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림 4. 선별된 세균의 감자 감염 실험 결과]
이상의 연구 결과는 2025년 1월 ‘Potential risks of bacterial plant pathogens from thawing permafrost in the Alaskan tundra’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학술지 ‘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SCIE등재, Toxicology 분야 상위 8.6%)에 게재되어, 영구동토층 해빙에 따른 미생물의 재활성화와 일부 세균의 병원성 유지 등 그동안 이론상으로만 제기됐던 동토층 해동의 생물학적 위험성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해 크게 주목받았다.
다만 김 교수는 해당 연구에 대한 관심이 ‘병원균 발견’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해동 후 전체적인 미생물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병원균 탐색이 주 목적은 아니었다’고 밝히고, ‘해동 과정에서는 병원균뿐 아니라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미생물도 나타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병원균 부활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에만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실제로 녹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번 연구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과학적 데이터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 연세소식단 김민정(식품영양 24) 학생